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본영화 내지는 5,60년대 세계의 명작영화에 정말 머리카락 털끝만큼의 관심이라도 있으신 분들은 내일 [인간의 조건] 상영회와 나카다이 타츠야 선생님의 GV 를 무조건 가실 것을 권합니다.  아주 약간만 과장해서 말하면 여러분 평생 동안에 이런 기회가 또 올지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클래식 음악 들으시는 분들께서 허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토벤이나 아더 루빈슈타인이 연주하는 리스트를 불과 100 명정도 되는 사람들과 공짜로  같이  볼 수 있다는데 안 가실 분들은 없으시겠지요.  

 

무조건 가서 보십시오.  저는 지금 부천영화제를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것만큼은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 영화를 밥만큼 아니 밥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요번에 이거 가려고 밥 굶었다구!!), 진정한 예술을 보고 뇌가 박살이 나는 경험을 하고 싶은 자의 세가지 팬심이 다 어우러져서 보시라고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로 말해서요 이런 GV 는 평생 처음 봤습니다.  나카다이 선생이 지금 연세가 79세이신데 캐나다에서 영화를 찍는 도중에 또 오키나와에서도 뭔 프로그램에 출연하셔야 된다고 일본으로 날아가시는 그 바쁜 도중에 짬을 내셔서 거의 공항에서 직통으로 영상자료원으로 날라오셔서 (지금 저보고 그런 스케줄 소화하라면 죽습니다) 하신 GV 입니다만, 말씀 하시는 동안 마치 영화에서 연기하시는 거랑 조금도 다름이 없는 태도와 진지함으로, 마이크 없이도 영상자료원 1관 맨 뒤에 앉은 분들까지 다  들리는 엄청나게 아름답고 파워풀한 그 목소리로  에너지를 전개 (全開) 하셔서 하나하나 질문에 대답을 하시는데  이 원로 예인의 초인적인 기력과 50년동안 축적되어온 공력에 완전히 압도되어서 눈물이 핑 돌고 몸이 떨렸습니다.

 

어디서 이런 기운이 나오시는 것인지! 

 

말씀의 내용이 감동적이고 지성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조금이라도 영화를 만드는 데 관여하거나 영화를 애타게 찾는 분들께는 아아 영화를 통해서도 저런 위대한 연기자/예술가의 면모를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구나 하고 자연히 깨닫게 해주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나카다이 선생님도 다른 질문에는 자상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대답하시다가 "선생님께 영화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영화란 인생입니다" 라고 극히 짧게 대답하셨지만...  이런 경험을 좀 해야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카라얀 루빈슈타인 피카소 못지 않는 예술가라는 걸 좀 실감을 하죠.

 

사실은 감기 때문에 몸이 아픈 상태에서 저녁도 안 먹고 1시간 20분을 택시타고 간신히 도착했지만 10분을 늦는 바람에 입장시켜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밥 줏어 먹고도 1시간 30분을 멀거니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상자료원 분들께 삐진 상태에서 GV 에 들어갔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그까짓 내 인생에 3시간 하고 택시값 만 몇천원 날린 것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꼭 가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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