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는 못살아' 예찬

2011.09.11 11:51

Mott 조회 수:2043

*

며칠 바빠서 게시판 글을 못 보긴 했는데 검색해보니 없는 것 같네요.

 

저도 보려고 보는 게 아니라 저번 주 주말에 뒹굴다가 케이블에서 재방하는 걸 우연히 봤어요.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챙겨보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챙겨보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이 언젠지 기억도 안 나요.

호흡이 너무 길어서 챙겨보는 게 좀 부담스럽거든요. 특히 회사다니면 더 힘들고요.

열심히 챙겨본 한국드라마는 '연애시대', '환상의 커플'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나네요;;;;;

(아, 밑에 최강희 얘기를 쓰려고 보니 생각났어요. '달콤한 나의 도시'가 마지막이었군요)

 

최강희를 좋아해서 처음엔 '보스를 지켜라'를 봤어요.

의외로 지성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길래 흥미로워서 4회까지 챙겨봤는데 회사 때문에 바빠서 놓쳤어요.

주말에 따로 다운받아 볼 만큼 구미가 당기진 않더군요.

 

*

일단 동화 속의 나쁜 캐릭터가 없어서 좋아요. 재벌도 안 나오고요.

요즘 보니 일일드라마에도 다 재벌이 나오더군요;;;

 

가장 흥미로운 건 최지우예요.

제가 느끼기엔 연기를 꽤 잘합니다. 많이 준비한 것 같고 연습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실땅님' 이미지가 아직까지 강해서 인정 못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발음이 정확한 건 아니지만 시종일관 실땅님은 아니거든요;;;

말투도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변호사랑 안 어울린다고 하는데 잘 녹아들고 있어요.

 

그가 맡은 이은재라는 캐릭터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평범한 여자지요.

이기적인 면도 있어요. 아주 현실적이고요.

사랑받고 싶어하고 여린 면도 있지만 잘 드러내지 않죠.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이은재라는 여자를 잘 드러내는 대사라고 느껴져서요.

 

친한 바텐더(하석진)한테 이혼소송에 대한 심란한 심경을 토로하자 그 바텐더가 '니가 한 결정이 옳든 옳지 않든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줘요.

이 때 이은재가 그래요.

"그런 얘기, 연형우(남편인 윤상현)한테 듣고 싶었는데."

아, 뭔지 너무너무 알 것 같아요.

 

제가 여자여서인지, 이은재가 이기적인 면도 있고 좀 얄밉기도 한데 그래도 이해가 된달까요.

 

윤상현은 연기 기본이 있으니 무난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에 속해요. 옷도 잘 입고;;;;;;;;;;;;

 

캐릭터는, 심성이 착하긴 한데 여자 입장에선 복장 터지는 타입입니다.

뭐 돈 버는 거 관심 없고 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거 그거까진 이해해요.

이은재가 그런 거 모르고 결혼한 것도 아니니까요.

근데 그걸 이해하길,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길 은근히 강요해요.

대놓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보기엔 연형우가 마냥 져주고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거죠. 잘 모르는 남들이 보기엔.

나 말고 남들은 모르는 거, 그래서 나만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거 얼마나 복장 터지는데요. 

그리고 옛 연인의 변호를 맡고 과거 연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감추려 한 건 좀!

의도적인 거 아닌 건 알겠는데 그래서 또 복장터지는 거죠 아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쓰니 연형우라는 인물이 나쁜 놈인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닙니다만;;;;

많이 참는 면도 있죠.

 

나머지 배우들이나 캐릭터도 좋습니다.

김자옥이 아들인 윤상현이 못 되게 굴면 '이 셰키 이 셰키' 이러는데 따라하고 싶어지고요. ㅋㅋㅋ

사무실 식구들이나, 성동일도 그냥 보통 사람들 같아서 좋아요. 

김정태 저는 처음 보는데 너무 웃겨요. 본인 애드립인지 각본에 그렇게 쓰여있는지 궁금해요. ㅋㅋ

 

*

사무실 촬영장이 제 예전 회사 근처더군요.

건물이 워낙 특이하고 예뻐서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다 쳐다봤었죠.

광고회사라고 들었는데 촬영에 내주고 어떻게 일하나 궁금하네요. ^^;

아직 회사 다니는 후배에게 물어보니 촬영하는 건 한 번밖에 못 봤다네요.

 

아직 6회까지밖에 진행되지 않아서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내용이 탄탄하고 재미도 있어요.

아무리 봐도 안 맞는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어떻게 풀 지, 궁금합니다. 

 

암튼 저는 주말이 되면 이번 주에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드라마를 찾아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실시간 사수는 힘들어요 ㅠㅠ)

다만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좀 아쉬워요.

워낙 센 작품들이랑 붙어서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기종영 되는 일 없이 끝까지 잘 갔으면 좋겠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1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38
92992 명절에 제일 맛있는거 [13] 가끔영화 2011.09.11 2775
92991 연휴에 놀러 가서 여관방에서 차례지내는 사람 많나요 [3] 가끔영화 2011.09.11 2222
92990 요즘은 약밥 안만들어 먹나요 [8] 가끔영화 2011.09.11 2370
92989 ABE 는 어떻게 기획된 시리즈였을까요? [29] 대필작가M 2011.09.11 9740
92988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 높은 성의 사내 서평 이벤트(웹진 거울) [3] 날개 2011.09.11 1675
92987 [Old] 70년말-80년초 일본 대중 음악 espiritu 2011.09.11 1115
92986 영화제목, 한심한 베끼기…위험하기까지 하다 [4] 감동 2011.09.11 3000
92985 민주당 경선이 지지부진해 보이는 군요. [5] 살구 2011.09.11 1960
92984 [군바리일기]인생에서 두 번째로 우울한 추석을 보내는 중인 이올라입니다. [5] 酒戇戰士욜라세다 2011.09.11 1751
92983 강호동 [4] 가끔영화 2011.09.11 3733
» '지고는 못살아' 예찬 [1] Mott 2011.09.11 2043
92981 황해가 현실로? ㄷㄷㄷㄷ [17] 디나 2011.09.11 5240
92980 Cliff Robertson (1923-2011) R.I.P. [3] 조성용 2011.09.11 933
92979 여배우들의 좀비 분장 [12] 텔레만 2011.09.11 4176
92978 오작교 형제들같은 드라마가 진짜 무섭지 않나요. [9] 달빛처럼 2011.09.11 3672
92977 유에포 사이트 망했나요? [4] 아.도.나이 2011.09.11 1721
92976 [바낭] 추석이라 글이 별로 없네요. / 아마데우스와 배우 잡담 [4] WithWind 2011.09.11 1172
92975 [저도종교..] 어머니와의 갈등 [4] *   2011.09.11 2103
92974 24시간 영업하는 카페 알려주세요. [6] 라스티냐크 2011.09.11 2224
92973 누구 눈이 더 순하게 보이나요 [3] 가끔영화 2011.09.11 31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