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벌님께

2011.09.14 15:02

겨자 조회 수:3542

김리벌님은 제 글의 컨텐츠와 태도를 보고 저와 대화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하시는데, 그 말은 김리벌님께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더글라스 어윈의 장하준 북 리뷰에 관해  썼을 때에도, 굳이 김리벌님을 겨냥해서 쓰지 않았던 것을 예민한 독자는 읽어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김리벌님이 난삽한 첫번째 글(장하준1-1)을 올렸을 때에나, 다른 난삽한 글을 쏟아낼 때에도 댓글을 달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본인도 아마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김리벌님이 올린 글 중에서 호응이 가장 좋았던 건 더글라스 어윈의 서평을 번역했을 때라는 걸 말입니다. 

hubris님이 hubris님과 김리벌님 사이의 무례에 대해서 말씀하셨듯이, 전혀 개인적으로 무례한 적이 없는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무례한 방식으로 저를 겨냥해서 글을 쓰는 리버럴님에게 짜증이 납니다.  hubris님이나 raven님이 여러번,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상냥하게, 김리벌님의 무례를 지적했음에도, 김리벌님의 무례는 – 특히 저에 대한 무례는 –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학부에서 경제학 교과서 열권을 읽고, 논문 150편을 읽은 김리벌님이 제게 “이건 읽었느냐, 저건 읽었느냐”라고 도발해대는 건, 이런 무례를 그렇게 많이 겪어본 적 없는 제겐, 분노스럽기 보다는 당황스럽습니다. 그래도 일단 몇가지 지적을 합니다. 

첫째, 김리벌님이 쓴 글은 거대한 동어반복입니다. 

1. 주류경제학이란 게 있다.
2. 주류경제학은 참이다. 
3. 장하준은 주류가 아니다. 그러므로 장하준은 틀렸다.  (주류의 누구누구는 주류를 대표해서 장하준은 비판했다)

이른바 1번에서 2번으로 넘어가는 주류는 참인가란 부분에 대해서는  raven님이 잘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상 저는 아마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러니 저는 반대로 주류의 장점과 마이너의 위험을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주류는 고스톱 쳐서 그 자리에 올라간 게 아닙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방법론적  rigor니, 이론의 internal validity니, meta-analysis니 해서 쌓아올린 것입니다. 반면에 마이너리티는 주류와 다른 담론을 펼치는데에 자기네의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설혹 주류에 참이 있을 지라도 계속 주류와는 다른 담론을 펼쳐야한다는 도그마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류의 의견을 귀담아 듣습니다. 

문제는, raven 님이 말씀한 것처럼, 주류의 미덕에 취한 나머지, 주류의 설명이 완전하다고 믿거나, 다른 설명의 가능성을 뭉개버리는 것입니다. 주류의 설명이 (심지어 옳다 하더라도) 완전하지 않았던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푸리에를 보지요. 푸리에가 1822년에 푸리에 시리즈를 냈을 때, 르장드르, 라그랑제, 라플라스는 푸리에의 이론은 rigor도 없고, generalizability도 없다고 노여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이지안 통계와 기존 빈도학파를 봅시다. 이 사람들 아직도 싸웁니다. 베이지안들이 출현했다고 해서 빈도학파 이전까지 발표한 내용들이 틀렸나요? 또 빈도학파가 옳다고 해서 베이지안의 효용성이 없나요? 20세기 접어들며서는 빈도학파가 ‘주류’였습니다. 그때 김리벌님같은 학생이 통계학 분야에 있었다면 주류가 아닌 베이지언은 “불량식품” 취급받았겠죠? 요즘 로보틱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베이지언이 완전히 대세를 잡았습니다. 이건 심지어 “사회”과학도 아닌,  통계인데 말이지요. 

그럼 다시 김리벌님의 주류는 뭐냐로 돌아가죠. 제가 보기에 지금 경제학의 주류는 신고전주의 neoclassic입니다. 제 짐작에 아마 김리벌님이 생각하는 주류도 그것일 겁니다. 그런데 김리벌님은 주류경제학은 상당히 폭넓은 결론을 포함한다는 둥, 대학의 특정 과목에서 쓰는 교과서는 거의 일치하는데 아마 70%가 겹칠 거라는 둥, 상호인용체계에 속하면 어떻다는 둥, 계속 주류에 대한 정의를 바꿉니다. 한마디로 바늘귀는 움직이니 실을 꿰어보라는 격이죠. 그래서 제가 김리벌님의 첫 글은 아예 상대도 안했던 겁니다. 그래서 아마 세간티니님이 도대체 니가 말하는 주류가 뭐냐 정확히  밝히란 소리를 하는 것일 거고, 그 입장을 밝히는 순간 논의는 좀 더 명료해질 겁니다. 아직도 김리벌님의 사고는 "주류경제학"이라는 흐릿한 정의에서 한발짝도 더 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글라스 어윈 교수의 주류에 대한 정의를 한 번 들어보죠. 물론 본인 구미에 맞는 부분만 읽으시겠지만 말입니다. (강조는 글쓴 이가 덧붙임)

Thank you for your interest and I'm glad that my review has stimulated some debate!

You are right that your questions get at how to characterize something, rather than the substance or validity of a viewpoint.  The categories or labels don't matter as much as how compelling or persuasive one's analysis is. 

That said, Chang is definitely at a "mainstream" institution and his views are "mainstream" among a cadre of development experts (and his views certainly get attention from the mainstream media), but I don't think his views would be considered by most economists to be "mainstream" (certainly not at the IMF and World Bank, the Washington consensus folks).  Of course, there is nothing wrong with that at all!

There is no precise definition of mainstream research.  Within the narrow confines of academic economic research, mainstream probably means that your work is regularly presented and critiqued at academic conferences and that you publish your work in refereed, peer-reviewed journals. To the extent that I do that, I guess I am a mainstream economist.

I hope this helps!

Doug Irwin

둘째, 유치산업 보호론.

그래도 전 김리벌님이 경제학 교과서 이야기를 하길래, 경제학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은 ‘주류’로 간주할 줄로 알고 있었는데, 김리벌님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치산업보호론은 단박에 “신통치 않다’'라고 말을 합니다. 아마 제가 김리벌님 글에 댓글을 단 건 그게 유일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장하준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치산업 보호론에 대한 김리벌님의 설명이 기가 막혀서였죠. 학부에서 이렇게 유치산업보호론을 기술하면 C받습니다

김리벌님은 댓글을 통해 유치산업 보호론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원래 유치산업 “보호”론은 수출을 염두에 둔 정책 수단입니다.
미래의 수출을 위해 현재는 경쟁력이 없고 (미래 성과도 매우 불확실한) 
어떤 산업, 어떤 기업, 어떤 플랫폼 등을 국가가 (시장과 공동으로) 선정해서 
(stock picking=유망 종목 선정 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십수년간 적자가 나도 자원을 집중적으로 몰아주자.
그러면 나중에 수출 많이 해서 좋아진다는 논리입니다.
삼성과 엘지가 유치산업 보호를 통해 휴대폰 제조에서 수출업자가 된 것처럼
현재 유치산업인 모바일 OS 산업을 국가적 프로그램으로 육성하여 나중에는 수출하자는 얘기입니다.

다른 저개발 국가도 그렇게 하면 장기적 성장률을 상당한 정도로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논리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전혀 없는 논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요.”

유치산업 보호론은, 한 나라에 장기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이 있는데, 외국의 경쟁으로 인해서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국제경쟁에서 분업을 담당할 수가 없다.  만일 자본시장이 완벽하다면, 회사는 단기손해를 메꿀 돈을 자본시장에서 빌려오면 되겠지만, 자본시장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그 실패를 바로잡아야한다. 이런 것이죠. 그러니 정부가 개입해서 단기적으로 도와주면 장기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육성을 통해 국제분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건 심지어 비교우위론 과도 완전히 배척되는 이론이 아닙니다.  

또, 대개 십수년간 적자가 나도 몰아주자는게 유치산업 이론이다? 유치산업 이론은 어느 교과서에서나 여러번, ‘단기간’ 보호를 강조합니다. (예외적으로, 한국 철강산업을 들어 쓴 논문에서는 유치산업보호의 적절한 기간은 20년까지도 가능하다 – 라고 주장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 다른 저개발 국가도 그렇게 하면 장기적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논리다? 저개발 국가가 장기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져올 어떤 factor를 국가 안에 갖고 있는지 그걸 봐야지 무작정 유치산업이론을 적용한다고 장기적 성장률이 올라갈 리가 없겠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전혀 없는 논리다? 그건 김리벌님이 유치산업이론을 잘 몰라서 그런 말을 겁없이 내뱉을 수 있는거죠. 유치산업보호론은 제법 많은 복잡한 버전이 있고, 어떻게 장기적 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지 여러가지 설명을 제공합니다. 누구는 learning 때문에 유치산업보호를 해야한다고 하고 일반적으로는 유치산업 이론이 성공하는 조건으로는 개입이 단기적이어야 하고, 정부가 효율적이어야하고…  혹자는 정부가 equity를 소유하는 게 낫다고도 하고 이런저런 조건을 둡니다. 

유치산업 보호론의 empirical evidence는 mixed 이며, 미국의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유치산업 보호론은 오래된 이론일 뿐이지 validity가 없는 이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사례는 여러번 거명됩니다. 그리고 절대 죽었다고 하지 않죠. 만일 이 이론이 엉터리 이론이라면 교과서마다, 심지어 international economics, international trade, development economics 교과서마다 실릴 리가 없겠죠. (물론 이런저런 조건을 만족시켜야한다고 군시렁거리긴 하지만.)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봐도 한국이 그렇게 해서 성공한 대표사례가 아니냐, 지금 중국을 보면 active하게 이용하지 않느냐고합니다. 일본 자동차 산업도 유치산업의 성공사례라고 일본인 경제학자에 의해 리포트 되었고, 미국의 할리 데이비슨도 자주 거명되는 성공사례죠. 최근 하버드 교수는 보호무역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중에서 여러 이론들이 공격받아 사라져갔는데, 유치산업보호론은 살아남았다고 리뷰합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유치산업 보호론은 죽은 이론인 게 아니라, 요즈음 핫한 토픽이 아닌 겁니다. 이미 그 이론에 대해서 모델도 나왔고, 장단점도 알고 있고, 임피리컬도 어느정도 나왔고, 이미 mature한 토픽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거 써서는 테뉴어 힘들죠. 요즘은 institutional economics가 development economics쪽에서 대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development economics, 특히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수들은 장하준 교수를 눈여겨보더군요. 콜럼비아 대학 호세 오캄포 교수 같은 경우는 이번에 자기 책에서 장하준 교수를 소개하면서, 강연에서도 우리는 이 사람 좋아한다고 하더란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김리벌님은 “여러분은 이런 접근 방식이 정말로 가난한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고(경제적 총후생, 성장), 가난하거나 부유한 나라의 저소득층을 도울 수 있다고(소득 불균등 완화) 믿으십니까?”라고 사무엘슨 1, 2포스팅에서 호소를 했었지요? 선진국 경제학자들이 남의 집 불구경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교시를 내릴 때, 덜 발전된 국가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development economist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서바이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론을 적용했다가 현실에 안맞으면 웁스, 다음 연구에서 더 보강하겠다는 말로 끝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라틴 아메리카는 요즘 1980년대에서 1990년대의 economic liberalization 시대가, 1970년 이전의 import substitution 시대에 비해서 경제성장도 별로고 소득 불균등은 심화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묶은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나라 출신 development economists 사이에선 상당한 분노가 있죠. 특히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GM등을 구제한 후에는 더 그렇죠. 

유치산업 보호론에 대해서 댓글을 달면서 제가 Young (1991)을 레퍼런스로 들었을 겁니다. Young (1991)을 레퍼런스로 든 이유는 이래요. 김리벌님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온 이론도 그냥 기각시킬 수 있는 움직이는 주류의 잣대를 갖고 있었죠. 하버드, MIT, 프린스턴, UCLA, 스탠포드, 예일 등 19개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이 국제경제학 공부할 때 꼭 읽는 리딩 리스트를 골라서 몇개가 겹치는가를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Young (1991)은 여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김리벌님은 자기의 구미에 맞는 문장 한 개씩만 읽고 되물어보는 것 같더군요. 그냥 교과서를 다시 읽으라고 말하는 게 나을 뻔했군요. 교과서에 거개는 다 있습니다. 

세번째, 로드리게즈와 로드닉의 2000년 논문에 대해서는, 아마 제가 이렇게만 적었을 겁니다. “This may be of your interest.+ Link”

로드닉은 Free trade – protectionism 를 중간 지점 어디에선가 논의를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고전주의나 네오 리버럴리즘을 믿는 경제학자들과 비교해 정부개입에 대해 융통성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죠. 김리벌님은 권위있는 학술지에 출판하는 학자를 존중하는 사람이니, 권위있는 학술지에 출판하는 학자 중에서 이런 융통성있는 사람도 있다는 건 충분히 시각을 넓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김리벌님은 한 문장만 읽고 바로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건 아마 로드닉이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한 문장이었죠. 이 사람은 contingency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쪽 주장만 편들어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로드닉이나 크루그만, 사무엘슨이 보호무역주의자라고 생각할 거라는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망상이죠? 

네째, 위포인트와 연결해서, 김리벌님은 포스팅 두 번에 나누어서 많은 문장을 할애하여, 기껏 “사무엘슨은 free trade 를 지지해요”라고 썼습니다. 이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김리벌님이 구글 검색수가 적다고 깔본 Hill의 교과서에서도 나옵니다. 아니, 심지어 사무엘슨의 논문으로 인해 소동이 일어났을 때, 사무엘슨이 직접 인터뷰한 신문 기사에도 나왔지요. 

그런데, 사무엘슨이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것이, 그가 자유무역의 potential hazard를 지적한 것과 무슨 관계가 있지요? 하나의 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뷰에 어긋나는 이론을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습니까?  자유무역주의자가가 보호무역주의의 관점에 도움이 되는 이론을 만들었다면,  그 이론은 덜 valid한가요?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더 풍부하게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 않습니까? 재밌는 건, 사무엘슨의 그 논문은 – 연도는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제 기억이 옳다면 - A급 저널 에디터에게 한 번 게재불가를 통보받았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를 편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사무엘슨 교수가 나중에 한 번 그 사정을 토로했고, 토고인가 하는 일본 학자가 이 사건을 한 번 씹은 바 있습니다. 데이터가 있고 결과가 그렇게 나와도 보호무역주의가 성공할 때는 anecdotal evidence라고 축소하고, 대가가 이론을 만들자 어떤 입장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것, 이것이 주류의 힘이지요.

다섯번째, 김리벌님의 오독을 몇가지 지적하죠. 사무엘슨 1, 2시리즈에서 김리벌님은 제가 보호무역주의자라고 단정짓던데, 어디서 그런 망상을 갖게 되었나 모르겠군요. 상식적으로 다른 나라에 와서 생산요소를 파는 사람이 보호무역주의자일 수가 있을까요?   김리벌님은 더글라스 어윈의 리뷰에서 세상에 100% 정부개입을 지지하거나 100% 프리트레이더가 있겠느냐고 스스로 댓글을 달았던데, 왜 남들은 흑백으로 갈라보실까 모르겠네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프리트레이드에 대해 물어보면 무식하게 예스 노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항상 short term을 살 뿐이지 long term이란 건 없다, 정부 간섭은 필요하다, contingency가 중요하다, 경제학은 social science이므로 한계를 인정해야한다, 이런이런 가정이 있는데 현실에선 이래이래 안맞는다, 이런 말을 합니다. 교역과 관련해서 제가 이렇게 무식하게 예스 노로 설문한 걸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맨큐 경제학 교과서에서였죠. 

여섯번째, 누구도 김리벌님에게 어떤 글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는데, 김리벌님은 앞장서서 1) Young에 대해 쓰겠다, 2) 로드릭을 직접 검토하겠다, 3) 크루그만과 전략적 무역이론에 대해 검토하겠다, 4)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표준근거에 대해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 말고도 김리벌님이 쓰겠다고 한 글이 몇 개 더 있지요. 제 생각엔 적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에 논점을 몰아 쓰는 게 제게 경제적일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다시 말하지만 김리벌님이 공수표를 날린 것이지, 제가 이걸 써달라 저걸 써달라 먼저 주문한 게 아님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시간, 비쌉니다. 그리고 저더러 뭘 국역해라 말아라 하는 건방진 요구는 들어줄 수 없습니다. 

일곱번째, 김리벌님은 경제학자와 국적이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제가 예전에 한 경제학자의 발표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이 경제학자는 자기 연구의 모티베이션을 자기 국적에서 찾았습니다. 자기의 모국은 너무나 가난했고, 그래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open market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 연구논문을 쓰게 되고 또 주장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마찬가지로 일본의 어떤 연구자들은 일본의 경제성장과정에서 자기가 본 것에 대해 증언을 하고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경제학자들은 자기가 본 것을 증언하는 것부터, 자기가 느낀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부터 연구를 많이 시작합니다. "사다리 걷어차기"의 저자 장하준박사는 한국인이고, 그래서 자기 나라가 겪은 것과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이 되네요. 참고로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이 경제학자의 이름은 Jagdish Bhagwati 입니다. 이 바가와티 교수 조차도 금융의 자유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기 위치를 철회하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군요. 
 
여덟번째, 자유무역은 일반적으로 교역당사국간에 이롭다지만, '일반적으로'라는 말의 함의를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교역으로 인해서 누구는 100을 얻었고 누구는 50을 잃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50을 얻은 것이죠. growth 와 equity간에 무엇이 중요한가는 오래된 이야기이고,  growth로 인해 equity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자유무역을 권할 때 반드시 함께 이야기해야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미국에는 Trade Adjustment Assistant Act가 있습니다. 자유무역으로 인해서 손해본 그룹이나 사람을 위해서 자유무역으로 인해 이득본 쪽이 몫을 나눠준다는 것이죠. 물론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자유무역으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는 정책 입안자들이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군요. 

아홉번째, "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들의 사례만 연구했느냐"는 장하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저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초입에 장하준 박사가 이미 적은 내용들을 다시 들춰보기를 권합니다. 이 사람은 자기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 (그리고 한국어)였고, 그래서 제 3세계의 문헌을 제대로 번역하기 어려웠으며, 제3세계 사료 자체가 많이 나와 있지를 않았고, 영어로 적혀진 문헌이 가장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에 그랬다고 미리 설명하고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남더러 "제 3세계 사례도 연구하지 그랬느냐"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본인들은 얼마나 제 3세계 사례를 연구들을 하시길래.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미 장하준 박사는 왜 이런 방법론을 썼나 앞머리에서 쓰고 시작합니다. 그러니 그냥 그걸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 학계의 차이도 이해를 해야할 것 같네요.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영국은 미국 학계와 달라서 책도 중요합니다. 

열번째. 김리벌님은 "이론과 실증의 규범을 준수하며 이 주제를 오랫동안 연구하고서로서로 검증을 주고 받은 학자들의 소사이어티"가 본인이 생각하는 "주류경제학"의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 장하준 교수는 이미 검증을 주고 받은 학자들 소사이어티의 일원입니다. 그 사람의 저널 논문들, 어워드를 받은 책, 이런 것은 그냥 헛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사이어티 안에서 피어 리뷰를 받은 것이고 검증을 받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 시간은 귀합니다. 올리시겠다던 글을 다 읽어보고, 정보값 있는 내용이 있으면 코멘트를 생각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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