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앵커, 아나운서, 뉴스캐스터.

2011.10.16 18:10

01410 조회 수:2355

아래 아나운서 학력론 보다가 글을 적습니다. 그 글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잡담성이지만..;;


앵커퍼슨(앵커맨/앵커우먼)은 미국식 뉴스 시스템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미국은 PBS를 제외하면 죄다 민영시스템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전통적인 언론(신문)이 새로운 미디어 영역인 전파로 사세를 확장한 형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신문사 데스크의 시스템과 닮은 꼴입니다.

기자(리포터)들이 카메라기자(ENG카메라맨), 조수 등 

3~4인이 한 팀을 이뤄서 기사꼭지를 아무 거나 취재해 옵니다.

그리고 앵커맨은 그 꼭지들을 데스크처럼 전권을 쥐고 휘두릅니다. (시청률이 깡패입니다.)

또한 "스타 진행자"이기도 한 앵커는 직접 진행자석에 앉아서 뉴스를 전달하며 사령탑 역할을 합니다.


... 사실 데스크 시스템은 현대에 와서는 전 세계 언론이 비슷한 모양새가 되었긴 하지만서도...

미국식 시스템은 그 중에서도 고위 프로듀서 중 일부가 방송화면 위로 툭 튀어나와 있는 형태 비스무레하겠죠.

그래서 월터 크롱카이트... 밥 쉬퍼... (그리고 성향적으로 완전 대척점의) 빌 오 랄리.. 이런 사람들은

뛰어난 MC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들이 태생적으로 기자(리포터)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빌오랄리 같은 인간은 나이먹어서 폭스뉴스로 옮긴 뒤 인종차별 발언 뻥뻥 던지고 하는 추태도 보이지만...)


- 미국식 뉴스시스템은 브루스 올마이티, 업클로즈 앤 퍼스널, 굿모닝 에브리원(원제 모닝글로리) 등

헐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묘사되고 있는 그것과 같습니다. 참조하시면 좋을 듯....


- 한국에서는 과거 TBC의 봉두완(TBC석간), KBS의 이윤성(보도분부24시), MBC의 엄기영(뉴스데스크)이

이런 시도를 했고 개중에선 엄기영씨가 가장 유명할 겁니다. 

단지, 앵커퍼슨 시스템 자체가 아닌 기자 리포팅 시스템은 한국도 꽤 오래 됐습니다. 

1971년 대연각 화재 때 MBC가 TV생중계를 한 전력이 있고, 

지금은 KBS2라디오가 된 동아방송(DBS)은 65년 한일회담반대 시위현장에 기자와 중계차를 내보내 

15분마다 라디오 실황으로 보냈습니다. (이 15분 시스템은 사실 BBC가 원조이지만.)

- 현재는 주말 MBC 뉴스데스크가 가장 미국식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마 최일구 앵커가 현직 보도국장일 겁니다.

(사실 주말뉴스데스크는 제가 보기엔 신입기자들에 베테랑 섞어서 

신입들 트레이닝 코스로 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주말뉴스부' 라는 새로운 팀을 짜서 

기존 보도국과 약간 분리된 카테고리로 움직이는 것, 현장보도, 기획보도, 말랑말랑한 뉴스 취급 등은

전형적인 미국식 보도스타일이 맞습니다.)

- SBS 8시뉴스도 김성준 앵커 체제 이후로 가끔 보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반면 뉴스캐스터(아나운서/슈프레체만) 유럽식 뉴스 시스템 개념입니다.

리포터들이 써 준 원고를 라디오를 통해 정확하게 분석,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래서 News+Caster)


영국에서는 announcement를 한다고 해서 "아나운서" 라고 일컫습니다. 

이 용어가 일본을 통하여 한국에도 수입되었지요.

영국뿐만 아니라 라디오 뉴스 방송의 효시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 발달한 개념입니다.


- 원래 방송뉴스는 2차대전을 겪으며 각종 군사선전과 연설, 선전보도 등을 하다 보니 

취재원이 직접 리포팅하는 것보다는 헤드쿼터에서 정제된 뉴스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BBC뉴스를 보면 BBC NEWS REEL 이라고 합니다. 즉 대한뉴스처럼 선전영화인 것이죠)


- 유럽식 뉴스캐스터 시스템은 이와 같은 시스템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 온 것입니다. 

(물론 세세한 변화는 있었습니다만.)

하지만 미국에서는 ENG의 등장으로 인해 "뉴스 릴" 포지션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위에서 언급한 뉴스 팀 체제로 변화합니다.

초창기에는 미국도 아나운싱 방식이었습니다만(AFKN이나 VOA  떠올려보시길),

20세기 중후반 한 가지 큰 변화가 제작환경을 바꾸어 놓습니다. 바로 ENG의 등장입니다.

흔히 뉴스카메라로 알려져 있는 ENG는 Electric News Gathering Camera의 약자입니다. 

한 사람이 덜렁 들고 다녀도 될 만큼 (당시로서는) 기동성이 좋았고 

기본적으로 동시녹음도 가능했습니다. ->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일단 붐 마이크를 들고 있는 오디오 팀과 촬영조수 줄줄이 달려 있는 카메라 팀의 역할을 

단 한 명이 수행 가능하게 되었단 얘기죠. 게다가 VHS나 BETA 비디오테이프를 썼기 때문에

뉴스화면 소스를 취록할 때, 값비싼 영화 필름이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

= 필름 현상할 필요 없이 그대로 비디오편집기를 통해 신속한 보도송출이 가능해졌던 겁니다.


다시 뉴스 릴 얘기로 돌아가서. 뉴스 릴.. 그러니까 필름 뉴스는, 과거 전쟁 때 

군대의 선전 뉴스영화 제작반마냥 뉴스 취재팀이 촬영장비를 끌고 다니며 

소스를 취재해 오면 그걸 헤드쿼터에서 일일이 현상 후 편집, 후시녹음을 하며 

영화 한 편 만들듯 재구성을 해야 했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상당부분 이 짓거리 하고 있죠... 심지어 태엽을 감아 쓰는 초 아날로그식 카메라 장비.. ㄷㄷㄷ)


미국의 CBS는 이런 뉴스 릴 보도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월터 크롱카이트 앵커와 CBS 뉴스 팀은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등 

역사의 굵직한 장면마다 ENG를 들고 다니며 생생한 보도를 전했고,

미국은 60~70년대에 죄다 뉴스 팀 + 앵커퍼슨 체제로 아예 시스템을 바꿔버리게 됩니다. 

이 시기에 피터 제닝스 같은 유명한 앵커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어느 정도는 미국 특유의 음악 라디오 DJ문화도 한몫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뉴스 방송 진행자를 인기 DJ나 TV쇼 진행자 보듯 했을 거라는 얘기.

(위에서도 썼지만 미국은 시청률이 깡팹니다... 그만큼 경쟁도 심하고, 생생한 뉴스 측면에선 

아나운서가 현장화면 대충 집어넣고 원고 읽는 것보다 직접 리포팅이 훨씬 전달력이 강하지요.

시청자들은 이러한 보도를 더 선호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미국에 비해서 유럽의 뉴스 진행 방식은 다소 보수적인 변화를 겪습니다.


ENG팀이 등장하고 기자가 직접 현장리포트를 하는 방식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도입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나운서의 힘이 강했습니다. 뉴스를 조율하는 데스크가 방송 앞으로 등장하지 않았고,

또한 아나운서들의 고유한 직업의식과 조직문화는 특유의 전통을 낳아 지금까지 이어져옵니다.


- BBC의 경우, 킹스 스피치 영화에서 보듯, 높은 신분의 엘리트 방송원이 "킹스 잉글리시",

"옥스브리지 잉글리시"를 구사하며 (정작 요즘 퀸즈 잉글리시는 현실생활에서 쓰는 사람이 없다고도 하는데

전 잘 구분 못하겠으니 패스) 정확한 언어로 공식적인 소식을 전해 주는 것.... 

이것이 라디오의 아나운서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미국 방송계의 저널리스트 정신과는 조금 다른 측면의, 직업윤리적 사명감이 강해집니다.

(약간은 내셔널한 색채를 띠게 되죠)

일례로 나치 독일군의 런던 공습 - 배틀 오브 브리튼 - 때 BBC의 방송원들은 옥상 송신탑이 

폭격으로 날아갈 때까지,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영.독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중계했다고 합니다.

"방금 공습에서 적들은 75대의 항공기를 잃었습니다..! 아군은 34기에 불과합니다..!" 이런 식. 

물론 과장은 있겠지만 적어도 저런 전과를 바로바로 전함으로서, 수도를 폭격맞는 영국 국민들에게 

역경을 이겨내는 계기를 아나운서들이 전해 준 것은 사실입니다.


- 독일의 경우에도, 영국과 비슷한 색채의 아나운서 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들 아나운서들을 독일어로는 슈프레체만, 즉 "말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영국의 어나운서와 별반 다를 바 없죠. 즉 방송에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란 의미입니다.

특이한 것은, 이 슈프레체만들은 한국의 아나운서들과 비교하여 사회적 위상이 더욱 높습니다.

인기..라기보다는 위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공신력있는 정보전달 창구이자

독일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 이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공신력과 위상은, 아무래도 미국식과 유럽식 방송 개념이 달라서 생긴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즉 미국식의 경우 '사설 미디어 회사가 취재 리포트라는 상품을 팔아먹어 흥행'시키는'구조로

원칙적으로 신문처럼 자유경쟁 하에서 너도나도 전파를 쏘아올리는 구조인 데 반해....

유럽식은 '제한된 자원인 전파를, 공공재화하여 공익적 측면에서 활용하는' 구조거든요.

그러다보니 미디어의 경쟁보다는 일종의 공공기관처럼 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BBC의 태생 자체가 "British broadcasting system, National program and empire service' 였고...

이는 "영국 본토와 제국 전체에 영국의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한다"는 의미가 짙습니다.

그래서 2차대전 후, 방송의 경쟁구도를 갖추기 위해 ITN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BBC가 영국에서는 독점적 서비스를 실시했었습니다.

지금도 디지털TV나 다른 서비스 등 지상파의 많은 공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TV 케이블에서 중계하는 것을 영국은 BBC Pilament를 통해 내보내는 식.

NHK도 hi-vision이라는 HD실험방송과 교육방송을 송출하고 있지요.

교육방송 하니 예전의 KBS-3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만....

사실 이런 KBS-2, 3 하는 게 유럽식 구조입니다.

영국의 BBC one, two와 ITV + 후속 민영들. 프랑스의 TF1, TF2, Canal..(TF1은 민영화됐지만), 

독일의 ARD, ZDF 등등. (ZDF도 Zwische Deutsche Fernsehen.. 직역하면 독일제2TV란 뜻)

중국도 CCTV와 각 지방별 공영사(베이징의 경우 BTV)의 이중구조 밑에 다른 채널들이 많고(하지만 전부 국영,,;;)

한국도 전두환이 언론통폐합을 하며 명목상으로는 KBS-MBC 2중구조를 만들며 TBC를 KBS2에 붙여버렸죠.

세계적으로는 이런 유럽식 2공영체제를 따서 출발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튼뭐 현재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앵커맨" 체제는 사실 100% 앵커가 아니라,

아나운싱에 더 특화된 유럽식 뉴스캐스터 시스템이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나운서는 단순히 진행자MC 이상의 능력이 요구되는 고급 직종인 것이죠.

게다가 일제시대와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일본의 영향 때문에 

회사라는 "조직" 에 소속된 기수문화마저 생겨났습니다.

(일례로 MBC는 민영으로 시작했음에도 소위 '엠부심' 쩌는 조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바뀌느냐... 아나운서가 속칭 '아나테이너'가 되느냐...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첫째는 글로벌 미디어의 영향. 이건 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마는, 

미국식 상업 미디어를 전반적으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위에서 말한 독일의 슈프레체만들도 요즘은 미국식으로 회사를 막 옮겨다니거나 합니다.

게다가 특히나 일본의 방송환경이 현재는 참 괴악한(?) 모양새가 되었는데..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방송계에 제일 영향을 많이 주는 건 일본이었죠.

(지금은 오히려 한국 컨텐츠를 일본이 수입해가지만 - 격세지감.)

일본도 원래는 NHK 단일 체제였다가, 각 언론사들이 TV로 진출을 했고...

다나카 가쿠에이가 미디어 진입장벽을 확 풀어버리면서 중소 지방국들이 난립합니다.

그러가보니 현재는 5개 민영 네트워크에 NHK 네트워크, 거기에 각 신문사들이

종편들을 하나씩 갖고 있는 초 복마전이 되어 버린 감이 있는데... (한국도 곧 이렇게 될 듯)

이런 상황에서 아나운서는 점점 뉴스 캐스터라기보다는 미모의 진행자가 되어 버립니다.

그것도 싼맛에 쓸 수 있는 회사 자원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더불어... 

(그런 의미에서 전현무같은 양반이 튀어나온 건 꽤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영일 김성주 손범수 등은 사실 전통적 의미의 아나운서거든요.)

KBS의 경우는 아나테이너와 슈프레체만 사이에서 상당히 갈등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MBC는 뭐 좀 전향적으로 나가는 것 같고.. TBS니 뭐니 나머지 방송사들은 미국식으로

'진행자 예비군들' 풀에서 그때그때 계약직으로 충원하는 것 같고 그래 보이는군요.



쓰다보니 정말 두서없이 퇴고도 안 하고 잔뜩 썼는데


1. 아나운서는 미국식 앵커체제보다는 유럽식 뉴스캐스터의 역할에서 출발한다.

2. 요즘은 죄다 미국화되는 추세라 아나운서에게도 진행자의 자질이 요구된다.

3. 앵커맨과 뉴스캐스터의 차이는 방송학상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한다.

정도로 요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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