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9 22:33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교회 안 다니는 애들이 잘 없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미션스쿨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굔데도 기독교 동아리가 꽤 큰 규모로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외부에서 누구 초청해 예배 보고, 말씀 듣고. 저녁시간에도 교실 빌려서 기도 하고. 연말 되면 찬양? 연습하고. 활동들을 활발하게 했지요.
고1, 고2 때야 나름 독실하다는 애들만 성실하게 참여했는데.
고3이 되니까 나일롱신자들까지 대거 신앙에 기대는 현상이 발생하야, 저는 하느님께 밥 먹는 친구들을 다 뺏겨버렸던 기억이 있네요. 훌쩍.
소위 얘기하는 '개독'이란 애들은 없었어요.
"난 하느님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공부할 거야." 하며 공부에 매진하는 아이들.
복도 창틀에 누가 끼워놓고 간 휴지를 잔뜩 주워 버리던 친구도 있었고. (되게 인상 깊던 장면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저는 누가 돈 주고 가라고 해도 못 가는 그런 오지로 봉사를 다녀오는 친구도 있었죠.
기독교 봉사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 일단은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것 말고도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애들이 많았는데, 왜 더 기억이 안 나는지 몰라요.
가끔 "신앙을 가진 사람이 공부를 더 잘 한다며" 절 기독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뻘소리를 하긴 했지만. 대체로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고2 때 친구와 창조론, 진화론 갖고 언쟁을 벌이다 의 상할 뻔 한 이후로, 같이 있을 때 종교 이야기는 웬만하면 안 하기로 했습니다.
얘네한텐 정말 중요한 가치인데, 내가 좀 참고 넘어가주면 평화롭지 싶어서요.
참. 한번 싸지른 적 있어요.
성당 다니는 친구 앞에서, 성당은 부패하기 쉽고 어쩌고 저쩌고, 인간이 교황인 게 말이 되느냐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교회가 더 부패하면 부패했다고 말예요. 그것도 한국의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공교롭게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 공부를 더 잘한다는 친구, 창조론 갖고 싸울 뻔 한 친구, 성당은 부패했단 친구 다 동일인물이네요.
반전은. 얘는 고등학교 때까진 그렇게 독실하고, 개독의 징조도 보이던 앤데. 이상하게 대학 가니까 나일롱이 됐어요.
전, 나일롱이 된 이 친구가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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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단이고, 록은 악마의 음악이고, 다윈은 죽일놈이고, 잘 믿어야 좋은 대학 갈 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