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고 비오니까 영퀴(왜?;),

2011.07.16 00:11

한이은 조회 수:1114

 

- 법칙만 알면 의외로 쉬운 영퀴, 갑니다(다짜고짜)

- 힌트 : 어떤 분(...)의 별점 평가를 꼼꼼히 읽어오신 분이라면 매우 쉽습니다,

 

 

1. '굉장히 얇은 이야기들이죠. 동성애라는 기본 주제를 너무 심각하게 다루지 않은 건 좋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가벼워요. 모든 갈등은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그것들은 모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풀리거든요. 게다가 그들은 제대로 된 드라마를 푸는 대신 막연하고 일반적인 관념론을 읊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서 의도했던 것만큼 쿨해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너무 얄팍해요. 특히 주인공 이치코는요. 얘는 아직 애예요. 여자친구가 맘 잡고 공부 좀 할 테니 잠시 그만 만나자고 말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애죠. 이런 애에게서 어떤 깊이를 기대하겠어요.'

 

2. '물론 전 이런 고민들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설정부터 노골적인 만화적인 황당함을 추구하고 있고 캐릭터들도 스테레오타입들이라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보다는 도식적인 장르 공식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가끔 영화가 장르적 도식성에서 벗어날 때도 있긴합니다만, 그런 장면들은 대부분 어색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피투성이 '임무'에 질린 ***가 곡예단 소녀 야에(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깊이 비슷한 것이 느껴지는 인물입니다)와 함께 도피하는 부분이죠. 이 장면은 꽤 진지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참견하는 도식적인 액션 영화 공식과 ***를 연기한 **토 **의 굳은 연기 때문에 충분한 고도에 오르지 못하고 주저 앉아버리고 말아요.'

 

3. '[***] 영화 계획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등장하는 사람들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많으니 2시간 안쪽의 액션 영화로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30년동안 열성적으로 시리즈를 따라왔던 팬들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고 그럴싸한 각색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게다가 마벨사의 만화 원작의 영화 계획에는 늘 징크스가 따른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스파이더 맨], [헐크], [판타스틱 4]같은 영화들은 다 지금 어디에 있죠?'

 

4. '주인공이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로맨스에 대한 기억에 빠져 있기 때문에, 100년의 일본 영화사를 통해 천년의 일본 역사를 바라본다는 아이디어도 약해졌습니다. 이 두 역사는 치요코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다채로운 배경에 불과하거든요. 역사적 무게 뿐만 아니라 고유의 스타일과 의미까지 날아가버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예요. 그러나 영화의 스타일은 주목할 만합니다. 평범할 수도 있는 실사영화의 이야기를 불꽃같은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폭발시키는 * *토*의 재능은 여기서도 빛을 발합니다.'

 

5. '[*** **]를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영화는 조셉 로지의 [모데스티 블레이즈]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존중받는 예술가가 갑자기 핑 하고 머리가 돌아 만든 어처구니 없는 오락물들이죠. 둘 다 만화가 원작이고 그렇게까지 성공적인 작품들이 아니라는 것도 같고요. 이 사람들은 왜 그랬던 걸까요? 그거야 언제나 자기답게 사는 건 지겨운 일이니까요. 스스로 자신이 쌓아올린 이미지를 깨트리고 싶을 때가 분명히 옵니다. 특히 예술하는 사람들에겐 말이죠. [모데스티 블레이즈]나 [다세포 소녀]의 원작 만화들이 로지와 ***을 매료시켰던 이유도 그 어긋난 느낌이었을 거예요.'

 

6. '[*** ***]는 헐거운 영화입니다. 가짜 기억상실증과 관련된 삼각관계 설정이 이야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끝까지 분명한 결말은 나지 않고 클라이맥스 이후엔 아무도 그런 게 있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모두 잘라내도 영화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은근히 이 산만함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억상실증과 연결된 삼각관계 설정을 이야기의 공식에 따라 전개하는 게 아니라 젖살 통통한 16살짜리 소녀들의 삶을 정갈한 서정성과 시치미 뚝 뗀 음탕함이 섞인 *** **지 특유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겠죠.'

 

7. '하지만 주제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이제 영화는 도덕주의자의 위치에서 대책없는 바람둥이 남자를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샤**의 버전은 **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합니다. 이 영화가 생각하기에 진짜 문제는 **가 책임지지 않는 바람둥이라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노느라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친구들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원작과 같은 내용이 아니냐고요? 아뇨, 조금 다릅니다. 원작의 **는 그런 개안 과정 속에서도 철저하게 자기 연민에만 빠져 있었지요. 그의 고통엔 다른 사람이 들어갈 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대판 **는 그가 상대하는 여자들과 친구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합니다. 훨씬 나은 인간이 된 거죠.'

 

8. '[****]은 완벽한 영화도, 깊이 있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감히 가볍게 볼 수 없는 창작자의 열정과 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과대망상증적이고 순진하며 정신나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을 감상하는 3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으니, 이 영화가 쏟아부어대는 로맨스, 스펙타클, 서스펜스는 결코 공허한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9. '***** 미츠오가 그리는 젊은이들은 모두 영화라는 장르에 푹 빠져있습니다. 세상 모두를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아이들이죠. 이들에게 세상은 인용과 비교의 대상입니다. 이들은 가장 훌륭한 살인장면과 같은 리스트를 짜고, 동네 카페와 장 뤽 고다르가 [여성/남성]에 담은 프랑스의 카페를 비교하고, 감독에게 집착하는 여자친구에게 아델이라는 별명을 붙여줍니다. ***** 미츠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교수 나카조도 여기서 예외는 아닙니다. 그는 이름 대신 '베니스'나 '에센바흐'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고 있지요. 말이 씨가 된다고 실제로 그는 에센바흐처럼 댄스 클럽 회원인 아름다운 여자 대학생에게 반해 있기도 합니다. 그가 멀리서 그 대학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화 음악은 장난스럽게 말러의 아다지에토의 선율을 슬쩍 흘려넣어요.'

 

10. '영화는 잡다하고 덜컹덜컹합니다. 처음부터 '완성도'를 염두에 둔 영화가 아니에요. 하고 싶은 건 질이나 효과 따지지 않고 그냥 하는 영화이고요. 한국 액션 영화 패러디나 영화 퀴즈 농담들도 많지만 거의 ZAZ 사단 식 초현실적 슬랩스틱이나 엄청 더러우면서 징그럽게 긴 화장실 농담, 민망할 정도로 썰렁해서 고의가 느껴지는 시시한 농담들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이 유치한 잡다함은 그냥 의심하지 않고 즐기는 게 가장 좋습니다. 못 즐기시겠다면 그거야 취향 탓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런데 취향을 고려한다고 해도 10분 정도 더 짧았다면 좋았을 것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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