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2 02:36
그녀가 핫윙을 좋아하게 된 것은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그 때 즈음이다. 삼년을 달려오던 어린 그녀에게 다가온 갑작스러운 해방은
자유의 기쁨보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어리둥절함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였다고 했다.
그녀가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
사실 이유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왜 나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 왠지 나는 모두가 느끼는 공통의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의외로 타인에 대한 궁금한 것이 작으니까.
그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내리던 흔한 겨울 저녁이었지만, 그 날의 눈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밟은 서울의 눈은
검게 변한지 오래였고, 흩날리는 눈을 피해 들어온 중학생들로 KFC 안은 소란스러웠으니까.
나는 그렇게 그녀의 어깨를 보고 있었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주문을 받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상상을 하곤했는데,
그럴때 마다 그녀의 어깨는 보기보다 작았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가는 길은 항상 낯설었다.
반짝 빛나던 타일을 하루종일 밟다가, 밤에 마주한 검은 눈길은 발을 내딪기가 힘들었다.
검게 변한 눈에서 튀는 흙탕물이 그녀의 털부츠를
적셨는데, 나는 그 때마다 조금씩 젖어가는 그녀의 발가락을 상상하곤 했다.
"너한테서 핫윙 냄새나."
대단한 유머라도 내 뱉은 듯이 웃으며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는 그녀를 보며 내 팔을 코에 갖다대며 말했다.
"너한테도 나"
서로의 어깨에 코를 갖다대며 웃다가, 한 번도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때 즈음이었다고 했다. 그녀가 핫윙을 좋아하게 된 것이
그녀가 대학을 가게 된 후 자연스레 멀어졌다.
어디 성적 맞춰서 그냥 들어갔다고 그랬었나.
툭. 툭. 하고 우산 위로 떨어지던 눈소리를 들으며 맡았던 핫윙 냄새만 기억나고 난 다 잊어버렸다.
자다 일어나서 이게 뭐하는 짓이죠...-_-??
182등급짜리...
아침에 읽어보고 부끄러우면 삭제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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