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래 메피스토님 글과 리플들을 보고 적는 글입니다.
리플로 적고 있었는데 적다 보니 너무 분량이 많아져서 그냥 따로 올려요.

2.
웹상에서 체벌 관련 논쟁(내지는 그냥 말싸움)들을 지켜 보다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별 관심 없고 자기 화풀이나 하고 싶을 뿐이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듀게에서도 자주 그래요.

3.
일단, 아래 글에서 정학 제도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선 율피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학'이란 제도는 사라진지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대신 생긴 것이 '출석정지제'라는 것인데 이것은 현재 1회 10일 이내, 1년에 30일 이내로 기한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퇴학은 고등학교에만 남아 있구요. 역시 아래 글 리플에 clancy님께서 올리신 링크를 봐도 처음엔 교장이 '정학' 운운하지만 기사 아래를 보면 '출석 정지 처분'이란 표현이 나오죠. 아마도 교장이 쏟아지는 비난 좀 피해 보겠다고 일부러 말을 이상하게 한 것 같습니다. 고작 10일 쉬는 도중이었다고 하면 면피하기 어려워 보이니까요.

참고로 학생들이 '유급'이라고 부르는 '유예'라는 제도가 있긴 한데 이건 학생 개인의 사정에 의해 최소한의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 했을 때 남은 학년을 쉬고 다음에 다니게 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를 일으켜서 강제로 쉬게 하는 게 아니라 도저히 이번 학년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고 쳐 줄 수가 없으니 내년에 첨부터 다시 하렴, 이란 의미지요. 징계가 아닙니다.

4.
덧붙여서, 저도 체벌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면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만 본다는 생각이 들어 좀 찝찝합니다.
사실은 맨날 '교사를 공격하자'로 끝나는 결론 때문에 뒷통수가 땡겨서겠지만

예를 들어 '징계를 팍팍 때려라!'라는 주장에 대해서 말을 해 보자면.
'학교 평가'라는 게 있죠. 지역 단위로 학교들을 묶어 놓고 3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합니다. 여기에서 상위 등급을 맞느냐 하위 등급을 맞느냐에 따라 해당 학교엔 이익과 불이익이 가고 심지어 소속 교사들의 봉급도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그리고 이 평가 기준 중엔 교내 폭력 사건의 발생 건수 같은 부분도 들어 있어요. 그럼 그 폭력 사건 건수는 뭘로 판단해서 기록하느냐면 바로 1년간 시행한 징계 기록과 그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고로 징계를 때리면 때릴 수록 그 학교는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학교 정보 공시' 때문에 이런 기록은 모두 대외로 공개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므로 징계가 많은 학교는 바로 사건, 사고가 많은 학교가 됩니다. 고로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인기가 떨어지고,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죠. 그리고 이렇게 되면 다음 년도엔 학급 수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럼 교사의 수를 줄여야 하고... 등등등. 그러니 결국 정의롭게(?) 징계를 팍팍 때리는 학교는 신나게 자해-_-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아니 뭐 저런 게 두려워서 징계를 안 하는 건 부도덕이고 직무 유기가 아니냐. 라고 한다면, 그렇죠. 맞습니다. 맘껏 비난하셔도 좋아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징계를 때리도록 허락할 수 있는 학교 관리자가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학생 한 명을 징계하기 위해선 담임 교사, 학생부장, 교감, 교장까지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교사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굳이 학교가 아니어도 대한민국의, 아니 이 세상의 어떤 조직에서 그런 선택을 할까요. 그러니 실제로 담임이 자기 반 학생을 징계 처리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겪게 되는 것은 윗선의 압박이고, 그 윗선 님들은 담임 나부랭이보다 힘이 세요. 게다가 그 분들께선 교사 평가도 하시고 인사 고과도 담당하시거든요. ㅋㅋㅋ 적어도 지금의 이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징계 팍팍 때리세요!'라는 주장은 좀, 무리입니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 학생'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징계가 아니라 그런 학생들을 위한 또 다른 교육 시스템/치료 프로그램이어야 하죠. 수업도 하고 애들 미납금 독촉도 하고 주마다 쏟아지는 교육청 통계 자료도 만들고 행사도 뛰고 학생 진로 상담도 하면서 문제 학생 지도도 하는 듣보잡 교사들 따위가 아닌 진짜 상담, 심리 치료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놓은 그런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심각한 문제 행위를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학생은 일단 그런 곳에서 맡아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러고나서도 해당 학생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최종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 징계가 되어야 하고 그게 옳습니다. 그게 교육이죠. '너 문제 많으니 나가!'라고 하면 그게 무슨 교육이고,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무슨 교육 전문가랍니까. 그런데 인터넷에 넘쳐나는 체벌 관련 글들을 보면 이런 쪽으론 별로 관심들이 없어 보이더라구요. 왜 그럴까요.

5.
가뜩이나 두서도 없는 글이 쓸 데 없이 길어져서 이 쯤에서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학생들에게나 교사들에게나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여지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가능하려면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 내지는 존재하는 시스템의 대폭적인 보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거기엔 시간과 돈이 들죠. 근데 나라에선 (진보든 보수든 간에) 그런 쪽에 투자하는 일엔 큰 관심이 없고 (적어도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들을 하고 있구요) 그냥 당장 문제 학생들 해결해라, 방법은 니네가 알아서. 라는 식으로 학교와 교사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에게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기고 있어요. 지금 현장의 교사들이 불만을 표하게 만드는 부분은 바로 이거거든요. 그래서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체벌을 허용하라!'고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도 참 꼴불견이지만, '그냥 징계 빡세게 먹이면 되잖아?' 라는 식의 현장을 모르는 단순한 주장 역시 현직 교사의 입장에선 마찬가지로 답답한 얘기라는 겁니다.

6.
적고 보니 말이 좀 센 것 같긴 한데... 워낙 글이 난삽하다 보니 어디부터 고쳐야 할 지도 감이 안 오는 관계로 그냥 배째고 올립니다.
여러분의 무관심이 제겐 큰 힘이 될 것 같습... (그럼 게시판엔 왜 올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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