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추수감사절날 그 집 3대째 아이들이 할아버지네 농장에 놀러옵니다. 마당에 있던 칠면조에게 먹이를 주며 재미있게 놀다가 들어왔죠.

그런데 식탁위에 그 칠면조가 올라와 있네요. 아이들이 이게 그 칠면조? 라는 표정으로 보더니 엉엉 울면서 안먹겠다고 하죠.

 

누구와 친해지는 것과 그 친한 대상을 옹호하는 것은 논리적으로/감정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그 친해진 대상의 친구에 대해서도 우리는 원래 대상과 비슷한 감정을 갖습니다.

 

저에겐 친한 개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론 개들은 모두 그 개의 친구나 동료로 보이죠.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서가 거꾸로이지만 사람도 마찬가지죠.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 중 하나와 친해지면 그 집단과 친하게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알게될 때는 거의 다 이런 과정을 따릅니다.

구체적인 상대를 먼저 알고 그 상대를 통해 그가 속한 범주를 이해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개개인의 세상은 넓어지는 거고, 그것이 인간성이 확장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원래 우리에 속하지 않던 것을 우리의 범주에 포함시킬수록 우리는 더 커지는 거죠.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이기도 합니다. 사실 휴머니즘이란 엄청 인간중심적인 논리니까요.

 

근데 기독교를 제외한 대다수의 종교도 이런 논리를 담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이유는 모든 생명이 윤회를 통해 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어디서는 특정한 동물만을 그런 이유로 존중하고요.

 

이렇게 보자면 개 옹호자는 개를 존중하는 어떤 종교적 가치관 소유자 집단이라고 봐도 틀린 건 아닙니다.

휴머니즘은 사실상 인간 존중의 종교죠. 가능하다면 존중의 대상을 넓히는게 좋은 거고요.

사실 저는 종교의 유일한 가치는 존중의 범위를 확장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 특히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가장 급이 떨어지는 종교고요.

 

인간성의 확장을 개 옹호의 논리로 내세우는 건

나머지 논리는 실제로 별로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각성의 기준으로 보자면 개보다는 소/돼지의 식육이 우선 문제 맞습니다.

가장 많이 먹는 소나 돼지, 특히 소의 경우는 온실효과나 환경파괴라는 문제도 심각하죠.

하지만 그걸 안먹자고 해봤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씨알도 안먹히죠.

물론 정확히 이 논리를 따르고, 보편적인 생명존중의 논리를 따라서 아예 채식을 하는 소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나머지에겐 그건 보편적인 문화적 습관이고 감정적으로도 굳이 안먹을 이유가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있는 어떤 분들에게 개가 그런 것처럼요.

 

그래서 앞서의 논리, 인간성의 확장을 내세우는 거죠.

당신 친구의 친구도 당신 친구고 친구가 많아질수록 당신은 더 큰 사람이 되는 거라는...

그리고 나면 "친구를 잡아먹는 사람이 어디있냐." 는 심한 말이 나오거나,

혹은 말로는 안해도 "적어도 그걸 일부러 잡아먹는 걸 즐길 필요가 있겠냐." 정도의 생각이 나오는 겁니다.

이게 제 감정에 가장 잘 맞는 논리입니다.

개나 고양이를 자랑하며 먹는 사람을 볼 때마다 드는, "굳이 왜 저러고 싶을까." 싶은 마음의 논리적 근거도 이것이고요.

 

길가다가 강아지에게 호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개를 먹는게 어딘가 찜찜한게 당연한거 아닐까요?

그런데 그걸 억지로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요.

소나 돼지는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소를 본 적도 없죠. 소와 친해질 기회는 물론이고요.

 

재미있는 건 여기서 개 식육을 옹호하는 분들도 자기 자신은 그걸 즐기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나 자신도 썩 그게 내키지는 않아. 나도 그런 사람은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으신 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어떤 분들은 소수 가치나 소수 권리의 옹호로서 개 식육을 옹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논리에 대해서는 저도 특별히 반박할 거리는 없습니다.

여전히 굳이 왜 그걸 해야 하나. 는 질문 밖에는요.

 

사실 논리적으로는 현재 상황에서 개를 먹는 게 참 위험한 행동이기도 하거든요.

아시다시피 개 도살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무슨 개를 어떻게 도살하고 어떻게 유통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요.

그만큼 위험한 먹을거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합법화가 적어도 지금 사람들에겐 우선적인 대안일 수도 있죠.

 

 

어쨋든 저를 광신도로까지 몰아가는 의견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럴까? 싶어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 강요하지 말아라." 가 가장 확실한 대답인 것  같군요.

 

 

강요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주제에 관해 일부러 반항을 하실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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