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0 16:27
이번 주에 장기 출장이 있어서 어제야 서울집에 돌아왔는데, 고향에서 자꾸 내려오라고 성화네요.
안 내려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죠?
사실 이제 20대 끝물이니 친척들이 더이상 학교 이야기 공부 이야기 취업 이야기 이런 것 안하시긴 하는데.
(결혼 이야기도 가끔 하시지만 그렇게 압박은 아니에요)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스스로 판단해 볼 때, 내적으로 참 지친 상태이기도 하고요.
좀 어릴 땐 병원에 입원하고 이런 거창한 핑계를 생각했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시도해 본 적이 없어요.
집안의 장손은 아닌데 그래도 큰손자'들' 포지션에 있다 보니
안 내려갔다가는 한 소리 들을 것 같기도 하지만 올해는 적절한 핑계를 생각해 시도해 보려고요.
+a
사실 핑계거리를 찾자는 글 자체가 핑계 같군요. 이 이야기를 좀 쓰고 싶었어요.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어느 정도 대인 관계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많이 답답해서요.
같이 일하시는 분이 있는데 사람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열심히 일도 하시고, 악의는 없으신데.
문제는 이분이 부모님이 뭐하시는지 장인어른이 뭐하는지 동생은 어느 의대를 나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부인은 어느 학과를 나와 어느 전공인지, 하다못해 처남이 어디에 있는데..
이런 사항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왜 내가 이런 걸 알아야하지?' 같은 느낌인데 입 밖으로는 낼 수가 없고. 뭐 그런 상황입니다.
또 같이 어디를 가면 제 경력, 전공 등을 먼저 말하며 저를 띄워주는 역할을 항상 자임하시곤 해요.
물론 자기가 어느 학교 나왔고 어떤 경력을 가졌는지 나한테도 다른 이들에게 말해달라는 의미인데.. 전 잘 못하거든요 이런거. 사실 하기도 싫고요.
그런데 팀 인원이 4명이고, 한 명은 사무보조만 하시고, 한 분은 팀장이신지라.. 피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물론 조만간 옮기실 것 같긴 하지만요.
처음에는 그냥 와 대단하다라고 들어주긴 했습니다만, 이제는 좀 표정관리가 안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