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트룸]

나카타 히데오의 최근작인 [채트룸]은 채팅방을 무대로 합니다. 십대 주인공 윌리엄이 채팅방을 마련하자 또래 십대들 네 명이 가입하고 곧 그들은 서로와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윌리엄은 우리가 간간히 미디어를 통해 듣곤 하는 부류의 인간 말종이고 그의 '친구'들은 그의 타깃들이 되는데, 특히 정신이 불안정한 짐은 윌리엄 때문에 더더욱 심리적으로 벼랑으로 몰리지요. 영화의 가장 주목할 점은 인터넷 속 가상 세계를 화면상에서 표현해서 주인공들 간의 드라마를 위한 배경을 조성하려고 한다는 건데, 이는 듣기엔 매력적인 설정 같아도 유감스럽게 영화 속 가상 세계는 그리 재미있지 않고 캐릭터들도 평면적입니다. 사실, 이런 설정이 아직도 쿨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더 이상해요. 엔다 월쉬의 원작 연극에서는 어떨지는 몰라도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을 보는 동안 이들이 정말 서로 보고 얘기 나누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내내 듭니다. 적어도, 젊은 배우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아론 존슨과 매튜 비어드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소설 주인공들이 절로 연상되는 자신들 캐릭터들에 어느 선에서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1/2)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지난 10년 간 시리즈 잘 이끌어 온 끝에 마무리도 잘 지었으니 축하합니다. 이제 남은 일은 해리 포터를 또 괜히 건드리는 일이 없길 비는 것뿐입니다. (***1/2)



[퀵]

[퀵]의 가장 좋은 부분은 엔드 크레딧 장면입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배우들과 스텝진들이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영화 속 그 어떤 장면들보다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었고, 영화가 잘 만들어지길 하는 그들의 바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퀵]은 여러 괜찮은 순간들을 둘러싼 나쁜 요소들에 의해 많이 망쳐졌습니다. 제한된 시간이라는 소재에도 불구 여유 부린다는 핑계로 중간에 이야기를 늘어지게 하고, 정 한 톨도 가지 않은 가운데 개그하고 액션 하고 눈물 짜기 바쁜 양아치 캐릭터들은 짜증이 납니다. 게다가, 세상에, 도입부에서 그렇게 사고를 크게 쳐놓고 자기네들 사정 밖에 다른 건 관심 없는 이런 얄팍한 얼간이들에게 어떻게 감정 이입할 수 있겠습니까? 저보다 신파 코미디에 덜 민감한 분들께선 본 영화를 저보다 더 잘 즐길 수 있겠지만, 여러분, [스피드]를 비롯한 더 빠르게 액션 배달하는 영화들이 주위에 얼마든지 있으니 서비스 필요하면 그들에게 전화주시길 바랍니다(**)



 

[고지전]

[고지전]에 관해 얘기 들었을 때 즉시 떠오른 건 작년 나온 최악의 한국영화들 중 하나인 [포화 속으로]와의 불쾌한 경험이었지만, 다행히도 본 영화는 그보다 훨씬 나은 전쟁영화이고 아마 근래 나온 한국 전쟁 관련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은 영화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최전방에서 계속 싸워야 하는 주인공들의 상황과 그들의 심정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익숙한 전쟁 영화 캐릭터들이 모여져서 나오는 시너지도 좋은 가운데, 배우들 연기 질도 전반적으로 고른 편입니다. 그건 그렇고, 다른 분들께서도 이미 지적하셨듯이 영화의 약점은 휴전협정 후 부분인데, 몰입감이 상당했던 그 전 부분과 달리 그 부분에서는 시계를 가끔씩 쳐다보곤 했습니다. 비록 1) 이건 치명적 약점은 아니고, 2) 여전히 영화는 제 관심을 붙잡았고 3) 영화가 말하고 하는 바는 매우 동의하는 바이지만, 보는 동안에도 이 부분은 자르고 저 부분은 그냥 두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




 

[퍼스트 어벤저]

[퍼스트 어벤저]는 요즘 나온 슈퍼 영웅 영화들에 비교하면 순박한 편이지만, 듣기엔 우스꽝스러울 법한 소재와 캐릭터를 가지고 드라마와 재미를 잘 뽑아냈습니다. 감독인 조 존스턴이 그 옛날 옛적 90년대에 만든 [로켓티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복고풍적 코믹 북 스타일도 보기 좋지만, 주인공인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를 갖고 의외로 괜찮은 이야기를 만든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크리스 에반스는 환골탈태했어도 여전히 속은 변하지 않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에 적합하고, 휴고 위빙이 좋은 악당 연기를 선사하는 가운데 토미 리 존스, 헤일리 애트웰, 토비 존스, 그리고 스탠리 투치 등의 조연 배우들은 주변에서 재미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리즈 첫 작품으로 괜찮은 영화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영화가 얼마 전 나온 [토르]처럼 다음 해 개봉될 [어벤저스]에 종속되어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겠지요. (***)




[리오]

우리의 주인공 블루는 브라질 열대우림 출신 파란 앵무새입니다. 어릴 때 밀렵꾼들에게 잡혀서 곧바로 미국으로 실려 간 뒤 우연히 어린 소녀 린다의 수중에 들어와서 그 이후로 그녀와 태평하고 행복한 삶을 보내왔었지요. 한데, 블루가 멸종 직전에 놓인 앵무새여서 린다와 블루는 종 번식을 위해 리오로 날아오고, 블루는 거기서 자신과 같은 파란 앵무새인 쥬얼을 만나는데, 얼마 안 되어 둘은 동물 밀수업자들에게 납치되고, 덕분에 지금까지 날지 못했던 블루는 날아야 하는데 이는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그리고 어떻게 끝날 지 빤히 보이긴 하지만, [리오]는 가볍고 활기 넘치는 가운데 볼거리들이 많은 좋은 애니메이션입니다. 밝은 색채로 표현된 리오도 멋지지만, 주인공들 목소리를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 해서웨이를 비롯한 성우진들도 적절히 캐스팅되었는데, [소셜 네트워크] 이전부터 너드 티를 내온 아이젠버그야 캐릭터에 정말 딱 맞지요. (***)




 

[7광구]

김지훈이 [화려한 휴가]를 내놓았을 때 저는 영화가 재난영화 공식 따라간다고 빈정거렸는데, 2년 후에는 윤제균이 만든 진짜 재난영화 [해운대]가 비슷한 방식으로 무대 조성한 다음 5.18 대신에 메가 쓰나미로 캐릭터들을 쓸어버리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니 둘이 감독과 각본가로써 만난 [7광구]에 대해서 염려가 들지 않을 수 없는데, 그들은 정말 시너지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바닥을 쳐버렸습니다. 전반부는 괴물 밥되어도 상관없을 일차원 캐릭터들과 어설프고 불쾌하다시피 한 농담들로 우릴 괴롭히니 후반부가 고마울 지경이었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이 워낙 밋밋하고 맛도 없으니 얘네들을 저녁밥으로 삼아야 할 괴물에게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게다가 괴물을 고작 다리와 촉수와 이빨 달린 덩치 큰 종양 덩어리 사촌쯤으로만 보여주기만 하고, 별다른 긴장감 조성도 안 하는 영화에 대한 짜증은 늘어나만 갔습니다. 절정(?)의 한 장치가 장르 상 클리셰이니 넘어갈 만하다 해도, 어찌 이걸 갖고 긴박감을 조성할 생각이 왜 전혀 없이 겁니까? 게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Drill, Baby, Drill!"이라니.... (*1/2)

P.S. 상영 시간이 112분에서 105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친절도 하셔라, 하지만 더 잘라도 별 문제 없었을 겁니다. 아, 그리고 굳이 보시겠다면 3D 보지 마세요. 돈 낭비입니다.



 

[아서]

1981년 동명 원작 영화를 왜 굳이 리메이크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아서]는 그럭저럭 볼만한 코미디입니다. 줄거리는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주인공 아서는 맨날 술 마시고 사고치고 돈 뿌려대는 억만장자 상속자입니다(그래도 우리가 가끔 뉴스에 듣는 한국 재벌 2/3세 인간 말종들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최근에 그는 가족으로부터 정해진 약혼자와 결혼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 와중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만일 그녀를 택하면 자신의 돈을 잃게 되니 그는 그의 인생 최초로 고민 한 번 심각하게 해보게 되지요. 원작보다 러닝타임이 좀 더 긴 가운데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보다 좀 더 진지해지려고 하는 티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조연들 몇몇은 좀 더 개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게 그다지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좋습니다. 러셀 브랜드는 원작의 더들리 무어처럼 처음엔 짜증나도 서서히 호감이 드는 주인공으로 괜찮고, 상대역인 그레타 거윅은 라이자 미넬리보다 더 좋아할 만한 면들이 있고, 그리고 원작 영화로 오스카를 받은 존 길거드의 역할을 맡은 헬렌 미렌은 길거드처럼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이지요. (**1/2)




 

[세 얼간이]

 며칠 전 오리지널 버전으로 본 [세 얼간이]는 제가 몇몇 발리우드 영화들에서 보았던 ‘약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상영 시간은 그래서 너무 길고, 내러티브는 극적 상황을 위해 이리저리 휘둘려지고, 사운드트랙은 여기저기 강조하느라 바쁘고(물론 뮤지컬 장면들은 기본입니다), 결말은 저 멀리서 뻔히 보이고, 몇몇 장면들에선 감정 혹은 웃음 짜내려고 하는 게 노골적이고 민망할 수준이라서 움찔거리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패닉 상태에 가까운 경험을 안겨준 [내 이름은 칸]과 달리 전 이 영화에 대한 호감이 쌓여갔습니다. 그건 아마. 올해 꽤 말이 많았던 국내 대학에서 12년 가까이 살아 왔고 지금도 학위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으면서 조용히 개인적 취미를 다듬는 저한테 주인공들 이야기가 꽤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겠지요. 영화는 활기 넘치는 가운데 코미디도 꽤 잘하는 편인데, 어느 장면에선 결과가 뻔한데도 상당히 웃음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저도 툴툴거리면서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All is well. (***)

P.S. 그건 그렇고, 클라이맥스 장면은 가급적이면 따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스테이크 랜드]

뱀파이어들이 득실거리는 [스테이크 랜드]는 뱀파이어 영화라기보다는 좀비 영화에 가까운데, 영화는 한마디로 [좀비랜드]의 드라마 버전입니다. 영화의 내레이터인 가족을 잃은 소년, 그리고 그를 보호하는 동시에 뱀파이어뿐만 아니라 다른 위협들로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는 미스터라는 중년 남자가 이리 저리 떠도는 걸 보면 작년에 국내 개봉된 [더 로드]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지요. ‘좀비 영화’로써 본 영화는 새로울 건 없지만, 만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영화가 속한 장르에 충실한 자세로 임했고, 그 결과는 볼만 합니다. [더 로드]와 [윈터스 본]이 절로 연상되는 황량한 분위기, 끔찍한 뱀파이어들과 그보다 더한 인간 말종들, 그리고 주인공들 간의 소박하지만 의외로 여운이 남는 드라마가 있지요. (***)



 

[점핑 더 브룸]

곧 국내 DVD 출시가 될 [점핑 더 브룸]은 국내 버전으로 리메이크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우리의 두 선남선녀 주인공들인 제이슨과 사브리나는 우연히 만나서 첫눈에 반하고 이들은 ‘환상적인 6개월’ 후 결혼하기로 합니다. 이들의 결혼식은 사브리나 집에서 열릴 예정인데, 전에 서로 만난 적인 없는 양측 가족들이 결혼식 전날 모이면서 이 설정으로 인해 일어날 일들이 당연히 일어나고 여기엔 민폐까지 가는 시어머니들 간의 신경전,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는 양측 가족 일원들, 결혼 전 위기, 그리고 그 유명한 클리셰 **의 **까지 있습니다. 상투적 면들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하지 않은 기성품 코미디 영화이고, 안젤라 바셋, 로레타 디바인, 폴라 패튼, 라즈 알론소 등의 배우들도 기본적으로 평면적인 캐릭터들을 갖고 좋은 시간 보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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