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9 20:07
경음악이라는 말을 사용하십니까.
사실 이 말이 별다른 가치평가가 없이 옛날에는 자주 쓰였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피아노 연주 악보을 사는데 대중적인 팝이나 폴 모리아 작곡 같은
연주곡 수록악보를 경음악 베스트라고 부르기도 했구요. 잘 알려진 팝 곡을 연주곡으로만 녹음해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틀기도 했죠. 과거에는 이런 음악들을 망설이지 않고 경음악이라고 불렀습니다. 돈까스집을 양식집이 아니라 경양식집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경음악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클래식(순음악)에 비하여 보다 통속적이며 대중적인 음악이며 연주곡.
이라고 쓰여있습니다. 결국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클래식 곡이 아닌 모든 대중적인 연주곡은 경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한자어로 가벼울 경, 자를 쓰는 이 경음악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연주곡에 대한 폄하에 대한 반감일까요.
그렇다면 이 단어를 안 쓰면 그만일텐데 ,저는 경음악이라는 단어를 아예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아주 주관적으로 구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남들이 분명히 납득할 수 없는 기준이죠. 쉽게 말해서, 제가 듣기에 좋은 곡은 연주곡이고, 성의 없어 보이는 연주곡은 그냥 경음악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작곡자의 작곡 능력에 대한 구별이라기보다는 연주곡의 연주 상태가 오리지널이냐 아니면 --- 메들리 같은 느낌이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폴 모리아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잘 알려진 음악을 누구나, 아무 오케스트라나 연주해서 녹음해 놓은 곡을 들으면 저는 경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예를 들어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펫 매쓰니 그룹의 연주를 듣고 " 이건 경음악이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분이 상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훌륭한 연주곡을 경음악으로 폄하하다니!", 하고 말이죠.
근데 이게 참 애매모호합니다. 만약에 펫 매쓰니 곡을 무슨무슨 필하모니가 콘서트를 열어서 편곡하여 연주했다면, 들어보진 않았지만 저는 경음악으로 해석할 것 같습니다. 무슨무슨 필하모니의 연주실력이 형편없어서라기보다는 (그럴리가 없죠) 연주곡의 오리지널성이 상실되어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해요.
영화음악은 더 괴상하고 애매모호합니다. 한스 짐머나 대니 앨프먼 영화음악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 전 경음악이라고 불러야 할 지 연주곡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면 연주곡이고, 아니면 그냥 영화음악 메들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순이죠. 그들의 작곡능력도 뛰어나고 오리지널도 처음부터 오케스트라를 염두에 두고 지은 곡이 많은데,단순히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팝의 음악을 한다고 경음악이라고 불러야 할 지 연주곡이라고 불러야 할 지 괜히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반드시 연주곡이 아니더라도 뭔가 경음악스러운 류의 음악이라고 제가 "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택시에서 가끔 듣게 되는
옴니버스 카페 시디요. 오리지널 가수가 부른게 아니라 유명한 곡들을 뭔가 가창력이 있는 아마추어 가수가 " 처음 곡부터 끝곡까지 똑같은 감정과 톤으로" 부르는 그런 음악들을 들으면, 이건 " 앨범이 아니라 이지 리스닝 메들리다"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이건 경음악의 정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카페 이지리스닝이라는 의미에서 뭔가 같은 카테고리에 집어 넣는 것 같습니다. 모순되고 혼돈스럽죠.
차라리 경음악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 되는 단어로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 경음악" 이라는 말의 의미는 어떻게 자리잡고 있나요.
2011.10.19 20:18
2011.10.19 20:27
2011.10.20 03:34
2011.10.20 19:27
경음악은 원래 가사가 없는 곡이라도 뭔가 온전한 느낌이 부족한 곡들이나 연주랄까요.
팻 매쓰니가 어떤 팝송을 편곡해서 그의 다른 곡들과 비슷하게 연주한다면 연주곡이라 느끼겠지만
같은 팝송을 어떤 사람이 통기타로만 연주하면 경음악같은 느낌일... 제 분류가 더 맘대로네요.
경음악, 이지 리스닝 같은 단어들이 쓰이는 용도를 보면 해당 노래를 폄하하는 뉘앙스가 있긴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