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제가 아롱이에게 뽀뽀 한답시고 주둥이를 들이밀자 아롱이가 진심으로 식겁해하는 표정입니다....=ㅁ=;

 

 

오늘은 아롱냥 사진보다는 새벽에 어울리는 잡담 - 소심한 뒷담화 - 를 끄적이고 가려 합니다.

 

우리집 고양이 아롱이는 제가 첫 집사가 아닙니다. 3년 된 고양이이고 제가 데려오기 전에 유기묘 보호소에서

아롱이를 돌봐주던 사람이 최하 두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롱이라는 이름도 제가 지어준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보호소에 있기 전에도 가정에서 길러진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여튼 그 보호소는 비록 시설은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지만 아롱이는 그 보호소의 사람들에게 많은 귀여움을 받으면서

지냈습니다. 보호소 사정이 안 좋아져서 문을 닫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곳은 이번해 초에 경영란을 겪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다른 고양이들은 어찌어찌 입양을 가게 되었고

저는 그 냥이들 중 제가 특별히 좋아했던 아롱이를 데려온 것이구요.

 

아마 아롱이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몰랐을 거에요. 아롱이와 아롱이를 아끼던 보호소 아저씨와의 이별의식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저는 데려가기 1주일전에 원장님과 아저씨에게 모든 얘기를 끝냈고, 데려가는 당일에 아롱이를 품에 안으면서 말했어요.

 

'아롱아, 이제 내가 너 데려갈거야. 아저씨랑 인사해야지.'

 

그때 아저씨가 아롱이에게 뭐라고 말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쓰다듬어주고 대충 좋은데서 잘 살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마친 뒤, 저는 평소같이  어벙하게 노는 아롱이를 이동장에 넣고 저희집으로 데려왔어요.

 아롱이는 처음엔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가 제가 이동장을 들고 문 밖을 나가자 애처로운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는데,

순간 저는 내가 얘를 데려가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결정을 다 내린 상태였으니 그냥 데려왔어요.

 

그리고 아롱이는 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저는 아롱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아롱이를 데려온 것이 잘한 걸까 하구요.

 

아롱이는 제가 쓰다듬으면 발라당 몸을 뒤집습니다. 안고 있으면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만 그래도 [내가 참는다]라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오라고 냥냥 거리는 주제에 제가 나오면 바로 몸을 돌려 다른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래도 얘가 나랑 같이 사는데 적응이 되었나 보구나 하고 느낍니다.

 

하지만 가끔, 아롱이는 현관 앞 거실쪽을 바라보면서 기운없는 표정을 짓습니다.

가끔은 꼭 제가 아닌 누군가를 기다리는 포즈로 현관앞에서 발라당 몸을 뉘우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아롱이는 나만의 고양이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꼭 고양이를 대상으로 짝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 한심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다가도 아롱이가 다가와서 슬쩍 제 신체에 궁둥이를 붙이고 자리잡으면 살살 녹긴 하지만

여튼 기분이 참 묘합니다...ㅜㅜ

 

이상 고양이 바낭이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아롱이 사진 하나 더 올리고

자러갈게요. 

 

 

본격 모 포스터와 비슷하게 나온 - 저만 그렇게 느낄지 모르는 -  아롱이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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