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려면 사회성이 필수인 세상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를 어떤 커다란 틀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이지요.

평범함을 추구하는 동안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고 하나 행복지수는 낮아지구요.

하고싶은 일보다는 해야하는 일을 쫓는 젊은이들이 태반이에요.

그중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신기한 혹은 부러운 존재인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불쌍한 사람들로 취급받기 일수이지요.

'현실적인 문제' !  이 얼마나 한국사회에서 많이 통용되는 단어인가요.

지금의 한국사회가 돌아가는 요지경을 보면, 도대체 뭐가 현실이고 뭐가 비현실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어요.

단지 그때문에 돈이나 명예를 조금 배제한다는 점을 사람들은 특이하다 말하는 거죠.

그렇다고 굶어죽는 것도 아니고, 당장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학부 때 프랑스 문화인가 하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랭보가 비참하게 생을 끝낼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더이상 랭보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사회가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에 도움도 되지 않고 모범도 되지 않는 '비정상'들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구요.

그리고 또 제 학부 전공교수님은 면담시간에 제 진로계획을 듣고 "넌 아직 꿈속에 살고 있는 소녀로구나"라고 말씀하셨죠.

평생 인문학을 공부하신 60세나 되신 양반에게 들은 소리치곤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또 나름대로 저를 무척 생각해서 말씀해주신 걸 알기에 서운치는 않았어요.

 

저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일상 속에서는, 때때로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의문이 들어요.

특별히 튀어보이고 싶은것도 아니고 난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지 참...

시간이 더 걸리고 노력에 비해 물질적 댓가가 적다고 말이죠. 그것에 대해 불만이 없는건 아니지만요.

 

삶의 질, 저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얼마간의 돈도 필요하고, 얼마간의 사회적 자부심도 필요하겠죠.

그렇지만 나 스스로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바에야 많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저에게 필요한 의식주만 해결되면 많은 돈도 명예도 필요없는걸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일은 생각보다 거창하지도 않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나는 가장 나 자신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걸요.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싶어서 선택한 거에요.

 

지금도 가끔씩 사람들이 내 삶을 꼭 불행한 것처럼 보니까 이상해요. '너참 용기있다'라는 말로 치장하면서요.

아직까지 친척어른들은 저를 만나면 딱한 표정으로 그분들이 생각하는 안정된 직업군을 권유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일을 할 때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전혀 흔들리지 않아요.

그래도 그분들 눈 속에 스며있는 시선이 저를 좀 슬프게 해요.

똑똑하고 딱 부러지던 애가 다커서 왜 그러냐. 뭐 이런 느낌.

'저는 열심히 고민해서 저에게 가장 좋은길을 선택한거에요' 라고 마음 속으로만 말하죠.

저도 이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거에요. 삶의 기준이 모두 저와 같지 않다는 것도 알고요.

 

사회성이 낮은 유명인들에 대한 논쟁이 점화되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특히 예술가들 중에서요.

"랭보가 살 수 없는 세상"

딱히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들을 불편하게 여기죠.

그 불편함의 저변에는 사회화에 대한 강요가 숨어있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어느정도 사회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저도 그러고 있구요. 그게 편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가면 없이 자유로운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보는 눈빛들이 좀더 부드러워 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양한게 좋거든요. 재밌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인정받는 사회가 행복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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