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동안 파키스탄 남성분과 대화를 했습니다.


기차 옆자리에 우연히 앉게 되어서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이 분은 원래 파일럿 생활을 하다가 자산관리사를 하다가 지금은 재난관리 관련 일을 한다고 하는데 제가 이쪽 일을 자 몰라서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지진복구같은 일을 하는 것 같더군요.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저는 파키스탄이란 나라에 대해 워낙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고 다른 나라들과 정보도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나라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지형적 특징부터 테러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는데 

나중에 성문화에 대한 내용도 나왔습니다.


처음 시작은 동성애에 대해 '그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자기는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거기까지 이야기가 뻗어 나간것인데 에이즈부터 시작해서 워낙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쳐서 살짝 당황스럽더라구요.

특히 북유럽은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동성애에 대해서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결국 국가적 문제가 될거라고 주장하더군요.

합법적으로 인정하면 동성애가 더 퍼져나갈거고 그러면 결국 인구수 감소가 심각해질 거라는게 주요 주장이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파키스탄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고 일부다처제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많은 자녀를 출산하고 인구수가 증가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지요.

그 전에 복지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출샨율에 대해 이야기를 잠깐 나눴었는데 그 때 대화의 내용은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건 북유럽 국가들의 출산율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방향이었는데 갑자기 그 출산율 이야기가 동성애와 일부다처제로 연결되어버렸지요;;


동성애에 대해서는 나름 제 의견을 말하긴 했지만 별로 통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저도 안되는 영어로 더 이야기를 끌어나가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그 시점에는 이미 답답해져서 포기해버렸구요.


대화의 처음에는 참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제가 꺼려하는 사고방식들이 나와서 더 당황스럽더라구요.


자기는 세 명의 부인을 두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긴 어머니는 한 분이지만 할머니는 세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파키스탄은 한 집에서 다 같이 사는건 아니고 두 집 살림 이런식으로 따로 산다고 하더군요. 

뭐 일부다처제는 동성애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 문제라고 생각해서 거기까진 별 거부감 없이 들었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원래 강하기 때문에 한 여자로 만족할 수 없다.'

'여자는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면 관계 갖길 꺼려한다.'

'요즘은 여성도 교육을 더 많이 받으려고 하면서 결혼 나이대가 올라가니까 문제가 생기고 있다.'

등등의 말이 나오니까 또 굉장히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잖니' 라는 식으로 다른 의견을 말하긴 했지만... 글쎄요... 아마 제 말을 흘려 들었을거에요;;

나중엔 '그건 그 여자가 널 싫어해서야........' 라고 울컥해서 말했어요. 푸하하.. 


그 밖에도 술은 종교적 이유로 거의 마시지 않는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처음엔 새로운 정보를 접하며 즐거웠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절 몹시 피곤하게 만들었어요.

성희롱 당하는 느낌의 정신적 피로도 있었구요.

성적으로 개방적이어서 같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넌 그런 부분에 굉장히 보수적인데 왜 너는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냐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불편해지더라구요.


물론 이분이 모든 파키스탄인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도 '어쨌든 내 경우'라고 덧붙여 말하긴 했지만..

이슬람 문화권의 사람과 길게 대화한 게 처음이었고 한국도 답답하다 생각했는데 파키스탄은 더 답답한 상황인 것 같아 보여서 좀 씁쓸하긴 하네요.


이 글이 국가나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글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안좋았던 인상에 대해서 쓴 글이다 보니..


첫 파키스탄(이슬람문화권) 친구........가 생길 줄 알았는데 

받은 메일 주소로 메일을 쓰고 싶진 않네요.. 첫 파키스탄 친구는 언젠가 만날 다른 분이 될 것 같아요.


여튼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아주 긴 시간의 대화였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1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36
238 나가수 윤밴 공연에서 피아노 치신 분 ~ [2] 민트초콜렛 2011.03.21 2138
237 듀나인) 네이버가 너무 느리게 뜹니다. [5] 지루박 2011.03.22 1711
236 [급질] 방금 아이폰 4 샀어요 [6] 지루박 2011.03.27 1995
235 약자와 강자.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7] 민트초콜렛 2011.03.30 1754
234 축하해주세요!!! [12] at the most 2011.04.18 2003
233 [바낭]체구가 너무 작은건 불편해요.. [4] 대형갈매기 2011.04.22 2224
232 웹브라우저에 대해서.. [2] 대형갈매기 2011.04.23 1254
231 우울한 화요일 밤엔 고양이 사진을 [6] 서쪽 숲 2011.04.27 2115
230 [바낭] 출근길, 지하철에서 카페타 읽는 패션피플 청년 발견. [8] Paul. 2011.04.28 3324
229 추위를 넘 타는것 같아요. 좋은 방법 없을까요?ㅋ [14] ONEbird 2011.04.30 2677
228 [듀숲]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사장님의 고양이 채식 드립. [13] Paul. 2011.05.06 6819
227 나가수 7위를 2번하면 떨어지는 방식이 어떨까요... [13] 발라바라니꼬 2011.05.08 2780
226 이번 주말에 할만한 활동 추천 좀 해주세요. [4] 해삼너구리 2011.05.10 1639
225 임재범씨 [나가수] 안나왔으면 좋겠습니다. [21] 아.도.나이 2011.05.18 5893
224 백합코드가 뭐냐고 묻는 임나미.twitter [5] 사람 2011.05.25 4221
223 [듀나인] 중고 넷북 팔 때 시세 [2] 천생염분 2011.05.27 1949
222 휴대폰 전자파 유해성 [6] 재생불가 2011.06.02 2039
221 (바낭) 남자친구가 눈물을 보일 때. [4] 꼼데가르송 2011.06.02 5425
» 파키스탄의 남성분과 길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15] 지금청춘 2011.06.04 6262
219 바로 그 연휴 플레이샵을 다녀왔슴당--; 사람 2011.06.04 13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