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성폭력이 아닌가?

2011.05.24 19:05

line 조회 수:3113

성매매를 이야기할 때 저로서는 참 이해가 안 되는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남녀 불문하고) 성매매란 돈을 매개로 섹스를 주고받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성매매는 돈으로 섹스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교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걸 잘 이해를 못 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 예를 들어볼게요. 몇 년 전에 최민식 씨가 왕년의 복서로 나와서 길거리에서 돈 받고 매 맞아주는 설정이 있는 영화가 있었는데 기억하시는 분들 있으실 거예요.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돈을 받고 맞아주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는 돈으로 교환되는 것이 과연 뭘까요?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폭력이겠죠. 자신은 돈을 받고 그 폭력을 감내하겠다, 그런 얘기예요.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개중에는 낄낄거리며 재밌다는 듯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는 것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말리는 상황이 연출될 거예요.

 

성매매에서 교환되는 것이 섹스가 아니라는 것은 그 당사자들이 처해있는 심리적 상황들을 유추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날 겁니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성매매란 단지 물리적인 신체접촉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당연하게도 그걸 섹스로 생각할 일도 없고 그 때문에 어떤 쾌감을 얻는 것도 아니고, (위의 매 맞는 복서 예를 환기해 보세요. 매 맞으면서 쾌감을 느끼지는 않겠죠.- -) 설사 겉으로는 웃고 있더라도 그것이 즐거운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성매매에서 남성은 자신만의 온갖 성적 판타지 속에서 행위를 치르게 됩니다. 그것은 연인과의 달콤한 섹스로서의 판타지일 수도 있겠고, 강간 판타지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개인에 따라 그것은 천차만별이겠죠. 섹스에서 성적 판타지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단 두 사람이 서로 그 판타지를 공유하거나 그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하는 경우의 얘기이죠. 성매매에서는 남성의 일방적인 판타지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강요되는 성적 판타지란 많이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저는 그것이 바로 강간 가해자의 심리 상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성매매는 준강간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비약해서 얘기하자면 성매매는 강간을 합법적으로 치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매매가 돈을 매개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위의 복서 예에 다시 비유한다면 돈 받고 맞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통 성적 자기결정권 얘기를 많이 하는데, 막장에 몰려 있는 사람에게는 선택하고 말고 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건 네가 선택한 거니까 그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너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고, 그것은 아무리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어린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계속 성매매의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사회는 그건 개인의 선택일 뿐이야, 라며 발뺌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정말 무책임한 것이고, 또 그걸 합법화하겠다고 말하는 건 책임회피를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합법화하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정말 헛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왜 굳이 성매매 합법화한 후에 고려해보겠다는 것인가요? 성매매 불법인 상황에서는 인권 같은 건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뜻일까요? 일반 노동자들의 인권조차도 개차반 취급당하는 대한민국에서 과연 성매매 여성 인권 따위가 제대로 보호될까요? 그건 그저 새롭게 제도화된 시스템의 감옥에 갇히는 것일 뿐이에요.

 

또 성매매 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성매매 단속의 의지가 없다는 것일 뿐이에요. 성매매 단속을 하려면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성 구매자에 대한 확고한 단속이 필요한 거예요. 또 그에 앞서 사회 고위층의 성매매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게 순서인 거구요. 성매매로 적발된 남성은 일체 공직에 오를 수 없게 한다든지, 뭐 그런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마땅한 거죠. 그런데 그런 노력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미리부터 단속은 어려우니 합법화하는 게 어때?, 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건 한마디로 국가기관이 게으른 거예요. 노력은 하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한 길 가겠다, 하는 소리이고요.

 

성매매 합법화의 경제적인 효과? 성매매 합법화하면 그저 성매매 시장이 더욱 비대해질 뿐일 텐데, 대체 무슨 경제적인 효과가 있나요? 모르긴 해도 10년 안에 지금 규모의 세배 이상으로 성매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겠어요? 아,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있을까요? 도대체 성매매가 뭐가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돼서 그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도 이 좁은 땅덩어리 대한민국을 그렇게 만들고 싶은가요?

 

또 한가지 성매매 합법화란 성매매만 합법화하는 건 아닐 거예요. 왜 이 부분은 다들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성매매 합법화함으로써 끌어들이게 되는 문제들이 있을 거예요. 그것은 필연적으로 포르노 시장 합법화 논의로 옮겨가게 될 테고요. 예, 뭐 성매매 합법화한 마당에 포르노 합법화 못할 것도 없겠죠. 그러면 성매매 관련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비대해질 건 뻔한 거고요. 또 앞으로는 미성년자 성매매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할 겁니다. 물론 단속하겠다고는 하겠지만, 성매매 합법화인 마당에 특별한 의지를 보이겠어요? 그냥 하는 시늉만 하겠죠. 어쩌다 걸린 놈만 우스운 꼴 나는 거고요. 또 그런 식으로 성 산업이 커지면 마약 문제도 따라오게 마련이에요. 그때 가서 또 마약과 전쟁을 하겠다고 MB 비슷한 인간이 나와서 설치겠죠.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이건 그냥 미친 짓으로 보일 뿐이거든요. 전국의 멀쩡한 강바닥 헤집으면서 4대강 살리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나요?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앞으로 잃을 것은 뻔히 보이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언급하자면, 누군가가 평균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격되었을 때, (이를테면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처럼 눈에 띄는, 또 남성보다는 어린 여성일수록) 그 대상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무제한 비판할 권리가 대중에게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이상하게 팽배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비정상적인 징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그런 것이 대한민국식 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돈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눈에 띄는 그 누군가를 욕할 권리가 있다고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젊은 여성이거나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정말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약자가 주 대상이 되는 이유는 나보다 못한(못해야 하는) 그들이 돈을 버는 데에는 비난받아 마땅한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하는 논리인지도 모르겠고요.

 

아무튼, 그런 사고방식이 너무나 유치하고 저열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해 누구나 한마디씩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 조의 언급을 하게 되는 것도 위의 논리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비난할 권리가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라면, 그건 정말 비겁한 겁니다. 그리고 성매매 합법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대상을 게토화 하겠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과학의 진보는 당연히 계속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의 진보에는 언제나 물음표를 붙이며 요원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요? 그런 것이 요즘 대한민국의 쁘띠 부르주와 자유주의자들의 합리성인가요?

 

성매매가 폭력이라는 점을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또는 마음 한구석 느끼고는 있더라도 애써 무시하는 남성들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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