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4 00:07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곳도 어느 정도 제 나름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읍내에 몇 채 없고 하천 옆으론 논밭이 대부분이죠.
밥때가 되면 뒷마당 밭 한구석엔 길고양이들이 드글드글하고 그거 보고 개는 폴짝폴짝 뛰면서 짖어대고. 요새는 익숙해졌는지 제 물통만 안 건드리면 신경도 안씁디다만.
하여간 이런 시골인지라 벌써부터 잠자리가 날아다녀요. 학교 근처에선 코빼기도 안 뵈던 녀석들인데.
오후에 잠깐 비가 그쳤을때 밖에 나가봤습니다.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 분들이 주말에 만든(완전 맥가이버들) 차고 지붕 밑에서 개 밥주고 놀았죠.
그러다 문득 위쪽 모서리 부근을 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있더라구요. 걸린지 얼마 안 된듯 거미줄이 부르르 떨리고 있고.
어렸을 때 같으면 어디서 나뭇가지라도 주워 거미줄을 걷어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좀 쳐다보다 금세 딴 짓을 하게 되더군요.
잠자리만 놓고 보면 불쌍한데 거미를 생각하면 '저거 없으면 또 며칠을 굶어야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게다가 집이 망가지면 또 새로 지어야 하잖습니까.
먹은 것도 없는 빈 속에 거미줄을 만들어내야 한다니!
아침밥 안 먹고 논일하면 얼마나 힘든데!
음, 요샌 그렇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769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6228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6345 |
13 | 영웅본색이 생각나는군요. | 자본주의의돼지 | 2012.09.29 | 1263 |
12 | 덕심으로 질러놓고 하진 않을 게임 [3] | 타락씨 | 2015.01.18 | 1245 |
11 | 요즘 읽은 소설들과 파리 5구의 여인 | 칼리토 | 2013.05.09 | 1234 |
10 | 팝가수가 어디 목소리만 다 입니까 [4] | 가끔영화 | 2011.07.04 | 1185 |
9 | 러브레터 일까요 아닐까요 [4] | 가끔영화 | 2012.02.04 | 1079 |
8 | 바낭) 잠을 깨운 두 개의 꿈 이야기 [4] | sweet-amnesia | 2011.05.18 | 1003 |
7 | 재개발, 뉴타운 정책 수정 발표에 따른 궁금증 | chobo | 2011.04.15 | 915 |
» |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아니라 거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군요. [4] | 외팔이 | 2011.07.14 | 913 |
5 | 유튜브 콜렉션 [2] | calmaria | 2012.04.01 | 910 |
4 | 조국의 양심, 조기숙의 양심 [3] | 타락씨 | 2019.09.28 | 815 |
3 | 쪽지 보내기 기능 없어졌나요? [2] | 나타샤 | 2012.02.02 | 778 |
2 | 국정감사 시즌에 대한 상상도, 그런 걸까요? [3] | chobo | 2011.09.20 | 769 |
1 | 우린 장필우의 생존이 아니라 미래차의 생존을 지키는 거야, 우리의 생존을 위해 | 타락씨 | 2019.10.17 | 3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