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몇가지만

2011.08.10 00:17

푸네스 조회 수:1240

1. 너무나 인간적인


노자에도 아마 그런 구절이 나오는 걸로 기억하는데 자연은 인간사에 무심하지요. 나쁜 사람을 벌주려고 홍수가 내리는 것이 아니고 성격이 포악해서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에요. 역사가 시작되면서 혹은 종교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그러한 무심한 자연에 자신들의 감정과 도덕을 대입했어요.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던지간에 자연은 언제나 무심하게 거기 있지요.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본능들로 엮어져 있는, 인간 눈에는 잔인하게 보이는 그런 것들이야 말로 그대로의 자연일 거에요. 그리고 인간은 자연을 길들이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아마 생명유지의 한 방편으로 가축을 길렀겠지요. 사냥감을 찾아 헤매야 하는 자연적 조건에서 벗어나 이제 사냥감을 직접 키워서 먹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가축화된 동물들 중에 인간과 특히 더 교감을 하는 혹은 좀 더 공생하기 편안한 동물들과 애정을 교환하며 애완동물들도 기르게 되었을거구요. 인류 역사를 보면 아주 가까운 과거에, 즉 근대화 도시화되고 자연으로부터 고립된 인공적인 삶의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좀 더 변태적인, 좀 더 순화해서 말하자면 너무나 인간적인 그런 생각들도 등장하게 됩니다. 내 삶의 공간 안에 자연을 가져오고 소유하고 바라보고 즐기려는 것이지요. 근대화 도시화된 모든 인간의 삶은 자연과는 격리되어 있어요.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 당장 자급이 불가능한 상태로 놓이는 그런 삶이에요. 이제 필요와 애정이라는 관계보다 다른 관점들이 거기에 더해져요. 아름답고 귀엽고 예쁜 자연을 인공적인 삶의 환경속에 가져다가 박제하는 거지요. 자연을 축소하고 변환하고 표박해서 자신의 작은 공간에 가둬놓는 현상이 생겨요. 그건 분재일수도 있고 열대어일수도 있고...다른 동물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자연의 법칙입니다. 자기가 그 중에 한 종류의 동물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서 그 사실 자체가 특별히 도덕적인 우월성을 부여하지 않지요. 오히려 그 특별한 친밀한 관계 자체가 어찌 보면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지요.


2. 자유의 제한과 가치판단


자유주의 진영에서도 자유의 한계를 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의견 차이가 있고 심각한 논쟁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 밀의 자유의 정의를 선호합니다. (하도 공부한지 오래되어서 밀이 맞나 가물가물하네요.) 제 기억으로 그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모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나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약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라는 말과 "'자유'를 제약"한다는 말입니다. 즉 내 행동이 가축이나 애완동물 혹은 자연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침해당하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자유"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자연의 존재에 대해 무한한 자유를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한 것들은 분명히 사회 안에서 조절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기본적 자유라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는, 다시 말하자면 사회가 어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는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허용되어야 합니다. 내가 기분나쁘다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팀에 대한 비난을 하지 못하게 할 근거는 그런 점에서 희박합니다. 내가 기분나쁘다고 해서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의 단점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폭력적입니다. 내가 보기 싫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검정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금지할 근거는 희박합니다. 내 도덕적 신념에 어긋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동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할 근거는 희박합니다. 물론 이러한 사회는 그 이전 사회보다 공유되는 도덕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자신의 도덕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 그리고 철학적 기반은 모두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 누구의 것과도 다른 자신만의 것을 가질 수 있고, 그 자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워 진 것이 바로 현대 자유주의 정치체의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어쩌다가 밤을 꼴딱 새버렸는데 그냥 자기 아까워서 몇자 적고 갑니다. 


한가지만 더...


3. 나 우리 우리편


사실 어느 정치체제나 우리와 적을 만드는 작업은 가장 핵심적입니다. 우리가 확실하지 않으면 어떤 조직이든 존재하기가 어렵지요.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 그건 지역이였거나, 가족이었거나, 신분이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그것이 국가 단위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은 매우 깨지기 쉬운 불안한 것입니다. 한국의 예를 들자면 지역 감정 혹은 소득 격차 등등이 바로 그러한 정체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의식들이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공동체적 의식은 가끔씩은 의도하지 않고 자발적으로도 만들어집니다. 위에 얘기했던 대중가수에 팬덤이라던가 스포츠에 대한 열광 등등이 있겠지요. 이러한 정체성들은 상위의 정체성과는 다른 것이지만 동시에 상위의 것들을 모방하면서 매우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혹은 상위의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순간들에 그러한 공동체 의식 혹은 집단 정체성을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하위 정체성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돌과 나는 다른 인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식적인 동일시는 아이돌에 대한 모든 언급들이 나에게 직접 행해지는 언급들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내가 동일시를 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어떠한 것들도 그것은 나에 대한 공격이 되고 비난이 됩니다. 이제 어제 티비에 나온 아이돌이 옷이 이상하다는 말뿐만 아니라 사실 누구나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그 아이돌의 형편없는 가창력을 누가 이야기하기만 해도 그것이 그 아이돌에 대한 공격처럼 들려지고 나에대한 공격처럼 들립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그 아이돌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다른 의도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 그 가수 XXX은 가창력이 너무 형편없어"라는 말을 누가 했을 때, 그 다음 이어지는 대사는 "어떻게 그런게 가수를 하지?" 일수도 "하지만 아이돌이 노래 잘해 아이돌인가 울 오빠 그래도 최고야"일수도 혹은 그냥 그 사실을 얘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아이돌과 자신을 동일시 한 사람들은 그 앞에 한 마디만 듣고는 떼로 뭉쳐서 극강의 비난과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분명히 병적입니다. 이건 단지 아이돌 팬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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