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냥...살짝 취기가 올라서 써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인의 향기' 덕분에 옛날 기억도 스물스물 올라오고...


아버지는 제가 대학원 졸업 후 첫 직장을 다니던 무렵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많이 힘드셨을텐데 전 제 앞길 챙기느라 아버지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제 평생의 후회로 남겠죠.


아버지 건강 문제가 생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장녀로서 뭐든지 혼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렇게 전형적인 모범생 장녀 캐릭터로 자랐죠. '아빠가 아프시니까, 난 장녀니까, 동생은 날 따라할테니까, 엄마가 힘드니까' 혼자서 아둥바둥 힘들어도 괜찮은 척하는...

부작용이 좀 있었던게 어느 순간부터 매정한 딸내미 캐릭터로 변모되었어요. 나까지 우는 소리 하기는 좀 싫은데 감정을 숨기다보니 메마른 얼굴만 보여주게 되더라구요. 아버지 편찮으신거 보고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건 그런 감정의 벽같은 것들 때문이었는데 아직도 후회가 많네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냥 죄송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아들을 보면서 뭔가 좀 다른 느낌을 받아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옛날 생각이 납니다.

혼자 앉고 일어나는 것, 숟가락 잡는 것, 빠빠빠하며 아빠 찾는 것 하나에도 감동하는 제 일상을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네요.

지금 저나 남편이 아들을 보는 그 눈으로 저를 보셨겠죠.


가을이 되려나 마음이 몰캉몰캉해지는게 참 거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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