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원순씨의 구두. 


사진작가 조세현씨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라고 하지요? 처음에는 조세희씨의 사진이라고 알려졌다고요. 어쩐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을 쓰신 작가 조세희씨가 사진기를 가지고 여기저기 시위현장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저런 사진의 감각은 조세희씨의 것이 아니라서, 어쩐지 그러면 그렇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박원순씨의 구두를 보고 말이 많더군요. 불현듯 안정숙 전 씨네21 편집장의 남편인 원혜영 사무총장이 떠올랐습니다. 원혜영 사무총장이 한 번은 엉덩이 가운데가 쫙 찢어진 양복바지를 입고 돌아다닌 적이 있었죠. 안정숙 편집장더러 좀 집에서 꼬매주지, 그것도 눈치못챘느냐고 한마디 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안정숙 편집장도 바빴고, 원혜영 의원도 바빴으니, 한 사람은 바지가 찢어졌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 옷을 입었고,  엉덩이가 터졌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 남편을 출근시켰던 겁니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적당히 반질반질하고 적당히 멋진 영화배우로 다가와주기를 바랍니다. 바로 그래서 나경원의원은 엘르지 모델로 나와서 "예쁜 모양으로 내려오는 것, 나는 거기까지가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할 수가 있죠. 대중들은 욕하면서도 이쁜가 안이쁜가 얼마나 이쁜가 확인하려고 사보고 클릭해보고 말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어떤 정치인은 (영화배우보다 상대적으로 유가 없는) 연극배우에 가깝습니다. 무대 뒤에서 튿어진 바지, 굽 찍어진 신발을 허겁지겁 걸치고 무대앞으로,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가는 생활인들 말이죠. 


2. 전광훈 목사. 


제가 전광훈 목사에게 화가 난 이유는 빤스 발언보다도 생명책 발언 때문입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이명박을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린다고 했습니다. 제가 아는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생명책에 무엇을 쓰거나 지울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는 주 하나님 뿐입니다. 이것은 이단입니다. 이게 얼마나 문제가 되는 발언인지 목사님들은 모른단 말인가요. 이 문제로 분노하고 있으려니 "전씨는 아무 생각없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니 열받을 필요 없다. 이단이란 말을 붙이기조차 아깝다"라고 말을 하는 친구가 있더군요. 그 관점은 제 분노보다도 핀트가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빤스 발언도 마찬가지인데, 주기도문에서 왜 "우리를 유혹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란 말을 하는지를 전씨는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목사가 신도를 시험에 들게 하고 그것을 강대상에서 설교할 수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3. 안철수.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안철수씨와 한국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국가는 성장하면서 세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하더군요 (Porter, 1990). 첫번째는 저임금과 천연자원을 이용한 경제성장 (factor-driven economy), 두번째는 투자를 이용한 경제성장 (investment-driven economy), 세번째는 혁신을 이용한 경제성장 (innovation-driven economy)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한국경제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제 주변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향후 경제성장 동력이 없다는 이야기였지요. 한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크게 보아 다섯가지에서 나옵니다. 가전, 핸드폰, 반도체, 선박, 자동차 등. 이중 특히 가전 분야에서 중국이 거세게 치고 들어옴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20년후에 한국이 먹고살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인가 라는 데에 크게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답중에서 금융 허브 안이 있었죠. 영국처럼 금융 허브가 되거나 아일랜드처럼 금융 클러스터링을 만들자는 안. 또 다른 안으로는 물류허브도 있었습니다. 천연자원이 전혀 없는 싱가폴도 저렇게 잘 먹고 살지 않느냐, 중계무역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물류 허브가 되자. 또 다른 안으로는 그 유명한 바이오테크 허브가 있었죠. 노무현 정권의 (나름) 비장의 카드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밀어준 바이오테크 사업은 세상을 시끄럽게 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으로 인해 푹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나라를 물려받은 이명박 정권의 경제성장 안은 건설과 빚을 이용한 경제성장 (debt ridden economy)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물려준 한국정부의 살림살이는 부채비율로 보았을 때 건전한 편에 속했습니다. 2009년 GDP대비 정부채무의 비중은 일본이 185% 남짓, 캐나다, 미국이 80% 남짓, 독일, 프랑스가 80%가 조금 못됩니다. 빚을 이용한 경제성장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산은 결국 빚과 자기자본의 합이니까, 미래로부터 돈을 빌려와서 현재의 경제를 살리는 식으로 돈을 땡겨쓰는 것도 늘 나쁘진 않습니다. 이 돈으로 사대강 사업 보상을 했고 공사를 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이 성장률을 높여보려고 발버둥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죠. 이 방식으로 지금 한국경제는 고물가의 압박속에서도 언뜻 화려해보입니다. 숫자로 봤을 때도 그렇고, 때깔을 봐도 그래보입니다. 아직은 아파트 가진 사람들이 백만장자 (백만불 = 9억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아마도 이명박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원했던 현재일 것입니다. 


이제 이명박 정권이 1년 5개월 17일 남았습니다. 다음 정권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어떻게 모양지을 것인가에 대해 답변해야합니다. 이제 한국사람들에게 더이상 "더 오래 일해라, 더 열심히 일해라"라고 주문을 해봤자 그런 식의 경제성장은 한계에 왔음을 인정해야합니다. 그렇다고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을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금융이 아는 것이 없고 취약하다는 점도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은 말은 좋지만 제도적 바탕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어떤 혁신을 해서, 발명을 해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대기업에서 혁신을 뺏어가거나 도용해서 쓰기 때문이고, 그에 대한 페널티가 미약하기 때문이지요. 10년 전 저는 전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다가 대기업 (심지어 어떨 때는 대기업도 아닌 기업에) 지적재산권을 뺏겨서 빈털터리로 끝난 경우를 제 주변에서 두 번 봤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의 희망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연봉 5천만원을 받는 것에서 그치고 맙니다. 그런 식으로는 국가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성장률을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대기업은 실업률을 해결하는데에도 한계가 있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건데 이 문단에서 세번째 문장부터 여기까지 한 이야기는 안철수씨가 책이나 강연을 통해서 이제까지 해왔던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기업가 정신 (起業家, entrepreneurship) 이란 것이죠. 


이런 상황에 대해서 박근혜씨의 대안은 줄푸세 (세금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라고 합니다. 이건 죄송하지만 비전이 아닙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지요. 이 셋 중에서 특히 법질서는 세우자 란 말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지요.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푼다는 건 정부간섭을 줄이고 시장에 더 많이 맡긴다는 이야기인데, 한마디로 나는 뭘 해야할지 모르니 경제는 재계에 내버려두겠다 라는 뜻으로 저에겐 들립니다. 기업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기업의 이윤을 걱정하지요. 우리나라같이 작은 나라에서, 그것도 성장의 한계가 온 나라에서 그냥 내버려둔다고 국가경쟁력이 자동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싱가폴의 올해 실업률이 1.5%입니다.  완전고용 (3%) 그 이상을 이룬 것이죠. 싱가폴이 규제를 풀어서 경제를 시장에 맡겨서 이렇게 성공적인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국가경제를 먹여 살릴 건수를 찾아내죠. 어느 나라나 경제의 아젠다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현 대통령에게도 토목이라는 아젠다가 있죠. 저는 걱정 됩니다. 박근혜의 대한민국은 외부의 경제 충격 (economic shock)에 도무지 대응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근혜씨가 이제까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침묵하거나, 고르고 예쁜 말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건 정치인의 방식, 김종필(JP, 박근혜의 친척)의 방식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이명박 시대의 경제로 인한 고통은 국민이 지고, 박근혜씨는 고통을 고운 말로 달래주면서 5년을 힘들게 참고 기다리게 될 겁니다. 빚과 건설업으로 이명박 정권은 때워넘겼습니다만, 박근혜라는 어여쁜 사치품을 대통령으로 두고 5년을 보내기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너무나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안철수씨에 대해 원래 쓰려던 글은 이게 아닌데, 시간이 모자라네요. 나중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안철수씨의 파괴력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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