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8 23:27
법적 테두리라는 측면에서는 여러 나쁜 일들(무단횡단? 짱돌 던지기? 아주 쪼금의 음주운전?)을 한 것이 있지만,
근원적인 나쁜 일 무엇 해보셨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아이를 못생겼다는 이유로 싫어했었습니다.
졸업앨범 사진 속의 그 애 얼굴을 훼손했던 기억이 나네요.
뭐 대단한 나쁜 일이 아니었을 수는 있지만,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이 그것도 약자를 미워했다는 것이 참 나빴어요.
가난했던 집안, 옷도 제대로 이쁜 것도 못입고, 공부도 잘하지 못하여 항상 주눅이 들어있던 그 촌스러운 아이를
좋은 옷 입고 다녔고, 그 당시에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게임기까지 학교에 들고다녔던, 집안 좀 살았던 제가 그렇게 무시를 했었네요.
당시에 제가 좋아했던 대머리 담임 선생님께서 어느 날 수필 경연대회에서 수상작으로 그 못생겼던 아이를 지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그 아이의 표정은 "내가? 이 보잘것 없고 공부도 못하는 내가? 이 상을 탄단 말이야?"
물론 기뻤겠지만, 기쁨 보다는 의아함, 어색함, 그리고 내가 이걸 탈 자격이 있나? 라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선생님께서는 글의 기교가 아주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기 마음을 잘 표현했다.. 라는 식의 평을 하셨던 것 같아요..
아주 오랜 옛날이었는데도 이렇게 기억이 또렷한 것을 보니 저에게도 어떤 의미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나 봅니다.
제가 언제쯤 정신을 차렸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중학교 때 성적 때문에 주눅이 들면서 부터라고 판단합니다만),
커가면서 초등학교 시절 훼손된 졸업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불편해진 그 무렵부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갑자기 여기에 이런 글을 왜 쓰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몰래 털어놓고 싶은 가슴 속에 간직한 이야기였나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나쁜 짓 해보셨어요?
2011.07.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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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9 05:31
근원적인 나쁜짓을 할 정도로 잘 난게 없었어서 못되먹어도 그걸 숨겨야했거든요. 잘하는게 없었어서
그래도 그런 짓 해놓고 반성안하는사람보단 나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