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잘 보내고 계십니까? 저는 호숫가에 있는 출장지에서 물안개낀 아침 호수의 여유를 커피와 함께 만끽하고 있습니다. 어제 있었던 스토커 아가씨와의 첫 데이트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머리속으로 복기하면서요.


듀게에서의 2차에 걸친 상담 후에 저는 아가씨에게 제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겠노라 마음을 굳혔습니다. 아침부터 출장길에 나서야했기 때문에 마음이 좀 급했죠. 일어나자 마자 데이트 용으로 스트링치즈를 하나 꺼내서 산책을 나섰습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릴리가 없죠. 아파트 입구에서 아가씨가 반갑게 맞아주는 풍경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훗, 주인과 함께 지나가는 강아지 한마리만 힐끗 쳐다보고는 비웃는 듯한 썩소를 날립니다. 애꿎은 스트링 치즈를 만지작거리며 산책로를 돌았어요. 어디서 아가씨가 보이지 않을까 사주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죠. 


산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혼자서 김칫국만 마시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런데 집 앞에 도착했더니 어디선가 아가씨가 달려나와서 맞아주었습니다. 아아, 김칫국이 아니었던 것이야. 아가씨는 치즈파는 아닌 모양입니다. 스트링 치즈를 드리면서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치즈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시더군요

.

그렇게 데이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아파트 앞 계단에 앉아 있었고, 아가씨는 제 다리에 몸을 기대기도 하고 옆에 앉아 화장을 고치기도 했지요. 아가씨는 우리말을 못하시더군요. 그래도 마음은 통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 있다가 진도가 좀 빠른 것 같기도 했지만 스킨십을 시도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눈을 가느다랗게 뜨면서 제 손을 슬쩍 무는 척 하시더군요 (싫어서 진짜로 물려고 한건가?). 그래서 조금더 용기를 내서 등을 만졌더니 엎드린 상태에서 갸르릉갸르릉거리는 신음소리를 냅니다. 어디선가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아가씨들의 애정표현이라고 한 걸 본 것 같은데..... 정말인가요? 사실이라면 부끄럽구요. 18금에 속하는 이야기는 이정도로 자제하겠습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그 때였습니다. 누군가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거든요. 아가씨가 저를 스토킹할 때의 느낌과 비슷한데 적의가 느껴진다는게 달랐어요. 그래서 주변을 살폈더니...... 험상궂은 사내가 숨어서 저희의 데이트 장면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더군요. 왠지 조폭 분위기가 느껴지는......


갑자기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습니다. 스토커 아가씨에게도 스토커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가씨의 전남친일까요? 그도 아니라면, 상상하기도 싫지만, 아가씨에게 의도적으로 제게 접근하도록 사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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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척,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데이트는 무사히 마쳤습니다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래도 짐을 챙겨 출장 나가는 길에도 아가씨의 배웅을 받았다는 걸로 위안을 삼습니다. 위 사진의 험상궂은 사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보신 적 있는 분의 제보를 바랍니다. 주진우 기자는 혹시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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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시면 아가씨 이마에 뭔가 희미한 문양이 있어요. 혹시 진짜 초생달? 왼쪽에 보이는 까만건 제 신발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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