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주 전에 킴스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김치 코너에서 킴스 마트 김치 맛있다는 이야기를 동행인과 주고 받고 있는데, 갑자기 킴스 마트 주인 할머니가...우리 김치는 각종 좋은 재료들이 들어가기에 맛있을 수 밖에 없다며 우리 이야기에 끼어드셨습니다.
 평소에 밴쿠버 최고의 김치는 킴스 마트 김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정말 여기 김치 맛있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주고 받았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동치미 김치 하나 공짜로 얹어주십니다! 오오. 한국에선 인사성 밝고 서글서글한 이미지라 각종 아주머니(예: 친구 어머니나 노점상 아주머니나, 단골 식당 아주머니 등), 할머니들께 인기가 많긴 했지만(결정적으로 함께 밥 먹을 일이 있을 땐 밥도 우걱우걱 잘 먹는 바람직한 이미지), 캐나다에 와서는 그 인기를 체감할 일도,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도 없었는데, 공짜 동치미를 획득하게 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 한국에서는 종종 덤을 얻는 일이 많았는데, 캐나다에서도 가능한 거였어요! 
 
 하지만, 막판에 제 귀에 수 많은 피어싱을 발견하신 할머니는 '이게 뭐니, 이게?' 하면서 저를 두드리시며 북미에 계신 할머니 답게 영어로 대화를 마무리 하셨죠.
 "그만해라, No more!"
(참고로 제 귀엔 10개의 피어싱이...코에 또 하나 있고, 눈썹 피어싱은 막았습니다. )


2. 7월 1일은 캐나다 데이. 캐나다에선 미국 독립 기념일처럼 큰 명절입니다.
 캐나다 데이 기념 퍼레이드도 살짝 구경하고, 저녁에 불꽃 놀이 행사 구경을 위해 자리를 잡으려고 밴쿠버 컨벤션 센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컨벤션 센터 바로 옆에는 동계 올림픽 성화가 있는데, 거기서 성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동행인이 캐나다 경찰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캐나다 경찰에게 의향을 물었습니다.
 경찰은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사진을 함께 찍은 후에..캐나다 국기 뱃지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오오, 사진도 찍고, 뱃지도 득템! 


3. 요즘 밴쿠버는 밴쿠버 국제 재즈 페스티벌 기간입니다. 작년에는 공연도 따로 보러가기도 했지만, 올해는 금전에 대한 맘의 여유가 없어서, 공연을 따로 보러 가긴 부담스러워서 공연 티켓을 끊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재즈 페스티발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긴 좀 아쉬워서 집 근처 재즈 바 겸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습니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특별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 날은 무슨 무슨 트리오가 연주를 하기로 했었죠.
 어휴, 그런데 역시 페스티발 기간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무지 많더라고요. 늦은 시간에 갔기 때문에, 식사 생각은 없어서 식사 테이블 쪽으로 안내는 못 받았어요.
 식사 테이블이 아니라면, 웨이팅 리스트 없이 라운지 쪽에 서서, 그 쪽에 자리가 나면 알아서 앉아야 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나름 넓은 라운지를 계속 눈으로 훑어보지만, 일어나는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나갈 수는 없어서 그냥 그렇게 마냥 서서, 음악 들으며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줄이 순서대로 주욱 늘어선 것이 아니라 라운지 내에서 기다리는 여러 사람들이 산개되어 있는 거라, 자리 차지하기도 좀 힘들었어요. 잠시 인식 못 한 사이에 구석에서 자리가 났지만, 재빠른 다른 사람들이 앉아버리면 일어나라 할 수도 없고, 답답한 맘으로 30분 넘게 자리 나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 바로 뒷 테이블로 어떤 여자가 접근을 하는 게 아닙니까? 뒷 테이블 아주머니 세 분은 마침 계산을 하려던 찰나였고, 접근해온 여자분은 아주머니들에게 당신들이 자리를 비운다면 우리가 앉겠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그 테이블 옆에 서 있었지만, 우리는 선수를 당해 당황해하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 어버 하는데, 그 테이블 일행 아주머니가 우리를 가리키며 
"지금 이 사람들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 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라고 해주시는 것이 아닙니까.
이에 용기를 얻은 저는 접근해온 그 여자분에게 
"우리 지금 여기서 한 시간 가까이 자리 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라고 하자, 그 여자 분은
"아, 지금 여긴 아니지만 저기에서 우리도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우리 여기 앉을래."
라고 하는 겁니다. 

약간 어안이 벙벙해서 더 말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테이블 일행 아주머니가
"나 이 사람들 한참 기다리는 거 알고 있었고, 바로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난 당신들한테 자리를 줄 수 없어. (우리를 가리키며) 나는 이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고 싶어."
라고 해주시며 홍의 손을 잡는 겁니다.

무안해진 그 여자분은 멀어져 가시고, 우리는 그 아주머니들께 너무 감사해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아까 그 여자 너무 푸시하더라고. 하하"
라고 아주머니들께서 웃으시면서 저희들에게 말을 건네고,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또 그렇게 올까봐 아직 자리 일어나시지도 않으셨으면서 저희를 우선 의자에 앉혀주셨어요.

(근데 그 여자분 일행들은 상당히 터프하더라고요. 결국 테이블 자리가 금방 날 것 같지 않자, 그 일행은 다른 테이블들의 남는 의자들을 모아, 복도에 놓고, 자기들의 자리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냥, 요 몇 주 동안 있었던 사람 때문에 기분 좋은 일들을 몇 가지 적어보았습니다. 
세상 일 내 뜻대로 안 되는 것 같고, 기운 빠지고, 그럴 때 이런 일들이 저를 기분 좋게 해주고, 힘내게 해주네요. 소소한 일이지만, 참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뭐, 2번은 제 운이 아니라 제 일행이 불러온 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도 캐나다 국기 뱃지 하나 얻었으니 제 운으로도 생각하려고요.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가 어딜 가도 사람운은 좀 있는 편인가 봐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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