화성침공이 미국에서 개봉할 즈음 저는 미국에 있었어요.

저는 아직 어렸구요. 이 영화는 하나의 이미지로서 불행히도 영원히 새겨진 것 같군요.

비슷한 시기에 본 인디펜덴스 데이와 화성침공이 외계인/ 외계 자체에 대한 기초적인 이미지를 

구성하게 되다니 어쩌면 여기서 제가 이십대초반까지 sf물을 멀리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이 은하철도 999였다면 전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되었을지도 모르죠.

그 나이때 보는 건 좀 더 선별해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을 맞으면 즙을 내뿜는 거대한 뇌의 화성인이라든가 꿰에애액 소리를 내는 낙지의 혼합체같은 외계인은

...음, 지금 생각해도 싫군요.



돌이켜보면 화성침공은 사회풍자적인 요소를 두루 가졌던 것 같고

유머가 상당히 풍부했어요. 그런데 이미 외계인들 등장부터 거부감에 가득했던 저한테는

유머라고 했던 것 중 하나가 한 배우를 안드로메다로 보냈죠. 바로 사라제시카 파커.


SJP가 이 영화에 출연했던 것 기억하는 분들 많이 계세요?

아직 꽤 젊었고 잇 걸 같은 느낌도 남아있는 시절이었어요.

티비쇼의 젊은 호스트로 나왔는데 단발을 하고 90대의 진한 입술화장을 하고 있었어요.

사실 지금까지 중에서 외모로는 가장 전형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했고

결혼은 했지만 남편에게 만족하지는 않는 그런 모습이었죠.

패리스 힐튼 것 같은 치와와를 데리고 다녔고, 외계인들이 침입했을때

피어스 브로스넌을 인터뷰하고 있었어요. 피어스 브로스넌이 브로스넌으로 나온 건 아니었고

무슨 사회명사로 나왔는데 서로 열심히 flirt하는 분위기였죠. (딴말이지만, flirt를 대체할 만한 우리말은 뭐가 있을까요)


그런데 그 개, 브로스넌, SJP가 같이 납치가 된겁니다.


꺅.

이유는 모르겠는데 화성인들은 그 셋을 납치해놓고, 실험을 해요.


그런데 그 실험이..브로스넌은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기계같은 것에 달렸었나 했던 것 같아요.

이미지 찾아보면 바로 나오겠지만, 전 아직도 보고 싶지 않으니 십수년전의 기억에 의존해보겠습니다.

그리고 SJP도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서 치와와 몸에 머리를 달아놓고,

치와와의 머리는 SJP몸에 달아놨어요. 그 연결부위에는 스테이플러 자국 같은 게 있었죠.

아직도 단발의 파커가 앞발로 너무나도 개같이..눈을 찡긋하면서

머리를 박박 긁던 기억이 선연합니다. 더 끔찍한 건 그 상황에서도

브로스넌은 계속 느끼하게 남자답게 굴고 둘은 서로 flirt를 계속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결국 화성인들이 폭파당할 상황이 오자 그 머리밖에 없는 브로스넌이랑

비율 안맞는 반인반견 파커가 격렬하게 키스를 하잖아요!!!!!!!!!!!!

그 와중에 비율이 더욱 기괴한 치와와 머리 파커는 어쩐지 힘이 더욱 강해져

브라바람에 화성인들을 로봇같은 동작으로 때려눕힙니다.


전 이 장면의 기괴함이 영화 자체는 거의 떠올리게 되지 않은 후에도 계속되서

섹스 엔더 시티를 열심히 보고 재청하면서 인간적이다 못해 가끔 찌질한 캐리에 익숙해지고도

파커를 보면 각도에 따라 가끔 깜짝깜짝 놀랍니다.

특히 그 사람의 해부도 또릿한, 워낙 폭좁은 얼굴에 비해 조금 넓은 목을 보면 더 그래요.


아무튼, 좀 더 서정적인 구석이 있는 sf로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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