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삼성팬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야구판이 양적으로 커지면서 다른 여러 팀들이 그에 따른 이득을 보았는데 삼성은 다른 팀들에 비해 그런 이득을 많이 보지 못해서 상대적으로 비인기구단처럼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현상이 재미있는거 같아서 왜 그런지 한 번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팬의 숫자가 적어보이게 된 이유, 혹은 요새 야구판에 유입되는 신규 팬들 중 삼성팬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 말이죠.



첫째 골수 삼성 팬들의 나이가 많습니다. 지금 야구판에서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LG팬들의 경우, 90년대 엘지가 매우 잘나갈때 야구를 보았던 어린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엘지팬들은 2~30대 남성들이 많은거죠. 아무래도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모든 측면에서 세력이 막강해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활동적이니까요. 반면 삼성이 잘나가던 시절 주로 야구를 보았던 세대는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시기에도 성인이던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대구구장의 최고의 스타가 이만수 코치라면 말 다한거죠. 저도 아주 어린 시절에 이만수 코치가 현역으로 뛰던걸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에도 전성기를 지나서 주전으로도 뛰지 못하던 이만수 선수에 대한 응원이 제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폭발적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하여튼 아직도 두터운 팬층이 확보되어 있긴 한데,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많아서 눈에 띄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대부분 신규 유입되는 야구팬들이 1~20대의 젊은 세대가 많은데 아무래도 친구따라 특정 구단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삼성이 신규팬 유치가 다른 팀 만큼 원활하지 못한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거라 봅니다.



그리고 삼성은 다른 측면 때문에도 신규 팬들의 유입이 쉽지 않은 구조인데요, 일단 요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여성 야구팬들을 유치하기엔 대구구장의 시설이 너무 열악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새로운 야구팬 혹은 특정 야구구단의 팬이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입니다. 친구 혹은 남자친구가 야구장에 가자고 합니다. 뭔지 모르지만 놀러가자고 하니까 따라갑니다. 야구장에 가서 하는 응원이나 야구장 분위기가 너무 좋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야구 선수들도 잘 생기고 멋있는거 같습니다. 친구 혹은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두산팬이라고 합니다. 너도 오늘 두산야구 봤으니 두산팬 하랍니다. 까짓거 그러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TV나 인터넷 등에서 두산 얘기를 관심있게 보는거죠. 즉 많은 여성들의 경우 야구팬이 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코스가 야구장에 가서 야구의 재미를 몸으로 느끼는 것인데 대구구장은 찾아가서 응원하기에 여건이 너무 안좋습니다. SK가 파크 개념의 야구장을 도입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창단 10년만에 인기 구단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데, 삼성은 모기업이 돈이 얼마나 많든지 간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려고 해도 하기 힘든 구조죠.



이 외에도 삼성팬들의 숫자가 적어보이는, 야구 내적인 이유가 한가지 있는데... 사실 이게 참 민감한 부분이죠. 삼성의 야구 스타일의 변화 때문입니다. 우동수, 이마양을 기억하신다면 분명 오래된 야구팬이실겁니다. 우즈-김동주-심정수, 이승엽-마해영-양준혁으로 이어지던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던 두산, 삼성의 클린업을 부르던 표현이었죠. 삼성은 뻥야구의 대가였습니다. 한화도 다이나마이트 타선이다, 뻥야구다라는 별명이 붙었었습니다만, 사실 진정한 뻥야구는 삼성의 팀컬러였죠. 10점주면 20점 내고 이기는 야구를 추구했으니까요. 지금이야 인기없다는 얘기를 듣는 삼성이지만, 이승엽 선수가 홈런 신기록에 도전할 때만 하더라도, 야구팬의 절반은 삼성팬이라고 봐도 무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게 고작 10년도 되지 않은 이야기네요. 이-마-양이 활약하던 시절만 놓고 보자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이 삼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시원하던 뻥야구로 우승을 못하던게 문제였죠. 삼성에서는 최고 인기, 명문 구단의 상징인 우승을 쟁취하기 위해 적장이었던 김응룡 감독을 사령탑으로 임명합니다. 이게 지금 생각해봐도 엄청나게 파격적인 인사인데,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번번히 물을 먹어야 했을 때 바로 그 상대편 감독이 김응룡 감독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바로 그 적장을 데려와서라도, 그러니까 자존심을 어느 정도 접어두고서라도 우승을 해보겠다는게 삼성 프런트의 의지였고, 그 의지대로 삼성은 결국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때 삼성팬들의 한이 풀린 측면이 커요. 그때까지만 해도 뭔가 삼성팬들이 분노와 악에 받쳐있는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요새야 자조와 자학이 롯데, LG팬들의 트레이드마크 입니다만, 당시만 해도 '죽어라 2등만 하고 우승은 하지 못하는' 삼성이라는 팀에 대한 애증이, 팬들사이에서는 삼성을 가장 열정적으로 응원하게 된 힘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덜컥, 그것도 적장을 데려와서 우승을 하게 되니까 그 한이 많이 사라진거죠. 그 전에는 소위 말하는 삼팬 중에서도 악질이 참 많았는데 우승한 이후에는 오히려 삼팬들은 가장 점잖은 야구팬 무리에 속하게 된 거 같습니다. 



그리고 김응룡 감독 이후에 선동렬 감독이 취임해서 삼성을 이끌게 되었는데, 이 때 많은 삼성 팬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게 된 것 같습니다. 일단 성적으로 평가했을 때 선동렬 감독은 분명 명장입니다. 6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팀을 두 번 우승시켰고 세 번이나 한국 시리즈에 올려놓았으며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 했습니다. 현역 감독들 중 선동렬 감독보다 뛰어난 업적을 지닌 감독은 김성근 감독 뿐입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이 보여준 야구가 그 전까지 삼성야구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당연히 승리가 최우선 목표이고, 많이 이기고 잘 이기면 좋은 팀 뛰어난 지도자가 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평가의 문제고 팬들이 그 야구를 좋아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죠. 일단 불펜들이 나와서 그렇게 지독하게 잘 틀어막는 야구는 야구를 처음 접하는 팬들이 흥미를 느끼기에는 어렵습니다. 그것이 고급 야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 팀이나 선수진을 구성하기도 어렵고 그런 식으로 야구를 하게 되면 승률이 잘 나오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그 야구를 보고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야구에 대한 이해와 식견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팬들이나 가능한 것이지, 처음 야구를 본 사람들이 왜 좌타자가 나오면 권혁이 나오는지, 9회만 되면 오승환이 나오는지 알게 뭐랍니까. 야구를 처음보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홈런, 적시타, 도루와 같은 공격적이고 직관적이고 화려한 플레이들 아니겠어요. 선동렬이 추구하는 고급 야구는 그런 직관적인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게 문제입니다. 그 전까지 삼성의 팀컬러는 그 어느 팀보다 직관적이고 화끈했거든요. 그 변화에서 나타나는 괴리에 팬들이 많이 흥미를 잃은거죠.



그래서 선동렬의 야구가 나쁜 야구냐, 혹은 팬들을 외면하는 야구냐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선동렬은 삼성이라는 팀의 체질을 확실히 개선했고, 그 개선된 체질은 류중일 감독을 비롯하여 후임 감독들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겁니다. 사실 예전에 삼성이 직관적인 야구, 혹은 화끈한 야구를 할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돈이었어요.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돈주고 사서 썼습니다. 물론 9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던 삼성을 이끌던 주역들은 대부분 삼성의 연고지인 경북 출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FA가 활성화되면서 삼성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돈을 써서 선수들을 수급했고, 그 선수들을 통해 성적을 냈습니다. 화려한 선수들을 사와서 화려한 플레이를 시키니 당연히 화려한 야구를 했겠죠. 그런데 선동렬 감독은 FA 영입은 최소화 하고 자체 수급된 선수들을 쓰겠다는 방침으로 팀을 운영했습니다. FA로 자주 선수 수급을 하게 되면 나타나는 단점이 그 팀의 팜, 그러니까 그 팀의 유망주들이 잘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싸고 기량이 완성된 선수들을 주로 기용하다보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선수들이 성장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삼성은 계속 그런 식으로 운영해도 상관없는 팀이었습니다. 돈이 많으니까요. 굳이 유망주 육성할 필요없이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FA 풀릴 때마다 사올 수 있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그 맛에 야구보는 재미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동렬은 그런 식의 야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거죠. 지금 삼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 최형우나 박석민, 차우찬 등 거의 모든 주축 선수들은 삼성에서 2군과 백업, 불펜을 오가던 선수였습니다. 2군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가능성있는 유망주 선수들이 1군에서 적극적으로 기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 선동렬 감독의 진정한 업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반드시 그런 식의 바람직하고 고급스러운 야구 시스템을 팬들이 좋아하는건 아닙니다. 구단의 사장이 바뀌고 감독을 교체하면서 모토로 삼은 것이 화끈한 야구였습니다. 이는 류중일 감독이 천명한 것처럼 화끈한 공격야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 아니라, 예전처럼 화끈하게 FA 시장을 주름잡겠다는 프론트의 의지표명이기도 합니다. 예전 LG 프론트가 김성근 감독을 내칠 때 썼던 '감독님의 야구는 LG의 야구가 아닙니다'라는 표현처럼, 지금의 삼성 프론트가 생각하는 삼성의 야구는 선동렬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부족한 포지션이 있으면 최고의 선수를 사와서 최고의 야구를 한다'가 현재 삼성 프론트가 추구하려는 야구인 것 같고, 분명 그런 야구에도 매력이 있습니다. 양키즈나 요미우리가 하는 야구가 사실 이런거죠. 그리고 두 팀은 현재 그들이 속한 리그에서 최고의 인기 팀이고요. 아마 삼성도 예전 삼성의 스타일을 찾게 되면 인기를 또한 되찾을 수 있을거라 봅니다. 벌써부터 삼민호 삼택근에 대한 기대들이 삼성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걸 보면 이러한 예전 삼성 야구가 부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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