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중고나라 등이나 인터넷으로 중고 판매가 꽤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사실 꽤 제한적이고 이용하는 층이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옷! 전 옷이 사실 가장 재활용도가 높은 물건 중 하나인 것 같고 굳이

의류함에서 묶여 국외로 배출되는 게 좀 아깝게 느껴져요. 동남아 지역 등으로 수출되는 풍경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무렇게나 뭉쳐진 채 잔뜩 압축돼서 거대한 박스 모양으로 실리고 있는 모습이 별로 유쾌하지 않더군요.

옷이란 게 각기 추억이 있고 다 나름 곱게 관리되던 것들이라 그런지..

물론 거기서 잘 활용되기야 하겠지만 체형이 다르고 기후가 다른데 한국에서 재활용되는 쪽이 활용도도 높고-

소위 탄소 발자국이란 것도 더 낮아지겠죠.

 

물론 빈티지 샵들이 한국에도 있긴 하지만, 사실 일반적인 중고옷을 취급한다기보다는 굳이 일본같은데서 헌옷을 들여오고

이용층이 거기서 거기죠. 그 외의 장소에 있는 것들은..정말 가게 자체의 분위기가 후줄근해서 쇼핑을 한다는 즐거움이 없어지는데

그것도 바람직하진 않죠.

 

미국의 대학도시에서 살면서 얻은 쏠쏠한 즐거움 중 하나가 중고의류가게들입니다.

각각 개성이 있고 취급하는 물건들이 다르고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을 종종보게 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내가 더이상 입을 것 같진 않은데 도무지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옷들을 팔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물론, 이런 가게들은 기부를 받는 곳과는 달라서 옷들을 꽤 철저하게 검열하고 그 계절에 원하는 물건,

현재 재고, 사람들이 찾는 것, 가게의 스타일 다 따져서 받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훌륭한 상태인 것들이

거절당하는 좌절을 겪기도 하죠... 그런데 사실 그래서 이런 가게들이 후줄근하지 않고 개성있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죠. 가격에 대해서도 기준이 있어서 사실 원래 샀던 값이랑은 별 관계없는 돈을 받지만

제 경우에는 사실 그냥 버려지는 것이 싫은 것이 더 크니까 괜찮아요.

 

중독처럼 가게를 일주일에 한두번씩 들릅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값싸게 살 때도 즐겁지만 제일 좋은 건 역시 내가 판 옷들이 혹시 없어졌을 때죠.

가벼운 페브리즈를 머금고 색 별로 분류되어 곱게 진열되어 있다가

그 옷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입어보고 사갔을 거라 생각하면 의류함에 넣는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중고샵 이름이 "부활"인데, 정확히 그런 느낌이에요.

애착이 있는 뭔가에게, 좀 더 합당하고 절차있는 이별을 고하는 걸지도요.

 

이런 가게를 완성시키는 건 점원들인 것 같습니다.

여기 점원들은 보통 약간초보 한명과 프로 한명의 구성으로 대기하고 있는데

둘다 개성있는 모습으로 잘 꾸미고 있지만 프로쪽은 보기만 해도 또렷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그쪽이 물건을 선별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다들 정말 매의 눈을 갖고 물건을 골라내더군요.

 

그들 중 제가 특히 좋아하는, 가브리엘 로세티적인 미녀언니도 있죠.

눈도 입술도 머리칼도 모두 화려하고 강렬한 와중에 그에 지지않을만큼 큼지막하고 디테일많은 귀걸이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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