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해외배송을 할 일이 있어서 우체국에 다녀왔지요.  우체국에 갈 일은 별로 없는지라 지도로 가장 가까운 곳에 커다란 소포를

들고 갔습니다.

어떤 인턴인지 직원인지 하는한 삼 사십대의 여성이 반겨주더군요. 그런데 제 소포를 보자마자

 

"아, 이건 저희 우체국에서는 절대 취급하지 않는 소포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말투가 너무 느릿느릿합니다.

정말 어린이집 영어교사보다 느려요.

"왜냐하면 여기 보세요, 이런 전구가 있는 건 깨질 염려가 있지 않겠어요?"

 

저야 당연히 무거운 물건 들고 모르는 장소 찾아왔는데 바로 우체국도 우체국 나름이고 물건 종류따라 어떤 건 취급을 안 한다는 말을 듣고 실망을 안 할리가 있습니까. 웬만하면 거기서 부치고 싶죠.

그래서 " 어, 이건 전구가 있는게 제품이 아니라 램프 헤드부분은 철망으로 보호되어 깨지지 않을 같은데요. 그리고 안에 완충재도 있어요.

여기서 취급 안 될까요" 뭐 이런 말을 했죠.

 

그랬더니 얼굴표정이 싹 바뀌고 짜증난 표정을 얼른 감추더니 잠시 할 말을 잃은듯 하다가

" 자,  여기 상자에 써 있잖아요. " 램프가 깨질 수 있으니 취급 주의 바랍니다" 그렇지요?" 생각해보세요. 저희가 항공으로 물건을 보내면 물건이

이곳 저곳,이 도시 저 도시로 옮겨다니겠죠? 그러면 함부로 다뤄질 수도 있고 . 저희 우체국은 그런 걸 취급 못하니."

 

라고 천천히 말을 하는데 벌써 저는 머리속에서 뭔가 끓어오릅니다. 말투는 쓰여진 그대로지만 오디오는, 뭐 이건 글로는 표현이 안 됩니다. 유치원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듯 또박또박 말을 하는데 뭐랄까요.  친절한 듯 전혀 친절하지 않고 불쾌하기만 합니다. 미소는 띠고 있는데 저는 아까 분명히 제가 한 마디 했다고 짜증난 듯한 직원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말았어요.

결국 이 직원이 저를 어린아이나 잠재적으로 컴플레인을 걸만한 시한폭탄 고객처럼 (제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래면서 느릿느릿 장황하게 했던 말들은 전혀 다르게 간단하고 유쾌하게 이루어 질 수도 있습니다.

 

" 무얼 보내실 건가요.'

"해외배송으로 소포를 보내려고 하는데요."

" 내용물이 뭔가요?"

" 램프 스탠드와 옷이요. "

" 어, 죄송하지만 그래도 저희 우체국은 깨질 수도 있는 물건을 취급하는 포장센터가 없어서 이 물건을 보내드릴 수가 없어요. 길 건네 버스로 두 정거장 가시면 취급주의 포장을 다루는 더 큰  우체국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세요."

" 아, 안에 깨지지 않게 포장은 되어 있는데 그래도 안되나요?

" 죄송합니다. 규정상 그렇습니다. 길 건너서 +++ 번 버스를 타시면 갈 수 있어요"

 

이런 말들이 친절한 공무원의 상징인 미소와 더불어 이루어진다면, 저도 여러 걸음해서 짜증은 났겠지만 직원에 대한 이 알 수 없는 증오심은 없었을 겁니다.

 

영어에는 이런 말투를 지칭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condescending tone 이라고 웬만한 지능을 가진 성인을 다룰 때 써서는 안 되는 말이죠. 이런

condescending tone 으로 말할 때는 " Ex---cu--se  meee---, do--- you--- think----I----am..... re-----tarded? (잠깐, 내가 멍청다고 생각하는거니?") 라고 대꾸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듣는 사람이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아닌 이상 그렇게 천천히 말하며 불필요한 설명들을 방어적으로 할 필요가 없죠. 저 직원의 말투는 별달리 질문도 하지 않는 저에게 (저는 이 직원이 장황하게 설명하는 동안 딱 두 마디 했습니다)

" 자, 여기 보세요. 써 있잖아요. 생각해보세요.  그렇지요? " 라는 쓸데 없는 말을 쓰며 제가 마치 어린아이이거나, 달래지 않으면 폭발할 사람처럼 미리짐작으로 여기는데, 저는 이내 이 직원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솟구치는 겁니다.

제가 서비스직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화가 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정말 저 직원은 10초 내에 싫어지더군요. 저 직원에게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 당신이 친절한 언행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멍청한 행위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불쾌하게 다가온다는 걸 알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말투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과민할걸지도 몰라요. 저는 유독 이런 말투에 혐오감을 느끼는 일이 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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