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강하면 참 살기 힘들어요. 흔한 말처럼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표현인데 '물에 빠져도 살려달라는 소리 안하고 그냥 빠져 죽을 것 같은 인간' 이라는 묘사가 있었는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고, 상처 받아도 내색을 안하지요.

그런다고 정말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요.

자존심을 고집하다보면 손해보는 것 만만치 않아요. 

 

이번 나가수 선호도 조사를 보니 세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지금부터 나가수 이야기이니 관심없으신 분들은 스킵하셔도 될 것 같네요.)

YB에 이은 활약을 이어갈 거라 생각했던 자우림이 7위를 했지요.

지난주의 [뜨거운 안녕]이 밴드의 발랄함을 살리기 힘든 패널티가 있던 곡임을 감안하면

이번 주 선곡은 밴드의 최고 히트곡이었고, 대한민국 여성들의 노래방 18번 No1곡이었음에도 말이예요.

 

김윤아씨는 '지난 주와 같은 상황이라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입가의 경직이 눈에 보였습니다. 뭐 누구라도 좋은 기분이 아니겠지요.

최대한 담담한 척 보이려는 그런 모습이 좀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과거 7위 발표에 절대 괜찮지 않았던 다른 가수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 보였어요.(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만쯤 울듯한 목소리로 '괜찮아요'라던 박요정님)

 

2주 연속 7위를 차지했지만 자우림이 과연 경선에 독을 품을지도 솔직히 미지수예요.

자우림이라는 밴드 자체도 항상 '즐기자'를 모토로 삼은 것 같고, 이 프로그램에서도 저 말을 자주 반복했었지요.

예전에 '본인은 별다른 노력없이 음악을 했다'는 식으로 라디오 방송에서 김윤아씨가 말해 신해철씨에게 한소리 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경선에 목숨을 건다는 자체가 자우림의 자존심이 용납할 것 같지 않아요.

정말 쿨하게 즐기다 이 프로를 떠나는 게 차라리 이 밴드에게 더 어울리기도 하는데

반면 이런 저조한 성적으로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는 것은 또 역시 자존심에 흠집이 남겠지요.

그렇다고 나가수가 설렁설렁 즐거운 공연이 통할 프로그램도 아니구요.

 

여기서 참 자존심의 딜레마가 생기는 것 같해요.

차라리 조관우씨 처럼 늘상 걱정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여서 얻는 이득도 자우림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물에 빠져 죽을지언정 약한 모습 보이는게 용납이 안되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예요.

뭐 이미 대한민국 명실상부 히트 밴드이고, 재능과 미모, 우주 최고의 밴드라고 지지해주는 남편까지 있는 마당에

크게 보면 예능 프로그램의 경선이 그렇게 중요하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자존심의 문제는 참 어려워요.

차라리 버리고 살면 훨씬 해피하게 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게 쉽지가 않단 말이지요.

불필요하게 무거운 악세서리 같이요. 

 

 

 예를 들면 가채 같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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