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냥...살짝 취기가 올라서 써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인의 향기' 덕분에 옛날 기억도 스물스물 올라오고...


아버지는 제가 대학원 졸업 후 첫 직장을 다니던 무렵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많이 힘드셨을텐데 전 제 앞길 챙기느라 아버지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제 평생의 후회로 남겠죠.


아버지 건강 문제가 생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장녀로서 뭐든지 혼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렇게 전형적인 모범생 장녀 캐릭터로 자랐죠. '아빠가 아프시니까, 난 장녀니까, 동생은 날 따라할테니까, 엄마가 힘드니까' 혼자서 아둥바둥 힘들어도 괜찮은 척하는...

부작용이 좀 있었던게 어느 순간부터 매정한 딸내미 캐릭터로 변모되었어요. 나까지 우는 소리 하기는 좀 싫은데 감정을 숨기다보니 메마른 얼굴만 보여주게 되더라구요. 아버지 편찮으신거 보고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건 그런 감정의 벽같은 것들 때문이었는데 아직도 후회가 많네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냥 죄송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아들을 보면서 뭔가 좀 다른 느낌을 받아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옛날 생각이 납니다.

혼자 앉고 일어나는 것, 숟가락 잡는 것, 빠빠빠하며 아빠 찾는 것 하나에도 감동하는 제 일상을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네요.

지금 저나 남편이 아들을 보는 그 눈으로 저를 보셨겠죠.


가을이 되려나 마음이 몰캉몰캉해지는게 참 거시기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94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5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664
28 저번주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감히! 감히! [4] chobo 2012.02.14 1883
27 [셜록 잡담] (스포일러 포함) [16] 푸네스 2012.01.19 2878
26 내가 나로서 남을 수 있다면 [1] 불가사랑 2011.12.24 811
25 오후 다섯시_ Dr. dog_the breeze yusil 2011.12.07 824
24 월요일마다 핏발 선 눈으로 출근하게 만드는 편집의 괴력, 그것이 알고 싶다. [2] Koudelka 2011.12.05 2210
23 KT 2G망 서비스 폐지, 방통위 승인. 다음달 8일 종료. [2] chobo 2011.11.23 1244
22 자, 여러분의 선택은? [11] 두근두근 2011.11.23 1992
21 집 문제가 생기니 결혼 압박이 들어오네요... [8] sweet-amnesia 2011.11.07 3120
20 코끼리 다리 만지기 aka 누구나 아는 얘기 마음의사회학 2011.11.01 1238
» 급 마음이 동해서 쓰는 사적인 이야기 [5] 라면포퐈 2011.09.08 2012
18 티스토리 초대장 구합니다 (굽신굽신) [2] kiwiphobic 2011.07.29 787
17 나경원 의원이 스페셜올림픽 위원회장이군요. [2] 白首狂夫 2011.06.20 1269
16 두산 베어즈 김경문 감독, 성적부진으로 사퇴 [19] chobo 2011.06.13 3369
15 정말 극장가기 두렵네요. [14] 녹색귤 2011.02.07 3638
14 [바낭] 연애를 못하겠어요. [12] 마그리트 2011.01.26 3145
13 곰 아저씨 광고 [1] 타보 2011.01.24 1137
12 (퍼온 만화) 본격 겜속으로 들어가는만화 [2] chobo 2010.12.13 1899
11 엊그제 삼성동 방화사건에 시민들이 활약했다는데 궁금한 것 하나 [7] Carb 2010.11.24 2795
10 잡담 [4]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0.11.19 1677
9 파..파..판매글) 화보집.. [2] dlrauddlraud 2010.11.07 18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