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5 00:07
친구가 있습니다. 20대 중반, 대단한 미인은 아니어도 착하고 인상 좋게 예쁜 친구입니다. 대충 이름을 태희라고 할게요.
태희에게는 동갑내기 애인이 있어요. 지금 대학교 3학년? 4학년쯤일겁니다. 저도 건너건너 아는 사이예요. 같이 노는 또 다른 친구의 친한 male friend라서......아무튼 그렇습니다. 참고로 태희는 직장인.
방금 태희한테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상담 좀 해 달래요. 제가 친구들에게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박명수같은 사람이라-_- 종종 이런 부탁 아닌 부탁도 받습니다. 뭐 처음도 아니고 애인이랑 싸웠나보다 하고 받았어요. 그런데 들어 보니 그 내용인즉슨
1. 이모에게서 다른 지방에 사는 몇살 연상의 남자를 소개받았다.
2. 참고로 내가 애인이 있다는 건 남동생빼고 부모님은 모르심.
3. 성실하고 돈 잘 벌고 성격 좋은 남자라더라.
4. 카톡 날아와서 몇번 얘기했다.
5. 근데 얼굴이 내 스타일은 아니다.
6. 나 어떡하지? 계속 연락할까 말까?
7. 힝ㅜㅜ 나 뭐라고 말좀해줘
......할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태희와 그 애인은 사귄 지 1년이 좀 안 됐나? 그렇고,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닭살 오돌토돌합니다. 태희의 애인은 건실하고 착한 남학생입니다. 태희랑 사귀기 전부터 저는 이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몇년 새에 사람이 확 바뀌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 ???????? 왜 그 남자와 연락을 하는거지?? 게다가 연락을 계속할지 말지 기준이 외모인겁니까? 애인이 있는데? 어째서? 여기서 1차로 빡쳤죠.
이런 상황에서 저는 말을 돌려가며 하지 않습니다. 저의 어이없음과 황당함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준엄; 하게 표현했죠. 정신차려 기집애야 찬물먹고 발씻고 잠이나 자라. 그러자 이 친구가 묻습니다. 그럼 나 이 남자 어떻게 넘겨야돼?
아...T_T...내가 왜 이런 답까지 만들어줘야 하나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저는 대답했어요. 님 저는 바빠서 사람 만날 틈이 없고 또 님이랑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으니 죄송하지만 앞으로 연락 못하겠어요. 그러자 태희는 고맙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사람 거절하는 법을 잘 몰라서 그랬다며 호호 웃고 자러 갔습니다. 역시 너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너만한 애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홀로 남겨진 저는 기분이 참 뭐시기하네요. 이뭐 평소에는 연락도 않더니 갑자기 와서는 이런 똥이나 내게 퍼붓고......꼭 지가 욕먹고 싶을 때만 연락하고......내가 욕셔틀인가요? 저도 남한테 싫은소리 까칠한소리 하기 싫어요. 누가 그런 소리 좋아해요. 근데 그런 소리 안하면 안되는 상황이 생기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요. 얄미운 기집애. 이건 뭐 고민할 것도 없는 일이잖아요. 이 야밤에 사람 복장 터지게 해놓고 자기만 낼름 자러 가다니, 이미 내 화는 잔뜩 끓어올랐는데 갈 곳을 잃었잖아요. 아윽 아흑 아으윽 T_T
어디다 얘기는 하고 싶은데 그래도 고민상담이랍시고 털어놓은 말 다른 친구들에게 할 순 없고 그외 다른 분들에게 얘기해도 결국 내 얼굴에 침뱉기지 싶어서 여기에라도 털어놓습니다. 결국 저도 친구 뒷말한 격이 되어버려 심히 죄스럽습니다만......부디 양해를.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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