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교 앞에 제가 좋아하는 일식집이 있었어요. 가게가 좁았지만 -좁은 탓인지- 꽤 조용했죠. 맛은 제 입엔 괜찮았어요. 저는 맛은 아주 맛없다 수준만 아니면 그다지 따지지 않는 편입니다.
그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니 어쩌면 제가 갔을 때만 우연히 그랬을 수도 있겠죠.
맞은편 더 큰 곳으로 옮긴 뒤에는 가게 되지 않더군요. 아마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그리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그 가게 음식값이 상대적으로 싸진 탓도 있을 것 같아요. 시끌벅적한 분식점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빨리 끼니 때우고 가야지 하는 곳과 시간을 좀 두고 느긋하게 즐기려는 곳은 같은 손님이 가도 하는 행동이 달라지잖아요.
아무튼 제가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게 돼서, 애초에 맛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 저는 발길을 끊었어요.
반대로, 만 원에 둘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던 어떤 가게는 이번에는 너무 산뜻 깔끔하게 바뀌니 안 가게 되네요. 물론 치장이 바뀌면서 가격이 오르긴 했어요. 하지만 낮에 가면 점심 특선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그 가격에 먹을 수 있는데도 가기가 싫어요. 전 거기서 그렇게 정색하고 먹고 싶지가 않은 거죠.
역시 모 대학가의 천 원 버거집. 처음에는 노점, 그 다음은 차고 정도 되는 듯한 간신히 바람만 막은 공간이었는데 번듯한 가게로 옮긴 뒤로는 잘 안 가게 되더군요. 얼마 전-이라지만 역시 꽤 오래 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가게 옮긴 뒤에도 한동안 천 원 유지했거든요.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좋아하는 가게에 들렀는데 역시 또 가게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가게는 가게일 뿐 고향도 집도 아닌데 역시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산천도 안 의구한데 가게도 간 데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