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의 책,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치는가> 중에서 표제작을 거의 전문 발췌 해봤습니다. 

이 책은 일종의 칼럼 모음집인데 90년대 중반의 정치,사회적 이슈(특히 자국인 이탈리아) 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 특유의 유머가 넘치고 10~20년 전 이야기라고 하나 시의성도 있어 흥미롭게 읽다가 

지금의 MB정부의 상황을 정확히 예언한 것 같아 글 올려봅니다.

지금 서울시장직을 원하는 주어 없는 그분이 만약 당선 된다면 이와 같은 길을 똑같이 걷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치는가


몇 해 전 한스 마그누스 엔첸베르거는 정치가들이 오늘날 어떻게 해서 자신이 신경써야 할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가에 관한 아주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 

자신의 책임이 중요할수록 그들은 테러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자신을 방탄차, 헬리콥터, 자가용 제트 비행기 (명박산성등 응?) 안에 

밀어 넣는 경호원에 둘러싸여 있을수록 더욱더 중무장된 집 안에 틀어박히고, 난바다에서 휴가를 보낸다. 

세계에 대한 책임이 많을수록 그들은 세상에 대해 더더욱 모르게 된다.


물론 그것은 파라오나 절대 군주들에게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그와는 다르며 역할도 다르다. 

사실 우리는 그가 길거리를 걷고 어린이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데 어린이를 쓰다듬을 때도 권력을 가진 사람은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막 속에 갇혀 있으며, 그 경계선은 중무장된 경호원들 집단에 의해 보호되어 있다. (...)


최근, 사실들에 대한 이런 지적과 함께 몇 주 전에 있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논평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는 섹스 게이트를 민주주의 긍정적 표현이라고 칭찬하였다. 그의 말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 

민주 국가에서 힘 있는 자는 카리스마 같은 매력을 가질 필요도 없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인물이 되어서도 안되며,

오히려 강요당할 수 있고 또 강요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불신을 얻을수록 더욱더 시민들의 통제하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 파라오나 로마 황제들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 풍자도 허용되지 않았다.

 병사들이 개선식 동안에 외쳤던 모욕들은 단 한 번 허용되는 축제의 방종 같은 것이었지, 

무자비한 풍자나 일상적 악담, 결점에 대한 잔인한 강조로 이어지는 연속적이고 격렬한 비판의 지속적인 통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런 것은 적에게나 사용할 무기였지, 자신의 주인과 영주에 대한 정상적인 통제 수단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마침내 19세기에 들어와 정치 풍자가 결정적으로 승리하게 되었다. 

내가 풍자 이야기를 꺼낸 것은 풍자만화가 권력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방식을 즉각적으로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력에 대한 그런 일상적 압력에는 모든 형태의 중상모략적 모니터링도 포함된다. 

가령 질병이나 약점의 폭로, 옷장 속의 해골, 떳떳하지 못한 가족, 자유분방한 태도 등에서 점점 더 내밀한 -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 부분까지 더듬게 된다.


보통 사람은 대개 거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어떤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부끄럽게도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저질렀다고, 무능력하다고, 도둑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매일 듣는다면, 

그게 사실이든 중상모력이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아무리 무관심하더라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당신의 충실한 추종자들의 패거리 안으로 피신한다. 


추종자들은 질투심 많고 타락한 그 빌어먹을 모략가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고, 자신들의 존경과 칭찬을 강조한다. 

그런데 당신은 추종자들 패거리, 즉 당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심리적 조건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혜택의 그물을 이용하여 그들을 책임 있는 자리에 앉히고, 아주 강력한 상호 원조의 영역을 만듦으로써 그렇게 한다.


그런 영역은 폐쇄적이다. 

당신을 통제하기 위해 민주적 여론은 당신을 불신하지만, 

당신은 민주적 불신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든 통제에서 벗어난 비밀 권력 구조를 주위에 만들지 않을 수 없다.    (1996)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7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31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433
166 재테크 성공비결이 '종잣돈'이라고요? [8] 재클린 2011.02.09 3037
165 사상초유...인권위 외부위원 61명 동반사퇴 [12] chobo 2010.11.15 3021
164 내 주관적으로 매긴 한국영화 최고의 Antagonist( 보편적으로는 Anti-hero) [3] 수지니야 2011.05.16 2986
163 이성에게 어필하는 옷차림 [4] 미나 2011.01.24 2954
162 듀나인] 윙스푼 닫은 후, 어디로 가시나요? [6] pennylane 2014.05.25 2949
161 린지 로한 재활원 나와 새집 얻어 [6] 가끔영화 2011.01.05 2939
160 [멍멍] 마음에 드는 사진 몇 개. [17] YiLee 2011.08.18 2937
159 지드래곤 9월 15일 미니앨범 발매 (feat. 김윤아(자우림), 김종완(Nell), 타블로(에픽하이), Dok2) [8] 수프 2012.09.03 2937
158 [바낭] 즐거운 출근 길 / 집 앞에서 닭을 보았습니다 [8] 로이배티 2010.09.02 2924
157 으악 (사진있어요) [16] 미나 2011.01.24 2905
156 시선집중 - 민주당의 노원(병) 무공천에 대한 안철수측 입장(무소속 송호창 의원) [16] 가라 2013.03.26 2883
155 사소한 걸로 굉장한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5] chobo 2012.11.20 2881
154 위키드 프리뷰 공연 감상평 (약스포) [10] camper 2012.05.31 2860
153 [바낭] 요령 없음 [20] 에아렌딜 2012.02.13 2848
152 이해는 하지만 [13] 닥호 2010.12.25 2835
151 남쪽 사이트 해킹하기 너무 쉬웠다 [7] amenic 2011.05.08 2823
150 노원병.. 안철수 위태위태하다? [8] 가라 2013.03.15 2812
149 (기사링크) 기무사령관 출신 송영근 의원 "육군 여단장 성폭행, 외박 못나간 탓" [18] chobo 2015.01.29 2806
148 (사진바낭) 강화도 전등사 & 석모도 보문사 [7] Kovacs 2013.10.26 2804
147 11월 18일, 드디어.. [15] 칼리토 2014.11.19 28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