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의뢰인 보고 왔어요. 스포 有

2011.10.02 01:35

꼼데 조회 수:2714

 

 

 

법정드라마가 다 비슷비슷하다지만, 반전캐릭인 피고인, 나이브해도 머리회전이 빠른 변호사 , 스테레오 타입의 검사, 꾸덕거리는 참견이 취미인 검사장, 주책맞은 형사들을 보고 있자니  

제가 그동안 봐왔던 법정드라마가 모두 버무려진 것 같더라구요. 유쾌한 쪽은 아니었어요 결코. 중간부터는 약간 짜증나기도 했구요. 아니 이것밖에 못 만드나..

 

보는 내내 집중이 된다기보다는, 아 이거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데 어디서 봤는데 흠 이 생각을 주로 하다 나왔습니다.

정작 소송이 걸린 앨런 쇼비츠의 최후의 변론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 책이랑 어디가 얼마나 똑같은진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프라이멀 피어와 뭔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변호사인 강성희와 의뢰인인 한철민은 약간 변형만 해 놓은 듯;; 

중간 변론 때 특히 그런 게 보이는데.. 솔직히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유독 좋아하는 영화라 날이 선 걸수도 있지만.

 

프라이멀 피어에서의 리처드 기어의 연기는 그냥 평타를 쳤다 생각하는데, 하정우도 비슷했어요.

뭐 엄청 잘해야 되는 캐릭터는 아니긴 했습니다. 막판에 한철민이 되물은것처럼, 보면 볼수록 이 캐릭터는 이 영화 속에서 뭘 하고 싶은걸까....싶더라구요.

야구, 던킨도너츠, 클럽분위기 와인파티, 여배우와의 밀회, 고급 양복과 악세사리, 패셔너블함, 유쾌한 성격, 등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대체로 나이브해보이지만 능력있는 변호사를 그려보고 싶은 건 알겠는데

캐릭터의 개성을 너무 만들어주려다가 오히려 중심을 놓친 기분이 들어서 찝찝했어요. 배우가 감정이입을 제대로 할 만큼 꼼꼼히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흐름을 깨면 깼지.

 

박희순의 안민호도 비슷했어요. 그래도 강성희는 '간지'라도 나지요. 안민호는 뭐... 아버지한테 인사나 무시당하면서;;(진짜 안쓰러웠음)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고 주변 사람들은 자기 맘도 몰라주고..

하지만 이런 비호감; 캐릭터라도 역시 또 잘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근데 안민호도 성의있게 만들어진 것 같진 않았어요. 특히 대사가요. 너무 별로였어요. 뭐 이런 단어를 주워섬기나 싶을만큼. 

연기도 아쉬웠어요. 어떤 듀나분 말씀처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습니다. 영화 내내 금세라도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라구요. 엔딩에나 가서야 편안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반면 한철민을 연기한 장혁의 연기는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습니다. 꾸준히 연기 잘하는 배우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남달라진 느낌이에요. 후반부에선 약간 긴장이 풀어진 느낌이었지만.

(싸이코팬스의 혼이 담긴 구라였지만) 사람들이 다 절 살인자라고 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내에게 용서라도 빌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고 울 땐 좀 오바 보태서 저 스스로가 배심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_-;;

'의뢰인'에서 건져볼만한 게 있다면 장혁의 연기와 한철민의 캐릭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만큼.. 일단 한철민은 너무 생생 돋아요 -_- 실제로 싸이코패스 보도가 많이 되니깐요. 좀 무섭드라구요.

 

조연들은 적절히 재밌고 녹아들어가 있었습니다.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괜찮았어요. 캐릭터만으로는 최종원씨가 인상적이었어요 ^^ 100% 포스 ㅋ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죄 선고를 받고 난 후 안민호가 강성희에게 건네는 말이었습니다.

셋 셀때 모두 뒷문을 쳐다봤지만 한철민은 돌아보지 않았다 뭐 이런 대사였는데, 그건 정말 오싹했어요.

곱씹을수록 무서워요. 후에 과연 돌아보지 않고 흘끔 눈동자를 굴리는 장면이 연결되죠. 이미 죽은 걸 알고 있으니 돌아볼 필요가 없단 걸 아니깐요. (아 쓰면서도 무섭네요)

혹시 그 대사조차도 책에서 차용된거라면 된통 혼나도 할말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반전인 댐 장면이에요. 전 그 청각장애 소년이 도대체 왜 나오는건가 싶었는데 그것 때문이었군요..

물 마시는 장면은 뭐였을까요? 혼란을 주려고 한건가. 뭔가 의미는 있어보이는데 영화만 봐서는 의미없이 넣은 것 같기도 하고 -_-

 

암튼 최초의 한국형 법정드라마라고 하기엔 많이 미쿡스러웠어요. 설마 어색하게 실마리가 풀리는 부분들이 한국형이라고 한다면 그럴 듯할지도ㄱ-

어째 쓰는 내내 혹평-_-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그냥 보기 괜찮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두 번은 보지 않을 것 같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38
132 요즘은 맛있어서 기분 좋아져서 아 행복해 그런게 별로 없군요 더워서 그런가 득템도 없고 [6] 가끔영화 2010.08.14 2128
131 심형래, '디워 3D'로 동북공정 막겠다? 아바타 보다 내가 먼저 생각했다? [11] chobo 2012.06.19 2137
130 채널 A 뉴스 속보의 수준 [3] chobo 2014.10.06 2140
129 요즘 게시판 들어오기가 꺼려지네요 [7] 칼리토 2013.06.26 2141
128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 [16] 가끔영화 2011.07.07 2146
127 (바낭) 군대하니깐 제가 복무하면서 가진 생각 한가지 [15] 소전마리자 2012.09.15 2169
126 우주에 대한 노래들 뭐가 있을까요? (부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너무 좋아요) [29] 13인의아해 2011.10.20 2178
125 군대 좋아졌다는거 다 뻥이었네요 [5] soboo 2014.08.04 2180
124 회사 화단에 떨어진 새끼고양이. [2] Paul. 2011.05.03 2189
123 압수수색 거부를 시전하셨나요? 전 The West Wing을 떠올렸습니다. [4] chobo 2012.11.12 2192
122 아테나는 포기했지만 아이리스는 끝까지 봤던 이유는 바로(자동재생) [1] chobo 2011.01.13 2207
121 [아스트랄]한미 FTA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새누리당 총선 출마 [21] 晃堂戰士욜라세다 2012.02.07 2210
120 (바낭) 요새 무슨 책 읽으시나요. [27] 푸른나무 2011.09.01 2223
119 라푼젤을 봤습니다. (스포 될수록 피해갔음 그러나..) [1] Apfel 2011.02.18 2231
118 (D-23 디아블로3가 생활인 직장인이 쓰는 대선글) 저는 이민갈 능력도 안되고 아마도 평생을 한국땅에서 살아야 하는 직장인이기에 [19] chobo 2012.11.26 2233
117 요즘 왜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듯한 일이 많나요 [2] 샤유 2010.10.15 2234
116 히로시마 산사태로 100명 가까이 사망 [2] 데메킨 2014.08.22 2253
115 [기사링크] 전화 받았던 소방관이 사과문까지 올렸네요. [3] 로이배티 2011.12.29 2271
114 반대로 한국 남성이 성평등적 태도를 갖게 되는 건 무엇 덕분일까요? [14] 13인의아해 2011.07.13 2277
113 지하철 "내렸다 타기" 신공 부족자 [1] chobo 2010.12.02 22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