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꼼수 첫 회가 BBK 내용이었죠. 사실 그 회를 들어서도 다 이해하기는 힘들어요. BBK 내용은 계속 반복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죠. 그리고 꼼수 자체가 무리수도 많아요. 특별한 준비 없이 떠들다보니 내용이 잘 정리가 안되는 면도 있고, 다소 근거가 약한데 거칠게 결론내버리는 면도 있죠. 아마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서 논박하면 그들 역시 버티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아마 한나라당과 그쪽 사람들도 고민중일 것 같아요. 이걸 따지고 들어가봐야 하는지, 아니면 저러다 말 거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전략을 써야 하는지.

 

꼼수에 나오는 내용을 다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정말 오랜만에 정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는 점은 분명한 순기능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정치 이슈는 골치아프고 답도 없으니 각잡고 싸울 작정이 아니면 안하는게 좋다는 인식이 많았고, 그런 인식이 젊은 층의 정치에 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버렸죠. 그런데 꼼수는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고 떠들어서(물론 같은 편끼리 있으니 가능한 거지만) 정치 이야기를 웃으면서 듣게 했어요.

 

사실 티비에서 사극이 인기 있는 걸 생각하면, 현대 정치도 재미 없을 이유가 없어요. 오히려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눈앞의 현실이고 주인공들이 실시간으로 연기하고 있는 드라마인걸요. 문제는 이 드라마가 되게 불친절해서, 내가 직접 알아보지 않으면 배경 설명이 안된다는 거죠. 저 사람은 예전에 뭐 하던 사람인지, 누구 계열인지, 지금 대통령 전에는 누가누가 대통령이었는지, 누구까지 쿠데타 혹은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고 누구부터 직선 대통령인지, 누구와 누가 손잡았다가 싸우고 헤어졌는지 등. 이런걸 알면 알수록 정치판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관전할 수 있는 드라마인데 그동안은 그럴 기회가 없었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젊은 층의 관심이 평소보다는 훨씬 높은 것 같네요. 이걸 계기로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관심에 상응하는 배경지식 학습도 따라와야 하겠고요. 적어도 '그 놈이 그 놈' '지금은 달라도 되고나면 다 똑같음' 같은 냉소적인 선동이 참여 열기를 눌러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2.

 

김규항은 블로그에서 '두 사람(나경원과 박원순을 말합니다)의 상대적 차이를 인정하지만 그 차이가 줄 유익보다 그 차이를 인정함으로서 생기는 장기적 폐해가 더 크다고 생각해서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움직임 역시 존중하며, 이 투표 거부와 지난 무상급식 투표 거부는 다르다는 주장에는 '다르긴 뭐가 다르냐'고 했네요. 글쎄요. 평소 김규항의 입장에 많이 동조하는 편이긴 하나(적어도 반 이명박 진영에 속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한 것처럼 구는 사람들에 대한 김규항의 비판은 유효하고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건 좀 의외네요. 이번 서울시장 투표를 위의 이유로 거부한다고 해서 정치권과 다른 유권자들이 '이 많은 기권표는 박원순보다 더 노동자 친화적인 후보를 원하는 표'라고 인식할지도 의문이고, 무상급식 투표는 거부 자체가 '투표함을 못열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지만, 시장선거는 내가 기권 하건 말건 투표한 사람들의 표끼리 붙어서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데 말이죠. 박원순보다 더 적합한 후보가 있는 상황이라면 사표를 만들더라도 그 사람을 찍는 데에 의의를 두자는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저건 무슨 주장인지 모르겠습니다. 박원순이 지지를 많이 받으면 "사람들은 딱 박원순 만큼만 원하며, 더 왼쪽으로, 더 노동자에 가깝게 가는 건 싫어한다"고 받아들여질까봐 걱정하는 걸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5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0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77
90160 김진숙 지도와 조합원들을 위해. [1] 난데없이낙타를 2011.10.25 736
90159 주진우 기자 팬 안 할 수가 없군요 [7] 라곱순 2011.10.25 4658
90158 나경원 후보와 박빙이 될거라는 말도 많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10] 무비스타 2011.10.25 2186
90157 이런 불충이 따로 없어요. [2] 늦달 2011.10.25 1054
» 나는 꼼수다의 분명한 순기능이라고 생각되는 것, 이번 투표를 거부하는 것 [22] DH 2011.10.25 2886
90155 (뉴데일리 기사이지만 은근히 박원순 후보를 돕는 기사!) [김성욱 칼럼] 동성애단체 지원이 공익활동? [5] chobo 2011.10.25 1240
90154 <천일의약속>수애 어린이는 라면을 훔치지 않았다... [4] WILLIS 2011.10.25 2634
90153 [이효리 트위터 펌] "아저씨들이 자꾸 무서운 맨션보내요~~흑흑" [8] 하프더즌비어 2011.10.25 4534
90152 머니볼. [9] 쵱휴여 2011.10.25 3660
90151 요즘 책을 읽다가... 소설책 추천 좀 해주십시오 굽신굽신 [28] 곽재식 2011.10.25 3138
90150 [듀나in] 하드 연결잭을 사고 싶은데요.. [5] 주근깨 2011.10.25 845
90149 수정냥 배용준 회사 가더니....... [2] 감동 2011.10.25 3140
90148 [물고온영상] Attack of the werewolf (공포물) EEH86 2011.10.25 719
90147 이게 다 어른들 때문이다. [35] cksnews 2011.10.25 2808
90146 내일의 투표율과 결과 예상 그리고 기권 [24] fuss 2011.10.25 2460
90145 [강좌 소개] 한국사 특강 - 충돌, 그 이후의 역사 [12] 지금여기 2011.10.25 1643
90144 심심하신 분들 클릭해보세요. [1] 오늘은 익명 2011.10.25 1542
90143 선거 몰라요. [6] hj 2011.10.25 1586
90142 [망상] 내일 서울이 '눈뜬 자들의 도시'가 된다면? [1] 사이비갈매기 2011.10.25 1289
90141 전 누가 당선되어도 희망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냥 투표를 할 따름이지요. [3] 질문맨 2011.10.25 123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