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의 연애행각

2011.09.17 15:25

jesuisseule 조회 수:3630

나이가 적은 사람이 아니니 내가 보수적이라 그래, 라고  생각 하기엔 좀 이상한 하루였습니다.

 

지하철을 탔습니다. 금방 자리가 나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맞은편에 두 커플이 있었는데

한 커플은 함께 책 한권을 읽고 있더군요. 남자가 손가락으로 문장을 짚으며 함께 읽는 것 같았습니다. 참 보기 좋구나, 바라보는데

동시에 몇번 웃더군요. 책 내용때문에 그랬겠지요. 참 이쁘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 커플의 옆 커플이 갑자기 두 입술을

맞대었습니다. 무슨 맘인지 둘 다 눈은 크게 뜨고 있었습니다. 눈 뜨고 뽀뽀하면서 누가 안 웃기, 따위의 게임이라도 하는지.

많이 민망했습니다. 제 왼쪽에는 노부부가 앉아 계셨는데, 남편분께서  낮은 목소리로 '저런 건 얘기해줘야 돼,쯧쯧' 하시자,

아내분께서   '당신 그러다가 인터넷에 떠. 지하철에서 욕먹는 노인네,이러면서!' 라며 조용히 말리셨어요.

그들의 입맞춤은 무려 두 정거장이나 계속 되었습니다. 방을 잡아라! , 라고 큰 소리로 말할 호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오른쪽에 앉은 커플이 앞 커플 저리가라 하는 짓을 시작합니다. 저-- 옆커플남자--옆커플여자 순으로

앉았는데, 옆 여인이 자기 남자친구의 왼쪽팔을 계속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남자 만지는데 뭐라 할 일은 없지만, 문제는

그 길고 뾰족한 손톱으로 저의 오른쪽까지 죽죽 긁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죽죽죽죽죽, 대여섯 번 긁히고 난 후, 여자분에게

싸늘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제 팔도 함께 긁고 계신데요."

 

바라보던 사람들이 큭큭 웃고, 제 왼쪽의 노부부 커플은, 앞도 이상한데 옆은 무슨일인가 싶어 저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시고,

조금의 난감한 순간이 지나자, 이번엔 제 옆의 남자분이 여자친구의

 

뒷      목       에       키     스     를      시작하셨습니다.

 

순간 제가 잘못 본 줄 알고 앉은 자리에서 정확히 90도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건 현실이었습니다.

게다가 여자분은 흐응흐응 고양이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구요.

눈 앞을 보니 책을 읽던 커플이 알사탕같은 눈으로 변해, 놀란 모습으로 제 옆의 커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 갈길이 멀었고 게다가 늦었거든요. 빠른 판단이 필요했죠. 옮겨야겠구나.

그래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옆 칸에 갔죠.

그랬더니 이번엔 老커플이 손도 만지시고 어깨도 만지시더니 허리로 손이 내려갔다가  급기야는 서로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하시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오늘이 날인가 봅니다. 그 다음 역에서 바로 내렸어요. 내려서 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연예인이었다면 "이거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했을거에요.

저에게 왜들 그러시는거에요,정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41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98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127
92710 [단문] "라몬, 태양은 나 혼자만을 위하여 빛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1] 봐길베르 2011.09.17 1024
92709 외국남자를 만나는 여자. [27] 기역니은디귿 2011.09.17 6204
92708 개인적인 일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 [39] 스위트블랙 2011.09.17 4903
92707 결국 CD는 사라질까요? [11] 형도. 2011.09.17 2222
92706 개인정보 관리가 이지경이면, 미국이면 중형인데.. [5] 무비스타 2011.09.17 1743
92705 [듀나인] 잘못된 보일러 시공으로 누수가 된 경우, 시공업체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나요? [2] 레사 2011.09.17 1179
92704 화장실 유머. [11] 자본주의의돼지 2011.09.17 3320
92703 타인에게 건네는 말의 가벼움 [3] 난데없이낙타를 2011.09.17 1947
92702 혹시, 사진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 [21] Nanda 2011.09.17 2472
92701 여러 가지... [12] DJUNA 2011.09.17 2827
92700 컴퓨터 오류(?) 질문입니다. 음악파일과 비디오파일 관련. [1] Aem 2011.09.17 781
92699 [바낭설문] 캔 or 컵? [6] 명익시잠 2011.09.17 996
92698 Man of K(울랄라 세션)의 싱글 앨범 [falling] [3] 얼룩이 2011.09.17 2766
92697 신용재가 노래를 참 잘하긴 하네요.. [1] 루아™ 2011.09.17 1120
92696 날씨가 시원해지나 싶었는데... [6] 늦달 2011.09.17 1391
» 지하철에서의 연애행각 [11] jesuisseule 2011.09.17 3630
92694 토요일에 출근해서 쓸데없는 짓..(MBTI 유형 이야기..) [2] Serena 2011.09.17 1640
92693 여동생의 남자친구는 저를 **라고 부릅니다. [25] 도돌이 2011.09.17 4800
92692 여름하늘 인가요 가을하늘 같나요 [5] 가끔영화 2011.09.17 1755
92691 성시경의 태양계 [3] 폴라포 2011.09.17 28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