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보면 아다치는 작품 제목 붙이는 데 좀 성의가 없는 편입니다. 따지고 보면 '터치'든 '러프'든 'H2'든 '미유키'든 간에 뭐 딱히 의미가 깊다든가, 대단히 적절하다든가 하는 느낌은 아니죠. 그냥 맘에 드는 영단어 하나 떡 붙여 놓고 끝내든가 아님 등장인물 이름으로 대충 때우든가. 요즘 연재 중인 신작 'Q 앤드 A'도 마찬가집니다. 형제인데 형의 이름(이라기보단 별명)이 '큐짱' 이고 동생 이름은 '아츠시. 그래서 Q랑 A인데 마침 이 형제들의 성이 '안도'라네요. 그래서 '큐 안도 에이'. 

이 아저씨 참, 일관성 있어서 좋아요(...)


 - 내용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잘난 형과 못난 동생. 잘난 형은 죽었고 못난 동생은 형에 대한 애정과 열등감을 안고 살다가 맘에 드는 소녀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게 되고. 그 맘에 드는 소녀는 당연히 이웃 사촌. 알고보면 어린 시절에 뭔가 깊은 인연이 있죠. 거기에 주인공을 좋아하는 다른 소녀가 등장하고. 그 소녀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나오고... 뭐 그렇습니다. '그냥 아다치 만화'인 것이지요. 딱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시작부터 형이 죽어 있고 그 형이 귀신으로 계속 등장해서 개그를 친다는 것 정도.


 - 그런데 사실 '그냥 아다치 만화'에도 종류가 있긴 합니다. 힘을 줘서 그린 만화와 먹고 살려고 대충 관성으로 그린 만화(...)로 구분이 되죠. 개그의 비중이 만화 내용의 절반을 넘고 특히 편집자/마감 개그가 거의 매 회마다 반복되고 있다면 후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슬로우 스텝'이나 '미소라' 같은 작품들이 그랬고 지금 얘기하고 있는 'Q 앤드 A'도 그렇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 쪽에 속하는 작품들은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슬로우 스탭'은 그래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사실 내용은 정말 대충 막 흘러가다가 뜬금 없이 급 마무리 되는 형국이었고. '미소라'는 까놓고 말해 그냥 엉망진창이었죠; 이 작품의 여파로 다음 작품인 '카츠'는 사지 않고 만화방에서 봤습니다(...)

 암튼 그래서 결국 이 'Q 앤드 A'는... 글쎄 뭐. 지금까지는 '애시당초 작정한 개그 만화' 분위기라서 그렇게 부실하단 느낌은 들지 않지만... 매 회마다 뜬금 없는 전개를 날리며 편집자 개그로 땜빵하는 걸 용납하고 재밌다며 봐 주기란 어지간한 팬이 아니어선 힘들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orz


 - 근데 보통 이렇게 '대충 관성으로 그린 만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엔 두 번째 문단에 주절주절 적어 놓은 아다치 특유의 설정들이 많이 들어가지 않거든요. 뭐 진지하게 그릴 수밖에 없는 설정들이니 가벼운 개그물엔 넣기가 좀 그렇겠죠. 근데 이 작품엔 그런 설정들이 몽땅 다 들어가 있어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용은 그냥 개그. 이 아저씨, 이제 드디어 자기 작품들을 대놓고 패러디하기로 맘 먹기라도 한 건지... -_-; 

 뭐 앞으로 상황에 따라(?) 조금 진지한 내용으로 전환할만한 밑밥은 충분히 깔려 있긴 합니다. 스포츠 & 사랑의 라이벌 미남자도 있고 죽은 형도 있고 스포츠로 인정 받아야 할 여자도 있고 하니까요. 그리고 설마 주인공이 평생 형의 유령과 함께 살아간다는 결말로 끝내진 않을 테니 형이 떠나가는 부분을 진지하고 극적인 드라마와 엮을 수도 있겠죠. 그렇긴 한데, 되게 많이 진지해질 것 같진 않아요. 그러기엔 이미 그려 놓은 내용들이 너무...;


 - 그래서 결론은. 어지간한 아다치 팬이 아니라면, 특히 아다치식 썰렁 개그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챙겨 볼 필요는 없는 작품이라는 얘깁니다. 저야 뭐 벌써 4권까지 구입했고 또 이게 아무리 봐도 10권을 넘기진 않을 분위기라서 그냥 구입해 볼 생각입니다만. 남에게 추천은 못 하겠네요.


 - 근데 아무리 힘 빼고 가볍게 그린 개그 작품이라고 해도 좀 너무 하다 싶은 느낌이 좀 있어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연애 감정도 지금까진 너무 설득력 없이 얄팍하기만 하고, (심지어 맨날 써 먹는 억지 '추억' 설정 조차도 매우 얄팍합니다;) 그 외의 등장 인물들도 하나같이 심하게 가볍기만 해서. 말 그대로 '그냥 개그 만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아다치에게 기대하는 게 이런 작품은 아닐 텐데 말이죠.


 - '불새'의 포장이나 뜯겠습니다. 하하핫.


 + 중간에 한 번 라무 코스프레를 등장시켜서 이 분과 다카하시 여사와의 친분을 상기하고 나니 '경계의 린네'가 궁금해지네요. 루미코 여사 작품이니 결국 보긴 보게 될 텐데 제목도 설정도 책 표지도 주인공 생김새도 안 땡기는 데다가 또 수십권 장편 될까봐 일부러 안 보고 있었거든요. 반응이 괜찮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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