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블루레이

북미에서 '희생'이 블루레이로 나옵니다!
위대하신 타르코프스키 감독님 만세 만세 만만세.
그리고 매번 좋은 영화 내주시는 키노 인터내셔널에 만세.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 "키노"라는 이름은 은근히 시네필과 인연이 깊군요.
첫번째는 동숭아트홀 앞에 있던 영화 전문 샵의 이름.
(영화 음악이랑 포스터랑 기타등등을 팔던.)
두번째는 다들 아시는 정성일 편집장의 잡지.
세번째는 미국서 은근히 아트 영화 많이 내주시고 이번엔 이창동 감독님 작품까지 블루레이로 내는 이 회사.





인간의 조건.

'할복'의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 
역시 '할복'의 주연이자 구로사와 아키라 작품들로도 잘 알려진, 나카다이 다쯔야 주연의 작품.
영화는 기대보다도 훌륭했고, 
걱정했던 1,2부의 "비열한 조선인" 설정은 거슬리긴 했지만 작품 감상을 망칠 정도는 아니었음.



하지만 이 걸작을 보고도 남들에게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다름아닌 러닝타임.

이 영화의 총 러닝타임은 574분, 10시간에 육박합니다.
10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라기보다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90~100분짜리 장편 6편의 묶음이라 봐야 할 듯 한데요.
어쨌든 이틀에 거쳐 전편을 보고나니 사람이 초죽음이 되더군요.
물리적인 길이도 그렇지만 영화 자체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데가 있어서…
아, 지루하다거나 짜증난다는 건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대중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죠.
하지만 작품 자체가 거대한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개인을 그리고 있고,
주인공이 끊이지 않는 고난 속들을 하나하나 거쳐가는 스토리이다보니…
게다가 결말이 참 암울합니다. 이렇게 끝낼 거면 주인공이 10시간 내내 고생한 보람이 없잖아!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라서 생략...)
어쩌면 원작자나 감독의 마음은, 일본 사회와 역사에 대해 싸워나가려는 의지는 있어도 이길 거란 희망은 적었던 걸까요?

하여간 이제 15일, 16일 상영만 남았습니다.
35mm 스크린으로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테니, 다들 놓치지 마시길.
아, 이번 영화제에서는 인간의 조건 뿐 아니라 할복, 괴담, 지고이네르바이젠 등도 상영합니다!
http://djuna.cine21.com/xe/news/2441191




트랜스포머3

얼마전에 이 게시판에서 "마이클 베이와 롤랜드 에머리히 중 누가 더 연출을 못하나요?"라는 글이 올라왔었죠.

예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이젠 마이클 베이가 확실히 연출 못합니다. 끝. 피리오드.

저도 나쁜 녀석들 1편 나왔을 때는 친구들과 비디오 빌려보고선 "새로운 액션이 나왔다!"고 감탄했던 사람이고,
어떤 분들처럼 "생애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에는 절대 동의 못하겠지만, 어쨌든 극장에서는 "더 락"을 신나게 즐겼던 사람입니다.
그치만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는 그냥 연출을 "못"합니다.
제작진이나 각본이나 프랜차이즈의 속성이나 기타등등 다 핑계로 대더라도,
그냥 순수한 "연출력"에 대해서는 어떤 쉴드도 쳐줄 수 없네요.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정말 못만들긴 했는데 보면서 돈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이건 영화가 아니라 2시간 반짜리 cg 쇼케이스라고 생각하니 괜찮더군요.
어릴때, 코엑스에서 컴퓨터 그래픽 전시회같은 거 열리면 
거기 가서 픽사 단편 같은 것들 보며 하루종일 서있던 추억이 생각나는군요.

1,2편과 달리 이번엔 대중들의 반응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아직까지 "속았다"는 반응보다는 "뭐 그래도 재미있던데요?"라는 반응이 더 많아보입니다.
근데 이렇게 되면 고민이 생깁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게 치밀한 이야기나 완성도가 아니라
그냥 아주 최소한의 느슨한 플롯에 얹은, 화려한 볼거리라면,
과연 영화나 다른 영상물에 "이야기"란 필요한 걸까요?
대중들이 원하는 건 재미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재미있는 이야기보다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화려한 볼거리"라면 
과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옳은 걸까요?
게다가 지금처럼 순환 사이클이 빨라져버린 문화의 "대량 인스턴트 소비"의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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