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내려와서 토요일 아침부터 영화를 봤습니다. 
지금까지 총 7편.. 내일 안내데스크 가서 무비꼴라주 티켓 받아야겠네요. 
관람이 끝난 티켓만 인정된다고 하더라구요?
어제 3편, 오늘 4편 봤더니 조금 피곤하기도 하지만 내일 3편이 아직 남았습니다 헤헤
작년에도 셔틀이 있었나요? 없었던 걸로 아는데.. 셔틀 이용해보니 좋더라구요. 
다만 8시까지 한다던가.. 일찍 끊기는 게 다소 아쉽네요. 
그래도 이번이 부산국제영화제 두번째 방문이라, 작년보다 동선 짜는데 시행착오가 적어 다행입니다.
내일은 다소 바쁠 것 같긴하지만...
그럼 이 때까지 본 영화들에 대한 간단한 후기. 

어바웃케빈_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8일 아침 9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내용과 달리 역설적이게도 영화 속 노래들-가사가 있는-은 모두 다 신나는 노래들이더군요. 
케빈으로 인해 상처받고 그 상처가 케빈에게 돌아가고 다시 에바가 상처받는 순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케빈은 사이코패스인거겠지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분노와 미움을 드러내고 엄마를 괴롭히는 것이 공포스러웠어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사실 사이코패스라면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아무에게도 안 드러내야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에바에게는 아주 아기때 부터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단 말이죠. 
초췌하고 상처받은 여성 역할에 틸다 스윈튼은 매우 잘 어울리더라구요. 
에바의 손끝과 발끝을 반복적으로 비추는 앵글이 주인공의 초라함을 잘 전달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아주 인상깊게 봤어요. 
다만 첫 영화가 이런 내용이라 여운도 길고, 마음도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이건 극장 자체에 대한 이야기인데, 듣긴 했지만 하늘연극장은 정말 별로더군요. 
1층에서 봤는데 크기만 하고 뒤에 문 열때마다 스크린에 빛이 다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영화 상영 초반에 음향사고도 있었고... 
듀게의 누군가의 표현처럼 영화 상영관이 아니라 공연관에 더 적합해보였습니다. 

각설탕_ 센텀 CGV 8일 낮 2시
원래 낮에 일어나곤 하는 제가 아침 일찍 일어났던 탓인지 초반에 조금 졸고 말았어요 흑흑 
그래도 왠만한 내용은 다 보긴 했는데.. 
흠.. 카달로그에는 코미디 영화인 것처럼 나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족의 희노애락을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란 영화던데, 그냥 이란의 전통식 혼례와 장례, 그리고 집안 풍습을 잘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리 크게 감흥이 없더라구요. 
제가 코미디 영화를 기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바웃 케빈을 보고 나서 두 번째 영화는 좀 유쾌하길 바랬다구요!

혈육_ 센텀 CGV 오후 4시 - GV
포르투칼의 현실? 실상? 이 잘 그려진 영화같았습니다. 
전 포르투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주인공 가족이 사는 집이나 동네가 그것을 잘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GV때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구요. 
영화의 끝부분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고 카달로그에 써져 있던데, 초반에 엄마가 딸의 유부남 애인을 보고 놀랄 때부터 그 결말은 이미 눈치챘던 터라 그닥 충격스럽진 않더군요. 
그리고 전 남동생과 이모가 뭔가 육체적 관계라도 있는 사이처럼 보였는데, 감독은 그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가족의 조건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으셨다고. 
그리고 딸과 그녀의 유부남 애인의 섹스신을 비교적 자세히 보여준 건, 그 둘의 사랑의 진실성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음.... 전 별로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만.. 그저 섹슈얼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어요. 
작년의 그을린을 생각하고 예매했던터라, 그보단 다소 심심하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아들의 마약조직 보스의 딸들 이야기가 나올듯 하다말고 없어져서 궁금했어요.

핫핫핫_ 센텀 CGV 스타리움 9일 오전 11시 - GV
전 날 유쾌한 영화들이 없었던터라, 기대하고 봤는데 정말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남자주인공이 정말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담배를 끊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감독도 아주 매력적이었구요. 
감독의 캐릭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영화에서 그대로 느껴졌어요. 
각자 다른 몸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각각의 아름다움, 변화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변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소 이상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대사입니다- 캐릭터들때문에 90여분 동안 아주 행복했네요. 
나올 때보니 정식 개봉할 것 처럼 한글로 된 포스터가 있던데....
정식개봉되면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다만 배경이 사우나라서, 나체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힘들겠네요..
그 나체들이 섹슈얼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느낌이긴 하지만요. 
남자주인공이 메리 앤 집 앞에서 메리 앤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장면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움 폭발!이었어요. 

바이코누르_ 센텀 롯데시네마 낮 1시30분 - GV
배경은 카자흐스탄, 배우는 우즈베키스탄과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 감독은.. 어디 분이라더라??.... 기억이 안 나네요. 
하여튼 다국적의 영화였습니다. 
줄리 마에 역의 프랑스 여배우는 아주 전형적인 프랑스 여자의 얼굴이라 신기할 정도였어요 흐흐
남자주인공의 국적이 궁금하던데, 카자흐스탄일까요? 
로켓의 떨어진 잔해를 팔아 생활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생각해보면 분명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있었겠지요? 여튼,
작은 동네의 카자흐스탄 남자가 우주비행사인 프랑스 여자와 만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녀에게 그녀가 자신의 신부라고 말한다는 설정은 아주 참신했어요. 
감독이 '우주비행'과 '우주선의 잔해를 줍는 사람'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부족? 작은 마을?' 의 이 세 가지를 작가에게 요구했더니 이 내용을 만들어냈다고 하시더군요. 
작가가 얼마나 고민했을지 눈에 보입니다 ㅠㅠ
그리고 마을의 여자요, 그 여자가 아주 지저분하게 하고 나왔을 때부터 전 그 여자가 이쁠 줄 알고 있었어요!
아무리 미친 여자처럼 보이더라도 그 여자가 씻고 단장하면 엄청 이쁠 줄 알고 있었다니깐요!
아니나다를까,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더라구요. 
근데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예뻤습니다 헤헤
실제로 그 배우분과 프랑스 여자 배우분도 오셨는데, 두 분다 아주 늘씬늘씬하고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더군요. 
감탄했습니다. 
다만 GV가 러시아어-영어-한국어 삼중통역이라 정신 없고 질문도 몇 개 못 받은건 아쉬워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_ 메가박스 해운대 오후 4시30분 - GV
칸이었던가요, 이 영화가 외국인 기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전 실망하지 않았어요. 
이윤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요. 
여자,정혜와 멋진 하루를 굉장히 감명깊게 봤거든요. 
혹시라도 임수정씨가 GV에 오실까 예매하면서 기대했지만, 개막식에도 안 온걸 보니 안 오겠구나 싶었습니다 흐흐
역시 예상대로 이윤기 감독만 왔더라구요. 
영화는 정적이고, 잔잔하며, 일상적입니다. 
다소 일상적이지 않은 주제를 일상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이윤기 감독의 능력이라 생각해요. 
임수정과 현빈의 연기도 괜찮았는데 다만 현빈의 복근이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ㅠㅠ
지석은 너무나 답답한 남자고-감독도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구요- 영신이 지석을 떠나는데에는 분명히 그것이 아주 크게 작용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영화 내내 정말 숨죽이고 봤어요.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안타까운건, 칸에서의 혹평때문일까요 혹은 이윤기 감독의 원래 성격일까요?
답답한 영화 보시느라 수고많았다, 미안하다 라는 감독의 말이 속상하더라구요. 
이 양반아 난 좋았어!! 좋았다고!! 라고 외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애타는 손을 GV 진행자님께서 무참히 무시하셔서 실패......

북촌 방향_메가박스 해운대 밤 9시 - GV
최근작이었던 하하하, 옥희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도 유쾌했습니다. 
시간 순서를 짐작하기 어렵도록 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홍상수 감독은, 우리가 어떤 곳을 가서 어떤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하는 것이, 어떨 때 보면 "아 이거 저번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 할 때가 있지 않냐, 그런 것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라고 하셨는데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송선미씨 말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고현정씨를 자꾸 생각나게 했는데, 막상 후반부에 고현정씨가 나오니 다른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예전이 성준과 두번째 키스한 뒤에 오빠라고 부르고, 성준이 말을 놓는게 아주아주아주아주 별로였습니다. 
그건 아마 실제의 남녀관계에서 비일비재한 상황을 그대로 그려놓은 거겠지요. 
전 그게 너무 싫거든요 여자는 남자에게 존댓말, 남자는 여자에게 반말.. 사귀는 사이에서!! 
이때까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여자들은 알 수 없는 대상으로 보여졌는데 북촌 방향에서는 여자캐릭터들도 찌질(...)해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남자 캐릭터들 특유의 찌질함 있잖아요. 
속이 뻔히 보이는 말과 행동들. 
그것들이 이번엔 여자 캐릭터한테서도 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홍상수 감독이 이제 여자를 좀 알게 된건가-예전엔 속을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아는척 한건가.... 아리송하더라구요 흐흐
그리고 홍상수 감독을 처음 봤는데.... 생각했건 것보다 훨씬 목소리가 좋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아니, 그의 영화에 나왔던 남자 캐릭터들보다 더.. 그 캐릭터들 같았어요. 
홍상수 감독 영화의 특성이 자전적? 경험적?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건가요. 
GV때 저도 질문 하나를 했지만 뭘 했는지는 비밀입니다...
다만 홍상수 감독이 제 눈을 아주 똑바로 쳐다보고 대답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진심을 담은 답변같은 느낌. 


모바일로 썼더니 횡설수설하는 것 같군요. 
자야하는데 이러고 있습니다...
내일은 멜랑콜리아, 자두 치킨, 전쟁의 선언이 남아있습니다. 
전쟁의 선언 보자마자 구포역으로 날아가서 기차타야 하네요. 
아마 올라가면 쌓여있는 과제와 공부들을 하느라 나머지 세 편에 대한 후기를 올릴 시간이 없을지도....
그래도 올해도, 아주 좋은 비프입니다. 
내년에도 또 올 수 있을까요? 
그래봐야겠지요. 


아 근데 그러고보니 돼지국밥만 먹었지, 로즈마리빵 먹는걸 깜빡했군요 맙소사... 
내일은 시간이 없는데!!!!!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2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84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000
91172 불꽃축제 다녀오신분 있나요? 사진有 [9] keen 2011.10.09 2288
91171 부산영화제 론자매 사진들 [3] DJUNA 2011.10.09 12089
91170 세종시 도로·광장 등 행정 시설 한글로 [3] nomppi 2011.10.09 1541
91169 예전 한국영화 제목질문(그리고 그 영화의 결말) 메피스토 2011.10.09 907
91168 듀9 유희열 라디오천국 언제까지 하나요? [1] Jordi Savall 2011.10.10 1317
91167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패션, 부러진화살) 후기 [7] 교집합 2011.10.10 2291
91166 박원순씨에 대한 문제.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에 누굴 뽑을 것인가... [2] nishi 2011.10.10 1793
91165 조향기는 비주얼이 좋아진거 같아요 [3] 가끔영화 2011.10.10 2411
» 부산국제영화제, 일곱편의 영화 후기(스포일러 있음) [5] 하늘가득달빛 2011.10.10 2037
91163 [바낭] 아티스트 정말 좋았어요 (스포일러 有) [2] 로즈마리 2011.10.10 1337
91162 옛날 배우 알기 [4] 가끔영화 2011.10.10 1595
91161 만화영화 바다가 들린다 [1] 감자쥬스 2011.10.10 2196
91160 불꽃놀이 왜 온거에요? [3] 도야지 2011.10.10 1841
91159 스마트폰, 꼭 갤스나 아이폰을 사야 할까요? ㅠㅠ [13] 형도. 2011.10.10 3042
91158 오늘 아침 시선집중 박원순 병역의혹 토론... [17] 가라 2011.10.10 3282
91157 [듀나iN] 인쇄/제본 잘하는 업체 추천 부탁드립니다. OPENSTUDIO 2011.10.10 760
91156 [기사펌]도가니에 대한 평론 중에.. [1] 라인하르트백작 2011.10.10 1400
91155 [듀9] 뉴스위크 일본판 과월호 어디서 구매가능할까요? at the most 2011.10.10 839
91154 [과학기사] 경락이 과학적으로 존재한다고 밝혀진 모양이네요..-_-;;; [24] being 2011.10.10 4864
91153 [패러디] Portal2+iPhone4s (or Glados + Siri) [4] 파라파라 2011.10.10 13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