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외부기고자의 글입니다. 맨 아래에 조선일보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다는 토가 달려있었긴 합니다만

그냥 퍼왔습니다. 글이 조금 길긴 하지만 읽어 볼 만 하다 싶어서.. 

 

[기고] 실업高 학생에게 '반값 등록금'은 배부른 이야기
김소한 안산공고 교장·전국공업고등학교장회 회장

 

지난주에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도심시위가 벌어졌다. 유명 연예인도 나오고 정치인도 합류했다.

대학생들의 요구는 이미 등록금의 합리적 조정 정도가 아니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 돼 버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랜 기간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과거 우리 아버지·어머니는 소 팔고 논밭 팔아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

때문에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당시는 학비를 마련할 수 없으면 대학입학 자체를 꿈도 꾸지 못했다. 

대학교육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랐고, 대입 진학률은 30%대였다. 현재 우리는 82%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대학 교육은 의무교육처럼 된 지 오래고, 대학에 다니지 못하면 창피한 사회가 됐다. 하지만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대졸 실업'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한 해 5조~6조원의 국민 세금으로 대학을 지원해 학생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부실대학을 살리고,

무작정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묻고 싶다.

부실대학 여부에 상관없이 '대학 간판'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재정지원의 효율성은 무시하고 모든 대학에 다니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의 반값을 무조건 지원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다른 면에서 보면 2010년 현재 실업계고 재학생은 46만6000여명으로 일반계고 재학생의 30% 수준이다. 그마저도 감소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이 대학 중퇴 이상인 경우 86.2%가 일반계나 특목고에 진학한다.

반면 부모가 중졸 이하 학력을 가진 경우 52.1%가 실업계고에 진학한다. 실업계고 학생 중 중도탈락자는 일반계고의 4배에 이른다. '가난의 대물림'이다.

 

우 리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묵묵히 공부하고 실습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대학 졸업생이 꺼리는 '3D 업종'도 마다않고 진출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접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아이들에게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는

다른 세상의 배부른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직업학교 학생 비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가운데 2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독일(65%), 대만(45%), 핀란드(40%) 등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한 나라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식을 생산하고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도 필요하지만

산업 기층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도 있어야 한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기술 혁신만큼 중요한 것이 기술 인재의 양성이다.

 

이번 기회에 단순히 등록금 문제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검토해 봐야 한다.

기술과 능력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민심을 걸러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정치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위를 선동해서는 안 되며, 지식인들도 비등하는 여론에 무책임하게 편승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책임의식을 갖고 보다 근본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과 교육자,

학생들의 올바른 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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