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30 00:42
점심 시간에 밖에 나갈 일이 생겨서 버스를 탔어요.
당연 출퇴근 시간이 아니니까 버스는 한산했지요.
앞에 한 명씩 앉는 좌석들은 다 찼지만
뒤에 두 명씩 앉도록 돼있는 자리들은 거의 비어있었어요. 서너 명 앉아있었던 걸로 기억...
암튼 음악을 들으면서 창밖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툭툭 치는 거에요.
올려보니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연세가 좀 못 미치는 듯 보였지만, 어쨌든) 한 분이 화난 목소리로
"아가씨, 장애인이야?"
이러시는 거예요.
아... 그제서야 제가 장애인 지정석에 앉아있었단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 아뇨"
그리고 일어나서 바로 뒷자리에 그냥 앉았어요-.-;;;;;
근데 그 할아버지 갑자기 자리에 앉아서 뒤를 홱 돌아보시더니만
막 열정적으로 화를 내시는 겁니다.
"아니, 장애인도 아니면서 왜 여기 떡 버티고 앉아있어?
내가 장애가 있는 사람인데 알아서 일어나줘야 되는 거 아니야? 엉?"
음.... 지팡이나 목발도 없고 그냥 버스 손잡이 잡고 서계셨던지라....
"아..예..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이어폰을 귀에다 꽂으려고 그러는데 그 할아버지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어요.
"아니 젊은 아가씨가 눈이 삐었나? 모르긴 뭘 몰라?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어쩌구 저쩌구"
뭐라고 계속 소리를 치시긴 했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네요. (한 쪽 귀에 이어폰을 계속 꽂고 있어서 더 무슨 말인지 안 들렸을 수도..)
갑자기 닥친 상황에 멍해져서 할아버지 얼굴만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속으로 나도 뭐 그렇게 젊지 않은데.. 같은 뻘생각이나 나고...쩝..
암튼 두 정거장인가 더 가서 저는 내렸죠.
다시 일하러 돌아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길 했더니
그 할아버지, 그냥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으셨나보다.. 그렇게 시비거는 양반들 있다... 뭐 그런 반응이더라고요.
진짜 그냥 좋은 말로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해도 됐을 텐데, 뭐하러 그렇게 버럭질을 하셨는지...
게다가 바로 뒷자리마저도 비어있었는데 굳이 그 자리를 고집하시는 건 뭐였는지...
그래도 정신줄 놓고 노란색 좌석에 앉아있었던 게 잘못이었겠죠.흑.
앞으론 전철이든 버스든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해봅니다.
2011.09.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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