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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괴로움만 견뎌내면 거의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마력을 지닌 강렬한 소설입니다.
짧지만 묵직하고, 서로 다른 얘기인 듯 하면서도 후반에 이를 한데 모으는 구성에 소름이 쫙 끼칠 때쯤 막을 내립니다.
<올드보이>보다 더 충격적이고, 더 잔인하지만, 더 흡인력 있는 이야기랄까요.

이 소설은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챕터는 특별한 구분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세 명의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이 중요합니다. 
셋 다 조금은 거친듯한 어조로 뭔가 뒤틀린 방식의 사람들임은 분명한데, 대체 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채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때문에 초반의 몰입은 주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기보다는 자극적인 장면의 묘사 자체에서 오는 충격이 우선이 됩니다.

특히 타자기로 쓴 듯한 글씨체의 이야기는 시점부터 독특합니다. 2인칭 시점으로 피해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읽는 사람마저 죄책감을 느끼게 될 정도로 끔찍한 폭력과 감금. 도대체 누가 이렇게 끔찍한 짓을 하는걸까 싶어지죠. 이 소설에 나오는 인간들은 왜 이리도 서로를 경멸하고 못잡아먹어서 야단일까요. 성의 착취가 목적이라면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것으로 만들기는 쉬울텐데. 대체 왜? 

이런 의문들은 오히려 뒤로 가면 갈 수록 잊혀집니다. 강금과 착취와 폭력은 이 소설에서 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이 안에서의 사람들의 심리 변화는 거의 스톡홀롬 신드롬의 정확한 예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죽도록 미워하고 분노하다가도 조금 나아지는 상황에 감사하게 되고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저항이라 할지라도 내가 미쳐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말을 걸다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마는... 이 심리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해방구이기도 하달까요. 

마지막 반전을 통해 이 이야기는 <올드보이>에 버금가는 충격적 복수극으로 치닫습니다. 어찌보면 아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에서  <올드보이>보다 훨씬 끔찍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없는 삶으로 바뀌어버린 결말은 정말 복수의 끝이라고밖에... 그러나 복수를 통해 어느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올드보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자칫 충격적 소재 덕에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게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장르적인 쾌감, 감금에 대한 치밀한 심리적 묘사 덕분에 누구나 한번 잡으면 책장을 덮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욕하면서도 보는 아침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심리 저 한 끝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그보다는 훨씬 더 묵직한 작품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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