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4 08:32
이 친구와 동거한지도 이제 몇 달째가 되어 가는군요.
올해 봄이었습니다.
창 밖에서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올해는 매미들이 미쳤나 왜 벌써부터 울기 시작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무슨 소리야.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데"
이명 현상이라고 아시죠? 귀에서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것..
그게 제 오른쪽 귀에 온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이어폰으로 큰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부한답시고 강의 녹음한 것들을 mp3 플레이어에 담아 출퇴근할 때나 짬이 날 때마다 끊임없이 들었는데
볼륨을 좀 높여서 들었더니 귀가 못 버틴 것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도 하고 이명현상 없애는 약도 먹었지만 없어지지 않네요.
의사가 약먹으면 나을텐데 매우 희귀한 확률로 그 소리 평생 들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매우 희귀한 확률이 저한테 왔나 봅니다.
로또는 올 생각을 안하고 이런 확률만 자꾸 옵니다.
계속 매미 소리가 들리지만 그렇게 큰 불편은 없습니다.
여름에 밖에서 진짜 매미가 계속 운다고 해도 거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잘 못느끼는 것 처럼
제 오른쪽 귀에 사는 매미도 소리에 집중하지 않으면 잊어버립니다.
소리도 진짜 매미소리랑 똑같아서 나름 자연의 소리고..
어떨 때는 숲에 온 것 같은 청명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같이 살고 있습니다.
잠 자려고 누웠을 때만 조금 성가시네요.
이제는 꽤 오래 함께했으니 같이 사는 이 친구를 인정하고 이름이라도 하나 붙여줘야 할 시기가 온 것 같군요..
여러분도.. 고요함의 즐거움을 앞으로도 계속 느끼고 싶으시면 이어폰 볼륨은 낮춰서 너무 오래 듣지 마세요.
특히 커널형 이어폰으로 볼륨을 너무 높이는 건.. 귀에 매미 친구 와서 살라고 꿀 바르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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