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87517.html

 

한겨레가 약 3개의 기사를 통해 고위 공무원 티오의 고시 출신 독점 현상에 대해 썼네요.

 

'부모 잘만나서' 얻은 프리미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부당함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할거냐,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고 인정할거냐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적어도 이재용이 이건희를 아버지로 둔 덕에 그 나이에 그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삼성 사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어 보입니다.

 

그런데 노력으로 딴 프리미엄은 어떨까요?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현재 공무원이 되려면 대부분은 9급, 7급, 5급 공무원 공채 시험을 봐야합니다. 5급 시험을 보통 '고(등고)시'라고 부르고, 7, 9급 시험을 '공(무원)시(험)'라고 부르죠. 고시에 붙기는 어렵지만, 일단 붙으면 어린 나이에 5급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예전엔 5급, 7급까지는 대졸자가 치는 시험, 9급은 고졸이 치는 시험이라는 인식이 많았죠. 뭐 공무원이 인기 직장으로 떠오르면서 그런 경계도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관련 기사에도 보면 명문대를 나와 5급 시험을 쳤지만 실패하자 7급으로 눈을 낮춘 경우가 나오죠. 9급으로 간 경우도 아마 있을겁니다. 하여간에, 일단 출발 지점이 5~9급으로 정해지고 나면, 그 순서를 역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특히 7~9급 출신이 고위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한겨레 기사의 문제의식입니다. 아무리 고시에 똑똑한 인재가 많이 몰린다고 해도, 과연 7~9급이 고위공무원단에 하나도 진입을 못할 정도로 무능할까? 고시 출신들이 후배들만 땡겨줘서 그런 건 아니고? 라는 의문이죠. 더 나아가 정말 7~9급이 수준이 딸린다고 해도, 그건 5급들이 고시에 붙자마자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중요한 일을 많이 맡으며 경험을 쌓기 때문이지 7~9급들이 애초에 무능력해서는 아니라는 거죠.

 

경험에 따르면 이런 기사는 사실 그닥 지지 받지 못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5급에게 따라오는 그런 프리미엄들이 물려받거나, 고스톱 쳐서 땄거나, 무작위로 추첨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청춘을 바쳐가며 고시원에 쳐박혀 몇 년씩 고시공부를 한 결과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승진체계에 불만을 보이는 7~9급에게는 쉽게 냉소를 보내죠. "꼬우면 너도 고시 보지 그랬어? 누가 말렸나? 훨씬 어려운 시험 붙은 사람이 더 잘 나가도록 길 터놓는게 당연한거지 쉬운 시험 붙어 들어온 사람이 왜 불만이람."

 

이런 불만이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건 사실 조직 내부입니다. 같이 일을 하다보면, 고시를 붙은 사람이라고 꼭 똑똑하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고시 점수를 잘 받는 것과 실무 일처리를 잘 하는 것 간에 상관관계가 그닥 높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고시는 공정한 제도이긴 하지만 효율적인 제도가 아니었던 거죠. 토익 고득점자라고 뽑아놨더니 영어 회화를 개뿔 못하는데, 회사 내 승진길이 실제 외국어 실력에 관계없이 토익 고득점 입사자가 무조건 유리하게 되어있으면 내부적으로는 의문과 불만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죠. 사기업들은 그나마 계량적으로 나타나는 '실적'을 내세워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고 고속승진을 노릴 수 있지만, 공무원 사회에는 그런 것도 없고요.

 

하지만 어쨌거나, 현재 대세는 노력으로 얻은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은 쉽게 비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너무 나가버린 경우는 물론 비판받죠. 전관예우를 받아 일년에 수십억을 버는 변호사들이 "이런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도 꼬우면 사시 붙어서 이 프리미엄 먹지 그랬어? 나 어려운 시험 붙은 사람이야." 라고 하면 별로 이해받지 못합니다. 그 프리미엄이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준으로 크니까요.

 

노력으로 얻은 프리미엄은 과연 어느정도로, 얼마나 가야 정당할까... 뭐 물론 쉽게 정답을 뽑아낼 수 있겠습니까만... 제가 그닥 에이스 인생이 아니라서 그런지 기사에 등장하는 비고시 출신들의 불만이 이해가 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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