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신 듀게틱하지 못한 글이란 말입니까, 아 써놓고도 민망함이 온 몸을...


 

심지어 전 30대 남자입니다.

 

남자도 가방홀릭이 될 수 있겠지만 전 제가 봐도 너무너무 심한 거 같습니다.

 

원래도 쇼핑에 열광하고 쇼핑이 인색의 낙이요, 제 찌질한 인생을 구원해주는 행위지만 최근엔 이게 너무 지나친 거 같아요.

 

지금 제 방에 있는 가방을 세어보니 조그만 가방까지 합해서 무려 20개가 넘는 거 같습니다. 이건 분명히 지나치게 많은 거겠죠?

 

물론 대다수 가방은 더 저렴한 녀석들입니다. 딱 한 점을 제외하곤 10만원 초반대가 가장 비싼 가격입니다.

 

문제는 점점 더 가방에 대한 애정(이라고 써놓고 집착이라고 읽는다)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3달간 싸구려 가방까지 합해서 5개는 족히 넘게 산 거 같구요.

 

더 문제는 이제 보는 눈이 점점 명품가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도 프XX 매장 세일하길 래 구경하러 갔다가 하나 눈에 확 들어오길래 카드를 부여잡고 꾹꾹 눌러참았는데 어느새 컴퓨터 앞에서 폭풍 검색질을...

 

구X 매장에서 가방 한점 큰 맘먹고 지른지 3달도 안됐는데 아아 카드 할부금이 뭔말이랴...

 

웃긴 건 옷이나 신발은 완전 싸구려만 취급한다는 거에요. 겨울 외투건 수트건 운동화건 구두건 비싼 건 단 한점도 없고 다 '진짜 그 가격이 맞아?'하는 감탄이 나올 만큼 저렴한 것들이라는 거에요.

 

그나마 얼마전까진 분수에 맞게 명품 가방은 그저 매장과 온라인에서 구경만 하는 수준에 그쳤는데 몇 달 전에 큰 맘먹고 한 점 갖고 오고 나서는 이제 '기왕 하나 산거, 한 점 더?' 라는 생각에 휩싸여서 허우적 허우적...

 

30분 전까지만 해도 롯X 쇼핑몰에서 프XX 가방 40% 할인에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파는 걸 보고 또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이걸 10개월 무이자 할부로 확 질러버릴까?' '구X 하나 샀으니 이제 프XX 한개 쯤 마련해도 괜찮지 않을까?' '구X는 토트백이고 프XX는 숄더백도 되고 크로스 백도 되니까 나에게 필요한 녀석일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서리... T.T

 

그래봤자 둘 다 명품 가방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지만(가죽도 아니고 둘 다 100만원 안쪽의 가격이지만 그래도 저 같은 일반 소시민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이 야밤에 이 짓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저 이러다가 내일 영등포 프XX 매장 달려갈 거 같아요. 구X랑 프XX 하나 씩 사게 되면 제 못말리는 가방병이 멈춰질까요? (과연?) 이러다 루이XX에 에르XX까지 가는 거 아닌가 몰라요

 

명품백 하나 사서 고이고이 모셔서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평생 만족하면서 사용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나요? 하나를 사면 또 다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는게 사람 심리인데...

 

이러다 언젠가 듀게에 가방 벼룩을 거창하게 펼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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