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에서 변화를 위해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지도, 즉 주변 환경이죠. 이 분야에 대해서는 습관, 가족과 친구들, 생활 환경, 문화 등 다양한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이것들을 변화에 유익한 방향으로 잘 고쳐야 한다고요.

 

습관이 환경에  포함된 것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습관은 주변 환경에서 특정 정보를 뇌가 알아채고, 그것을 신호탄으로 자동화된 연결 행동들이 의식적 고려 없이 한번에 쭉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양치질을 하거나 수저와 젓가락으로 밥을 먹거나,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여는 등의 일에 의식적인 노력이 별로 들지 않잖아요. 그 이유는 이게 하도 자주 반복되다보니 자동화가 되어, 일종의 습관처럼 굳어져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생활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모자라는 인지적 용량을 잡아먹지 않고 자기 스스로 돌아가는 습관을, 최대한 건전하게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습관을 들이는 일반적인 방법은, 반복해서 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특정 목적을 가지고 행동의 연쇄을 만들고, 그것을 주구장창 반복하다보면 어느순간 자동화가 되어 새로운 습관으로 정착찰겁니다. 우리들 같은 경우면 운동 습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 자기비하를 멈추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습관 등을 꼭 들여야하겠죠.

 

 그리고 주변 환경. 하버드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인 앨랜 렝어가 실시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 Counterclockwise study'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이 분은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마음챙김 (mindful)의 힘을 밝혀내기도 하신 분이죠.  덕분에 한동안 불교 명상과 렝어의 mindful과의 관련성에 대한 무수한 질문을 받으며 꽤 시달리셨나봅니다. 저도 관련 서적을 뒤지다가 렝어교수님의 mindful 어쩌고 하는 책을 발견하고 혹해서 펴들었다가 이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여튼 1979년 9월, 렝어교수님은 70~80대 노인들을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저택에 모아놓고, 그 집안을 1959년을 상기시키는 모든 것으로 꽉꽉 채워넣었답니다. 1959년 당시 스포츠경기 결과, 각종 해외 사건들을 보도하는 신문과 잡지, TV프로그램 등등. 그리고 노인들에게 부탁했대요. 지금이 1959년인 것 처럼 살아주세요. 노인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얼마 안가 이 재미있는 놀이를 적극 즐기기 시작했답니다. 1959년 일어난 일들을에 대해 서로 대화하고, 꼭 20년 젊어진 것 처럼 말하고 행동한 것이죠. 그리고 단 일주일 만에 놀라운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노인들의 신체적 나이, 즉 신체적 활력, 인지능력, 혈관의 건강도 등등이 정말 20년 정도 젊어진겁니다. 마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것 처럼 말이죠. 논문을 읽어봐도 쉽게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겁니다. 이 연구를 통해 렝어교수는 완전 스타가 되셨죠.  이 연구는 인간의 고정관념의 힘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만,  여기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각은 의외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외부의 환경을 적절하게 맞춰주면, 혹은 적절한 정보를 암시적으로 던져주면 그 환경에 맞게 인간은 생각을 바꾼다.

 

심리 서적들을 읽으시다 보면 이런 실험들 들어보셨을거에요. 무작위로 할당된 학생들 중 한 그룹에게는 여러 그림들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 아인슈타인 그림을 섞어서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보통 그림을 보여준 후 수학테스트를 했더니 전자의 학생들이 약간이나마 점수가 좋게 나왔다. 혹은 한 편에는 젊은 사람의 그림을 보여주고, 다른 편에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의 그림을 보여줬더니 그들이 실험실을 향해 걸어가는 속도를 측정해보니까 전자는 빠르게 걷고 후자는 느리게 걷더라. 이런, '그게 뭐야. 말이 되냐?' 싶은 연구결과들이요. 심리학에서는 아인슈타인 그림이 '똑똑하다'는

정보를, 노인의 그림이 '육체적으로 노쇠하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그 그림을 본 사람은 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적용시켜서 특정 마음상태가 되어, 그 정보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철저하게 '의식 밖에서' 이루어지죠. 그리고 아인슈타인, 노인 그림들과 같은 암묵적 정보를 제공하여 실험군의 마음상태를 특정 상태로 세팅하는 것을 priming한다고 하고요. 이 경우는 심리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언제나 비슷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고, 거기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바로 주변환경에서죠.

 

 그러니까 자신의 신념, 사고, 행동을 바꾸길 원할 때 가장 쉽고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환경을 그에 맞게 세팅하는겁니다. 그래서 '공간', '주변사람'의 힘이 중요해집니다. 여행이 자기발견에 그토록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에서 떠나 완전 새로운 공간, 사람과 접촉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은 익숙한 자기개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죠. 또 한국에 '동물농장'의 이웅종 소장님이 계시다면 미국에서는 '도그 위스퍼러'의 세자르 밀란이 있다 할 정도로 미국에서 심리적, 행동적 문제가 있는 개의 치료로 유명한 밀란이 개의 행동교정, 치료에 사용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첫째, 운동. (우울증 환자도 달려야해요!!), 둘째, 이미 잘 훈련된 개의 무리 속에 문제견을 넣기. 두번째가 바로 '환경'을 적극 활용한 경우인데, 문제견이 잘 훈련된 무리 속에 포함되고, 주변에서 관련 정보들을 습득하면, 스스로도 잘 훈련된 개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을 보고 있자면 정말 마법같을 정도죠. 렝어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가 그러했던 것 처럼. 종교도 공간과 환경, 그리고 사람의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름다운 성당을 건립하고 경건한 수도원을 세웁니다. 또 수행하고 싶은 자들은 동료 수행자들 속에 섞여 철저한 규칙 하에 행동해야 하죠.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자신의 집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상태라면 수행은 커녕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지기 힘들었을 사람들도, 단기적으로라도 수행자들 속에 섞여 생활하게 되면 놀랄정도로 열심히 수행을 하고, 신에 대한 존경과 믿음도 더 깊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변하고 싶다면, 더 진취적이고 생산적으로 살고 싶다면, 또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더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살고 싶다면, 그 목적에 맞는 환경, 공간과 사람들을 자신의 주변에 둘러야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는, 우선 명상 수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미얀마의 수행센터로 떠날겁니다. 그 후에도 관련 수행을 계속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한국의 절이나 명상센터에도 자주 다닐거에요. 그리고 헬스클럽도 끊을겁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서, 그들에게 자극도 받고 PT에게 지도도 받으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거에요. 그리고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마라톤 동호회 등에도 참가하고, 경기에도 나갈겁니다. (한 번 나간 적 있어요. 하프마톤 뒤었었죠. 할만 했습니다.) 그리고 진취적으로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에 적극 참여할거에요. 예를 들어 자격증 공부나 영어공부 클럽 같은 것들. 사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이겨내고 있는 진취적인 사람들의 자조모임 같은 것이 있으면 제일 좋겠는데, 제가 못찾은 것인지 아직 찾지 못했어요. 조울증 까페는 있든데. 그리고 제 방의 인테리어도 바꿀꺼에요. 제가 좋아하는 공간은 대강 네 종류에요. 초록색의 식물들이 풍성한 자연공간, 책이 가득찬 도서관이나 서점, 커피향이 맴도는 까페, 차향이 감돌고 나즈막한 목재 가구들이 단촐하게 놓인 다실 혹은 선방. 돈을 좀 더 번 후, 이 네가지를 고려하면서 제 방을 이 네가지 공간에 흡사하게 하나 하나 바꿔나갈거에요. 가장 유력한건 방을 까페처럼 꾸미거나, 선방처럼 꾸미는 것이 되겠네요. 일상생활도 하면서 좋아하는 공간에도 있게 될 테니. 빨리 돈 벌어야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1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24
90465 소시 뮤비가 떳다는데... (뮤비 추가했습니다.) [37] 눈의여왕남친 2011.10.19 3606
90464 [10.26선거뉴스] 이번엔 홍준표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2] EEH86 2011.10.19 1675
90463 하츠네 미쿠를 본 미국 아이들의 반응 [13] liece 2011.10.19 3271
90462 [오늘의 어르신 말씀]농업을 지원해주시겠답니다.. [1] 라인하르트백작 2011.10.19 886
90461 박원순 후보 CF [12] N.D. 2011.10.19 1954
90460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을 안 보이게 할 수도 있나요? [10] poem II 2011.10.19 1068
90459 [바낭성]토크쇼에 나온 마왕의 러브스토리를 보니.. [2] 라인하르트백작 2011.10.19 1793
90458 개싸움 갑시다 [17] management 2011.10.19 3456
90457 킹콩 [4] 가끔영화 2011.10.19 1056
90456 오인혜씨 왜 그러셨데요... [6] 도야지 2011.10.19 4736
90455 [뻘] 라틴어(?)의 rr 발음은 참 어렵군요 [5] 부엌자객 2011.10.19 1633
90454 [불판] 심형래 아 이 사람 증말.. [36] Midnight_Ace 2011.10.19 5373
90453 [듀나인] 모기가 집안에서 번식할 수도 있는 걸까요?; [8] 빠삐용 2011.10.19 2026
90452 길냥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오는군요 - <고양이 춤> [8] 로즈마리 2011.10.19 1900
90451 소녀시대 뮤비 배경이 [6] 조나단 2011.10.19 2859
90450 아이폰4s SIRI가 필요 없는 이유.jpg [3] CrazyTrain 2011.10.19 3652
90449 [불판] 사회적 물의와 작품은 구분해야하는 가요? [9] Midnight_Ace 2011.10.19 1691
» [우행길] 53. 변화의 마지막, 환경. 혹은 방의 인테리어 바꾸기! [4] being 2011.10.19 2353
90447 [우행길] 54. 삶의 목표, 우울증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 [12] being 2011.10.19 3618
90446 KBS 라디오 개편 [3] 달빛처럼 2011.10.19 15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