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너무 아쉽다 by 김대호

2011.09.07 00:22

troispoint 조회 수:2023

대다수의 국민들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지구촌에서 일고 있는 격랑이 여기 이곳을 휩쓸고 지나갈 시간도 멀지 않아보이는데 국내 기존 정당들을 보면 답이 없어 보이죠. 

요즘 생각은 많은데 A4지 한 장 이상도 잘 써지지가 않아서 짧고 아쉬웠던 안철수 정국에 대한 소감을 다른 이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안철수 돌풍을 보면 든 만감을 글로 풀어 보려고 했는데 여간 큰 실타래가 아니다. (그렇죠  안철수 돌풍은 여간 큰 실타래가 아닙니다.)

 

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떠오르는대로 몇자.

 

1. 안철수는 정치적 신대륙을 잠깐 보여주었다. 한국의 오랜 (적대적 의존 관계에 지역 독점의) 양당 체제가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허물어 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의 7일 천하(?)가 끝난 것이 못내 아쉽다. 너무 빨리 말머리를 돌린 것이 안타깝다. 하긴 안철수의 내공으로, 3당합당으로 형성된 20년 묵은 앙시앙레짐을 깨는 것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  사실 이는 보수 혁신파와 진보 혁신파의 역부족 탓이다. 안철수의 '대'나 '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백마타고 온 초인은 아니니까! 어쨌든 3.1운동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떨쳐 나섰듯이, 안철수 돌풍도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정치운동에 뛰어들게 하지 않을까 한다.

 

2. 길게 보면 지난 12년, 짧게 보면 지난 7년(한386의 사상혁명을 낸 2004년부터 잡으면) 나는 진보의 철학, 가치, 비전, 정책, 문화 혁신을 위해 올인하였다. 정치적 신대륙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이 신대륙이 그렇게 클 줄 몰랐고, 양당 구도를 깬다는 것도 상상을 못했다.

 

 어쨌든 나는  기존의 거대 양당을 울며 겨자먹기로 지지하거나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은 매우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수백만명을 진보로 끌어와서 집권도 하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바꿔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재 내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정치적 신대륙을 향한 항해를 가장 대대적으로 하리라 생각한 국민참여당은  민주당과  파워게임 패러다임에 빠져 완전히 역주행 해버렸다.  민주당이 차지한 구대륙의 좁은 땅덩어리를 좀 먹어 보겠다고  합종연횡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를 통한 1:1 구도만 만들면 승리한다고 생각하고 민노당을 향한 좌클릭, 좌클릭을 하고 있다. '나도 좌파다"하면서 fta, 복지 등에서 무책임한 뒤집기, 내지르기를 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으로부터 너무 후퇴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도 무얼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도대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성과, 한계, 오류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지금의 심각한 고용노동, 교육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해찬, 문재인, 한명숙과 참여정부에서 한 자리 한 사람들의 깊은 성찰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3. 진보가 시대정신을 '반신자유주의 보편적 복지'로 잡는다면, 안철수는 분명히 합리적 보수이다. 안철수 돌풍은  합리적 보수 내지 매력 있는 보수의 엄청난 힘을 확인해 준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mb와 한나라당에 대한 반사이익이 상당하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지지기반은 상대적으로 견고하였다. 물론 이는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신자유주의와 복지를 버무려서 진보의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정말로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같은 캐릭터가 합리적 진보의 상징이고, 상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돌풍은 민주당 좌클릭과 민노당 우클릭으로 진보의 통합 정체성을 삼으려는 사람들의 시도가 참으로 하수임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철수가 너무 빨리 접어버리면서, 그것도 안철수 바람을 업고, 야권 통합 후보가 되지 않으면 당선을 넘볼 수 없는 박원순으로 단일화 하면서, 진보의 깊은 성찰과 환골탈태적 혁신은 물건너 가버렸다.

 

 4. 나는 민주당이 총대선을 통하여 집권 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남북관계는 많이 개선될 것이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도 약간은 견제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질렀던 각종 문명역주행적 행정행위도 많이 교정될 것이고, 복지지출은 더 빨리 늘어날 것이다. 내가 얼굴을 좀 아는 사람들, 참여정부에서 한 자리 하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요직에 진출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얼마나 잘 할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의 목소리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별로 들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18대 국회에서 했던 일을 그대로 반복할 것이다. 법사위, 본회의장 점거, 촛불 아니 까스통 시위, 사사건건 딴지걸기, 법안 처리 해태.....그리고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 심판, 국회 개점 휴업. (진보는 당연히 분열할 것이고, 노무현 정부처럼 2012년에 탄생한 민주진보 정부는 좌우에서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을 것이다.)

 

당연히 18대 국회처럼 의미있는 제도적 개선은 거의 못할 것이다. 청년과 노년에게 최악의 체제는 계속 연장이 될 것이다.

 

5. 사람들은 이명박이 1987년 이후 최강의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압도적 의석수, 압도적 표차, 보수 친화적 법원, 헌재, 언론, 종교, 재벌, 사학 등. 그런 엄청난 완력을 갖고도 한게 별로 없다. 의미있는 입법 별로 한 게 없다. 노전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지만 진보가 결코 약화되지 않았다. 당연히 복수심에 불타는 진보의 공세로 보수가 약화 될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2012년에 진보가 아무리 압승해도 이명박과 한나라당만한 완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완력이 아니라 지혜에 입각하여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과연 지금 진보의  이념, 정책 수준과 지혜가 압도적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최저임금, 비정규직, 기업규제, 청년실업, 증세, 복지 등에 대한 입장을 보면, 아니 지금 '민주당 후보나 진보통합 후보만 되면 의원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정치신인들, 아침에는 스포츠 동호회, 낮에는 장례식장, 밤에는 자율방범대 돌면서 열심히 경선 준비를 하는 우리 정치신인들이 얼마나 나은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6. 문명역주행 혹은 시대착오는 이명박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야권연대의 이름 아래 얼마든지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관료, 법원, 헌재, 언론, 종교, 기업 등 광범위한 보수 혹은 중도적 소권력이 이를 제지할 것이기에 시대착오적인 정책은 제대로 펼칠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현재의 적대적 의존관계와 지역독과점 체제와 적대적 정치문화 아래서는 그 누가 집권하든, 그 누가 당선되든 대한민국 청년, 노년, 3비층 등 비기득권자들의 극심한 고통은 해결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7. 보수가 환골탈태 하든지, 진보가 환골탈태 하든지, 이게 안되면 (미래가 있는) 제3의 정치세력이 캐스팅 보터 정도로 성장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희망이 없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의 선선한 양보는 너무 아쉽다. 물론 안철수와 안철수로 상징되는 정신 또는 세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위력은 지금 보다 많이 약화되지 않을까 한다.

 

이미 그 건강성과 진보성을 상실한 (호남+ 민주+ 좌파)가 한국 정치의 절반을 차지하고, 따라서 이들의 후진성을 존재 이유로 삼는 또 하나의 맛간 세력이 절반을 차지하여 벌이는, 20년 묵은 적대적 상호 의존 및 정치독과점 체제는 계속 가는 것이다.

 

8. 이번에 안철수는 박찬종, 문국현 보다 훨씬 멋있게 행동했지만, 역사가 안철수에게 요구하는 사명의 관점에서 보면 낙제만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진보 집권 보다 더 소중한 것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것이고, 따라서 진보와 보수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올리는 것이기에 이런 가혹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나는 안철수가 이렇게 소중한 사람인 줄 잘 몰랐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안철수의 역사적 역할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27
20 단일화. 프레임 - 시대가 변하기를 바라며. [4] drlinus 2012.11.15 1443
19 오늘 아침 시선집중... 금태섭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 가라 2012.11.05 1637
18 오늘 아침 시선집중 듣다가... 어이가 없어서.. (이정현 박근혜캠프 공보단장, 송호창 안철수 선대본부장) [11] 가라 2012.11.01 3884
17 안철수 후보의 현재 행보는 '야권통합후보'가 목표인걸까요? [5] 가라 2012.10.25 2062
16 안철수 후보에 대해. [18] drlinus 2012.10.23 3606
15 문재인 후보가 담쟁이 펀드를 한다는군요. [3] 가라 2012.10.18 2170
14 야권 단일화가 안되면 누가 더 욕먹고 망할까요? [10] 가라 2012.10.11 2257
13 안철수의 정책이 궁금했는데... [2] 가라 2012.10.09 1652
12 보고 빵 터진 대선 패러디 만화. [10] 자본주의의돼지 2012.09.19 5837
11 공천권 없는 대통령 (안철수가 무소속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3] 가라 2012.07.24 2306
10 총선 이후 정치 바낭,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검증론 [6] 7번국도 2012.04.16 1688
9 이명바기 보고 있나? - 안철수재단 출범 [2] soboo 2012.02.06 1844
8 서울시장 선거와 안철수에 대한 생각 [1] 파라파라 2011.10.24 1159
7 기왕 이렇게 된거 어쩌겠어...다 가입시켜버려야지... [3] 룽게 2011.09.14 2758
6 안철수와 박원순 모두 보수+자유주의자들입니다. 노무현보다도 더 우측에 있는 [12] soboo 2011.09.12 3898
5 문재인 - '안철수 받들어 모시더라도 협력할 용의' [12] 헐렁 2011.09.09 3639
4 박원순 변호사의 구두, 전광훈 목사, 안철수. [8] 겨자 2011.09.09 2515
» 안철수! 너무 아쉽다 by 김대호 [1] troispoint 2011.09.07 2023
2 저도 청춘콘서트 후기. [6] Ripa 2011.09.03 3069
1 [기사.. 라고 할수있나?]<칼럼>안철수, 삼성 LG 비난할 자격 있나 [16] windlike 2011.08.19 25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