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를 여행 중입니다.

2011.05.27 23:24

at the most 조회 수:2388

저는 지금 페루를 여행 중입니다.

지금은 잉카의 옛 수도인 쿠스코에 있구요.


#1

어제는 마추픽추에 올라갔다 왔는데, 국어시간에 배웠던 사자성어 중에 맥수지탄 이 생각 나더군요.

한때 번성했었던 도시에 자라있는 풀을 보자니... 참 인간의 무상함도 느껴지고...

눈 감고 그 곳에서 명상해보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저는 명상을 할 때 너바나의 네버마인드 앨범 자켓표지처럼 물속에서 유영하는 저를 상상합니다, 

맞는 방식인지는 모르겠네요.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 )


#2

같은 투어팀이어서 친해진 아르헨티나 미중년 아저씨하고 기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 아저씨가 한국 영화 팬이라고, 김기덕[킴:기둑]감독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정작 저는 그 분 영화를 사마리아 밖에 본 적이 없어서 맞장구를 잘 못쳐줬습니다.

한국 영화에는 폭력의 미학이 있다면서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를 저한테 언급했구요.


솔직히 신기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나라의 아저씨가 한국 영화팬이라는 것도,

그 영화들의 DVD가 에스빠뇰 자막이 있다는 것도.


그 분의 블랙베리로 위키피디아에서 Cinema of Korea라는 페이지에 있는 한국영화리스트에서

왕의 남자, 살인의 추억, 마라톤 등을 추가로 추천해주면서 훈훈하게 이틀동안의 인연을 보냈답니다.


사투리의 그런 정감이나 어조의 차이가 에스빠뇰로 정확히 반영되는지도 궁금했어요.

예를 들어, "그럼 안돼!"랑 "그라믄 안되는 거여~~"는 분명히 좀 다르잖아요. 

아무튼 번역자 분들에게 박수를!!!


#3

여기는 6월 5일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정치과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고속도로 중간의 사막에 있는 바위에 까지 대선 후보들의 이름과 기호가 그래피티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복역중인 전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박근혜 식의 포지셔닝으로 지금 선두를 달리고 있구요.

알베르토 후지모리 시절 쿠데타-라고 하기엔 50명의 중대원을 이끌고 수도로 진격(소총만 가지고...)-를 시도한 

오얀따 라는 분이 노무현 식의 포지셔닝으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52%:48%로 박빙...


여기에도 조선일보처럼 El Comercio라는 사회적영향력이 큰 보수 언론이 있는데요.

원래는 오얀따가 대선후보를 2명으로 좁히는 2차 투표에서 1위로 올라왔는데, 

각종 보수 언론들이 암묵적으로 게이코를 지지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들이 뒤집히고 있다고 합니다. 

뭐 우리나라 작년 지방선거 처럼 여론조사가 허울에 지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요.


오얀따는 쿠데타 시도 이후 유야무야되여 퇴역 후 한국대사관으로 발령(유배)을 받아 지한파로 분류된다는데요.

박통 시절의 경제개발계획에 감명을 받고 그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당선되면 산업시설 국유화, 자원 국유화, 외국인에 대한 세율 증가 등을 추진한다고 하는데요.



아무튼 대선 결과가 기대가 됩니다.




볼리비아로 넘어가야하는데, 농민들이 국경 도로를 점거하는 농성파업을 감행중인 터라 ...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행운을 빌어주세요!




ps. 페루에서 쿠스케냐 라는 브랜드의 흑맥주를 마셨는데, 정말 최고입니다.

혹시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보신다면 주저말고 집으시기를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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