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1년도 안 됐는데...

남자친구의 눈물을 굉장히 자주 본 것 같아요.

 

두 세 번 정도 크게 다퉜는데... 그때마다 남자친구가 눈물을 보였어요.

일부러 감성적인 표현으로 쓴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주룩주룩 운 건 아니었지만, 눈이 붉고 촉촉해져서 우는 게 보이더라구요.

그때마다 다 제가 잘못한거라서 그 순간을 위로해 줄 수가 없었어요.

혼자 있고 싶다면서 저한테 등 돌려 걸어갈 때.. 그걸 잡을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그 때 그 울던 눈이 여전히 생각나요. 오빠는 쪽팔리니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어버이날에 오빠가 고향에 계씬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끊고나서는 저에게 통하해서 엉엉 울더라구요. 할머니가 전화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뭐가 고맙냐고 자긴 너무 죄송하다고...

집에 못 가 본지 반년이 넘어가서 그 그리움까지 함께 터졌는지...

그렇게 범벅이 되서 우는 건 남자는 처음이라 전 그냥 다독여 주기만 했어요. 할머니 행복하실거야...그러면서.

 

그리고 오늘 아침에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꼼데야꼼데야 그러더니...

뭔가 울컥울컥 하는 듯한 목소리로 너무너무 사랑해... 하더니 갑자기 말이 없어지더라구요.

여태껏 누군가가 그렇게 슬프게 사랑해..하는 건한번도 못 들어봐서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하나 당황해서 잠시 저도 말을 잃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우는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우냐고 하니깐 아니라고..아니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제가 기억하는, 그런 잔뜩 젖은 목소리더라구요.

순간 엄청 당황했어요ㅠ 그래서 저도 말없이 있다가 아이고 울지 말라고~-_-;; 굄성없는 목소리로 달래고;;

 

약간 진정이 되었는지 조금 있다가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너한텐 매달리게 돼...나를 좀 더 사랑해줘...그러는데

목소리가 너무 슬퍼서 마땅한 대꾸가 안 나가더라구요.

 

전날밤에 전화하면서 좀 우울한 얘기를 나누긴 했어요. 남자친구 일과 제 사정이 겹쳐서 3주째 못 보고 있는데

제가 힘들다 지친다 외롭다 등등을 늘어놓으면서 못보니 속상하다... 노력해도 안되는게 있는건가..그런 말을 했거든요.

근데 저도 어쩌다 그런 말이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남자친구는 그 말이 너무 속상했나봐요.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미안하다고 끊는 순간까지 그러더니..마음에 품고 잤던걸까요.

 

남자친구가 마음이 여린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몇번이나 그 사람의 눈물을 보니.. 마음이 좋지가 않네요.

남자의 눈물이라는 거에 한때 로망-_-;같은것도 가졌는데... 직접 겪으니 

적어도 저 때문에 우는 건, 그냥, 미안하고 속상하기만 해요.

 

언젠가부터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너무 애틋해요.. 자주 못 보니 불안감에 그렇게 되는거겠죠.

예전에 만났던 사람도 제게 그랬었어요. 굉장히 애틋한 목소리로...날 좀 더 사랑해달라고.

그 말을.. 이 사람이 하네요.. 똑같이. 그것도 울면서.

 

.......

 

아침부터 한끼도 안 먹었는데 물도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그 목소리랑 말이 걸려서 식욕이 없어요...

왠지, 슬퍼요. 사랑한다고 가득히 느끼지만.. 슬프네요.

어제 앞으로 더 잘할게, 그렇게 느끼게 해서 미안해, 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제가 하는데도 어찌나 허무하던지요.

아침부터 그 생각 뿐입니다. 앞으로, 이 사람에게 어떻게 답해야 하는 건지. 있는 그대로는 부족한게 아닐지...

이따 또 통화할텐데 절대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는 전화를 못 받을 것 같아요. 그 사람도 그렇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9
248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29] catgotmy 2011.05.29 2569
247 아침부터 고양이 상담 [7] 호밀 2011.05.31 2395
» (바낭) 남자친구가 눈물을 보일 때. [4] 꼼데가르송 2011.06.02 5425
245 정말 사람은 모르나 봅니다. (Ver 1.1) [20] Weisserose 2011.06.05 4652
244 도서관 책 빌릴 때마다 [19] 아실랑아실랑 2011.06.06 4487
243 수정-배은망덕 [16] 오키미키 2011.06.08 4253
242 저만 이러는거 아니죠?ㅠㅠ [4] 사람 2011.06.08 1877
241 거긴 이가 필요 없어요 [2] 가끔영화 2011.06.10 1674
240 대구 오리온스, 고양시로 연고지 이전. 연고지이전은 구단의 결정만으로도 가능한걸까요? [5] chobo 2011.06.14 1245
239 역겹네요 [고교 교장이 女제자에 1년간 ‘변태 성행위’ 강요 혐의] [20] sweet-amnesia 2011.06.15 4890
238 도미노 갈릭 히든엣지 피자 후기 [9] 프레데릭 2011.06.18 4744
237 이게 진짜 팔던 거였다니!!! [7] 남자간호사 2011.06.20 4038
236 결혼하기까지 선만 서른 두 번. [8] moonfish 2011.06.21 3517
235 [바낭9단] 오늘 웹질하다가 목격한 어떤 맞춤법 [13] 닥터슬럼프 2011.06.27 2520
234 트랜스포머 보며 얻은 깨달음. 개 식육 관련..^_^ [9] 제인구달 2011.07.01 2540
233 당신의 인생 전성기는 몇살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11] 가끔영화 2011.07.09 2370
232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임경업 장군님! 아, 아수라, 이제 아이 귀신에게 빙의! [12] chobo 2011.07.10 3096
231 IKEA 좀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13] 사과씨 2011.07.12 3398
230 [잡담] 발에 땀이 많이 차는 체질... [11] 라곱순 2011.07.14 3686
229 [게임바낭] 음악 때문에 하는 게임 - '루미네스'를 아십니까. [7] 로이배티 2011.07.16 16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