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런 얘기(일부 내용 삭제)

2011.06.11 00:55

Koudelka 조회 수:2721

    사실 요즘 제 신경을 갉작거리는 지점이 일상의 어떤 부분을 타의에 의해 의식하게 만드는 상황들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와 1:1로 점심을 먹어도 상관없는 일들이, 저의 상황이 되면 하나의 주목거리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듣고 깨닫고 상당한 피로를 느낍니다. 즐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여자라는 것을 새삼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이 담백하게 먹는 냉면 한 그릇조차도, 내가 누구와 점심을 먹는지 또는 퇴근 후 누구를 만나는지가 어린 여자동료들에게조차 지대한 관심거리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진짜 피곤해요. 물론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무심하고 무상하게 지나치지만, 그들에겐 이런 게 왜 신경쓰이는 대목일까 이해가 되지 않고, 일찍이 경험한 여자들 집단 안에서의 은근한 소외나 그룹핑에서 제외되는 씁쓸함을 맛본다는 게 이 나이에도 과히 담담하게 넘길 대목은 아니지만요.

 

    언젠가 글에도 썼듯 저의 여성성은 한 번도 과시된 적 없지만 그렇다고 위축된 적도 없지요. 항간에 떠도는 ‘한국여자론’을 다 뒤엎는, 데이트비용을 전부 다 대가며 물심양면으로 남자를 만난 여자를 꼽자면 단연코 여기 있어요. 어쩌면 저는 남자로 하여금 지갑을 선뜻 열게 만들고, 다 먹고 마시고 난 뒤 살풋 미소 지으며 “잘 먹었어요” 라는 인사로 남녀가 공존하는 시공간적인 비용을 대체할 만큼의 가공할 절대적 미모가 없다는 데서 속으로 한숨짓는 여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여자들에겐 늘 경계의 대상이었고, 남자들에겐 가당치 않는 미지와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있는-_-... 제가 그닥 되고 싶지 않았던, 대놓고 예쁘지는 않은데 에둘러 ‘매력적’ 이라 퉁치는 그런 여자로 자리매김한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억울함이 앙금처럼 가라앉았어요.

 

   사실, 제가 진짜 되고 싶었던 건 말 그대로 인형처럼 예쁘고 백치미가 뚝뚝 흐르는 공주과, 한 마디로 “예쁘다!” 라는 말 말고 다른 잡다한 수식어가 필요없는 그런 여자였어요. 이 부분은 지금도 늘 제겐 2%가 아닌 98% 부족한 지점일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썼는데 막상 김태희를 보고 본인조차 무감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새삼 김태희 미모를 논하자는 건 아니니 논쟁은 삼가주시고... 그러고보니 김희선 정도나 되어야 제가 원하는 필요충분조건일까요. 어쩌면 저는 백치이긴 하나 그것을 승화시켜줄 미모가 안 된다는 데서 오는 절망감 급습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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