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7 23:12
다음 학기에 시창작 입문이라는... 제겐 무지 무서운 강의를 들어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시를 써보고 있어요. 교수님이 창작물로만 평가를 하신대서 엄청 겁먹고 있거든요ㅠㅠ
방학하고 바짝 공부하면서 세 편의 시를 썼습니다.
학기 중에는 시간이 빠듯해서 방학 때 써 놓은 시들을 수정만 해서 수업 시간에 내야할 것 같아요.
염치불구하고, 시 좀 봐주세요ㅠㅠㅠ 일학년이고, 시 습작 경험은 거의 없으니, 어떤 평을 들어도 감사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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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비명들
비의 발목이 으스러지는 소리에
나의 발은 목소리를 잃고
할머니의 발은 딸꾹질을 시작했다
비명보다 무서운 숨
소리, 딸꾹
이상해요 할머니
모기의 날개가 피에
젖지 않아요
이상해요 할머니
할머니의 죽음은 아직도
자살할 생각이 없대요
할머니의 발이 문득
멍든 포도를 어루만진다
청포도가 되는 기적
은 없다
그러나 천천히
온기 도는 우리들의 발
천천히
사라지는
비와
발과
부러진 발목의
비명
바람의 부는 날의 치마
바람이 부는 날엔 치마를
입지 않기로 한다 아스팔트의
볼록한 구멍들
속으로 발이 아닌 발가락도 아닌
그러나 발냄새 풍기는
바람이 자빠진다
흔들거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신호등은 촛불처럼 깜빡이고
나는 갑자기 어지러워
가만히 촛불을 끈다
아무도 오라고 손짓하지 않건만
나의 치마는 돛대마냥
바람에 응답한다
바람을 맛보는
아스팔트의 돌기가
징그러워, 모든 돌기는 실은
구멍이야
그래서 나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치마를
입지
않기로
한다
젓가락
젓가락을 목발 삼아
몸을 가누어 본다
김이 나는 김치와
쉰내 나는 찌개가
나를 노려 본다
나의 식도는 혀에게
질식당한지 오래
되었단다
나의 혀는 이에게
짓씹혀진지 더욱
오래 되었단다
가엾은 내 겨드랑이,
젓가락에 못 박히는 겨드랑이
아무래도 나는
젓가락을 십자(十子)로
쥐어보지 못한 죄로
성스럽게 속되게
절힉하며 걸식하며
아멘, 혹은 라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